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화국]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으로 뜨거웠던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뜨겁던 어느 날 가운데 하루, 한 남자의 더 뜨거운 눈물로 한반도 전체가 뭉클함을 느꼈던 날이 있었다. 바로 베이징 올림픽 야구 4강전에서 극적인 홈런으로 한국을 결승에 진출시킨 후 이승엽이 흘린 눈물 때문이었다.
그 경기에서 이승엽은 지독한 부진을 털고 거짓말 같은 홈런을 쳐냈고, 결국 그 홈런 한 방에 힘입어 한국은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신기원을 달성했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 응한 이승엽은 말을 잇지 못했다. " 그동안 너무 미안해서... " 라며 흐린 말꼬리 사이로 울음이 터져 나왔고 이승엽은 쉽게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왜 울어야 했을까? 손가락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 시점에, 소속팀에서 쉽지 않은 주전 경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그 시점에, 후배들을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베이징행에 동참했던 이승엽이었다. 대표팀을 지휘하던 김경문 감독도 이승엽이 대표팀에 와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힘이 되고 감사하다고 했다.
어찌 보면 더 이상 대표팀에서 이룰 것이 없었던 이승엽이 왜 그토록 심한 마음고생을 하며 대표팀에 있어야 했고, 긴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왜 그렇게 서러운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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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눈물을 떠오르게 한 박지성
박지성의 '리더십'에 대한 얘기가 많다. 처음으로 대표팀에서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이 대표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고들 얘기한다. 실제로 대표팀 관계자들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배운 주장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하며 달라진 분위기를 얘기했다.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난 후 달라짐은 여러 부분에서 포착됐다. 경기 스케줄을 코칭스태프에게 미리 알려달라고 건의해 선수들의 개인 훈련 시간을 보장했고, 경기에 나서기 전 라커룸에서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해 분위기를 바꾸는 등 눈에 보이는 변화가 많았다. 이런 변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대표팀은 지난 두 경기에서 일곱 골을 뽑아내는 근래 보기 드문 골 폭죽을 터트리며 2연승을 거뒀다.
그렇다면, 박지성 리더십의 실체는 뭘까? 정말 그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었고, 마법 같은 그의 특별한 능력이 한국 축구를 바꿔놓았을까?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이다. 박지성의 팔에 채워진 '캡틴 밴드'가 갑자기 그를 슈퍼맨으로 변화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달라진 점은 있다.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 뛰었던 박지성이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성공한 선배로서 성공하길 바라는 후배들을 위해 뛰기 시작한 박지성 리더십의 실체를 이승엽의 눈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승엽은 이미 성공한 선수지만 더 이룰 것 없는 대표팀에 다시 참여해 국가를 위해 뛰었다. 이승엽은 이번 올림픽에서 병역 면제라는 후배들의 중요한 미래가 걸린 문제에 도움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중요한 경기들에서 후배들을 위한 도움이 되지 못했던 지난 경기들이 속상했을 테고,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터진 극적인 홈런으로 후배들의 미래에 도움이 된 순간 그간의 마음고생이 눈물로 터져 나온 것이다.
박지성이 주장이 된 후 선수들을 모아놓고 했던 첫 번째 얘기는 '월드컵'이란 무대의 중요성이었다. 박지성이 후배들에게 전한 월드컵 무대의 중요성이란 월드컵이란 꿈의 무대를 밟아봐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월드컵에 진출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해외 진출이란 기회가 열린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자신도 그랬고 그 외의 많은 선수가 2002년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었다. 후배들의 미래가 달린 그 중요한 월드컵에 진출하기 위해서, 박지성이 발 벗고 나서 후배들을 위해 헌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배들을 위해 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승엽이 가졌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박지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고 시끄러웠다.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후배들을 찾아다니며 해줬고 좀 더 편안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앞장섰다. 경기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뛰었다.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후배들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승엽이 그랬듯이 박지성도 시원한 골로 후배들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길, 그래서 후배들을 향한 그 아름다운 마음이 성공적으로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축구공화국ㅣ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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