사회이슈

[사설] '진실' 모르는 사람은 입이라도 다물어야

도깨비-1 2010. 5. 31. 11:48

 

 

[사설] '진실' 모르는 사람은 입이라도 다물어야

                   - 조선일보/ 2010.05.25

 

   미국 백악관은 24일 대변인 성명으로 천안함 사태에 관한 한국 정부 조치들이 "전적으로 적절하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스웨덴을 비롯해 21개 주요국가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북한의 어뢰 공격'을 비난하고 있다. 국제 사회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외교 교섭의 결과가 아니라, 천안함 국제합동조사가 외국 정부들도 '놀랍다'고 평가할 정도로 과학적·객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좌파 인사들은 인터넷에서 여전히 "두 달 만에 (어뢰 잔해들이) 그렇게 녹슬 수 없다" "어뢰 추진부만 온전하게 남은 것이 수상하다"는 괴담을 계속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어뢰 잔해에 있던 '1번'이라는 글자에 대해 "1번, 2번의 '번'은 일본식 단어로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전직 통일장관의 이 이야기는 북한방송 아나운서가 '번'이라는 말을 연달아 쓰는 동영상 화면이 공개되고 탈북 지식인들이 "북한 생활을 조금도 모르는 말"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실없는 소리'가 되고 말았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어느 강연에서 "천안함 발표를 들여다봤는데 0.0001%도 설득이 안 된다"며 "정부는 천안함 사태의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가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으로 표창한 사람이 조사단장으로 사건 조사를 지휘했고, 세계 최고 과학 기술을 가진 나라까지 "놀랍다"고 평가한 것을 놓고 동양철학 전공 교수가 조사의 과학성·객관성을 이렇게 평가절하한 것이다. 야당 소속의 한 광역 단체장 후보는 사태 초기 "북한 소행이란 증거가 없다"고 하더니, 또 다른 후보는 최근 "조사 결과가 매우 부실하며 많은 의혹이 남아 있다"고 했다.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20대 젊은이들의 47.8%가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답한 것은 이런 인물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미친 영향 탓이다. 9·11 테러 직후 프랑스에서는 "CIA의 자작극"이라는 내용의 '무시무시한 사기극'이라는 책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좌파 성향의 리베라시옹지(紙)나 좌파 지식인들까지도 "휴지 같은 주장"이라고 내팽개쳐 버렸다. 지식인에겐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사실은 사실로, 진실은 진실로 인정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게 싫다면 입이라도 다물고 있는 게 그나마 이름을 더 더럽히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