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박지성 외

[스크랩] <[스포탈의 눈] 독일전에서 전략가 홍명보를 발견하다>

도깨비-1 2009. 9. 30. 11:11
뉴스: <[스포탈의 눈] 독일전에서 전략가 홍명보를 발견하다>
출처: 스포탈코리아 2009.09.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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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수에즈(이집트)] 서호정 기자= 감독 홍명보의 파격적인 승부수가 꺼져가던 한국의 16강 진출의 희망을 되살렸다. 선발 멤버 대거 교체와 상대에 대한 맞춤 전술, 후반에 이뤄진 적시의 교체 등은 C조 최강으로 평가받는 '전차군단' 독일을 몰아붙이며 홍명보호 출범 후 가장 인상적인 승부를 만들어냈다. 비록 1-1 무승부의 아쉬운 결과로 끝났지만 조 2위, 혹은 와일드 카드를 통한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살린 의미 있는 결과였다.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보인 홍명보 감독 ⓒBPI/스포탈코리아

홍명보 감독은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서 패한 뒤 독일전을 준비하는 이틀 내내 '작은 변화'를 주장했다. 첫 회복 훈련 때는 "상대에게 끌려가기 위해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진 않겠다"라고 말했고 최종 훈련에서도 "1~2명의 선수를 바꾸고 미드필더진 구성 정도에 변화를 주겠다"라며 다시 한번 소폭의 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경기 당일 1시간 전 홍명보 감독이 내놓은 한국 U-20 대표팀의 선발 명단은 그의 예고와는 180도 달랐다. 홍명보 감독은 카메룬전과 비교해 11명의 선발 명단 중 무려 5명을 교체했다. 팀의 주축 공격수이자 에이스인 조영철과 이승렬은 대기 명단으로 내려갔고 박희성이 최전방 원톱에, 김민우와 서정진을 양 측면에 서는 형태로 공격진이 완전히 재편됐다. 풀백과 윙어를 겸하는 김민우의 투입은 측면을 중심으로 펼치는 독일의 공격 차단을 위한 선택이었고 빠른 스피드의 서정진은 독일의 배후 공간을 공략하기 위한 카드였다.

미드필더진도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 명 세우던 역삼각형 형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비중을 높이는 삼각형 형태로 전환됐다. 김보경이 미드필드 전방에 서고 주장 구자철과 문기한이 후방에 섰다.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홍명보 감독이 예고했던 구성이었다. 포백 수비라인은 그대로 가져갔지만 카메룬전에서 실수를 범했던 골키퍼 이범영이 아시아 대회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로 교체됐다.

자칫 패할 경우 남은 경기에 관계 없이 16강 진출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안정적인 플레이로 승점을 챙기겠다는 것이 홍명보 감독의 대독일전 전술의 큰 그림이었다. U-20 대표팀은 홍명보 감독의 의도대로 공수 폭을 좁게 유지하며 독일이 정상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경기 내용도 선수비, 후역습 수준이 아닌 한국이 완전히 통제하는 경기였다. 정확한 공격 전개와 서정진, 김민우의 빠른 돌파, 수비 배후로 파고 드는 박희성의 움직임이 맞아 떨어져갔다. 문기한과 구자철은 독일의 역습 상황에서 적절한 파울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왼쪽 풀백 윤석영은 저돌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독일의 홀스트 흐루베쉬 감독은 한국의 조직적인 전술과 변칙 전략에 막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전반 21분 벤치 쪽으로 굴러온 공을 그라운드로 강하게 내 차는 신경질적인 플레이로 퇴장을 당했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경기 내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침착하게 선수들을 독려하고 전술 주문을 주지시키는 냉철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유리하게 흘러가던 경기 흐름을 확실한 승기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역시 문제는 해결사의 부재였다. 전반 9분에는 윤석영의 크로스에 이은 박희성의 헤딩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며 카메룬전의 악몽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전반 23분 김보경의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도 골키퍼 로베르트 질러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한국은 전반 33분 수비수들이 파워에서 밀리며 리차드 수쿠타-파수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전 볼 점유율 59 대 41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에 다시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 했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은 거세게 독일을 몰아쳤다. 김민우의 패스를 받은 김보경이 페널티 박스 왼쪽 측면을 흔든 뒤 올린 크로스를 김민우가 흘려줬고 박희성이 문전에서 결정적인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질러 정면에 안겼다. 홍명보 감독과 서정원 코치가 아쉬움에 벤치를 박차고 나올 정도였다.

후반 21분 박희성이 전방에서 수비와 맞서는 1대1 찬스를 잡았지만 돌파와 슈팅에 실패하며 다시 기회를 날렸다. 1분 뒤에는 김민우가 골 에어리어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슛을 날렸지만 이마저도 빗나갔다.

후반 23분 홍명보 감독은 조영철을 투입하며 첫 번째 조커 카드를 던졌다. 그리고 후반 26분 한국의 부단한 노력은 기다리던 성과로 이어졌다. 김민우가 아크 부근에서 공을 잡아 개인기로 돌파를 시도했고 독일 수비 틈 사이로 파고 든 뒤 땅볼 슈팅 한 것이 밸런스가 무너진 상대 골키퍼의 발을 맞고 들어갔다. 선수들은 일제히 벤치로 달려갔고 김민우를 비롯한 선수들은 홍명보 감독에게 안기며 기쁨을 표출했다.

기세를 탄 한국은 이승렬과 최성근까지 차례로 투입하며 역전골을 위한 공격적 교체에 돌입했다. 역전까지도 가능한 경기였다. 그러나 한국은 다시 한번 독일의 골문을 열진 못했고 승점 3점을 딸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과 독일의 90분 동안의 볼 점유율은 58vs42, 실제 플레잉 타임은 33분vs24분, 슈팅 수 9vs10. 유럽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그냥 선전한 것이 아닌 확실한 우위를 점했던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은 "승점 1점으로 끝나기엔 아쉬운 경기다"라고 말했지만 이내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자신들의 경기력을 펼친 것을 칭찬하는 걸 잊지 않았다. 1차전 카메룬전이 끝난 뒤 패배를 질타하기보다는 오히려 선수들을 격려하고 칭찬했던 모습은 독일전이 끝난 뒤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의 흐루베쉬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던 한국이 아니었다. 굉장한 플레이였다"라며 열세를 인정했다. 외신들도 예상치 못했던 한국의 인상적인 경기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공식 인터뷰가 끝난 뒤 유럽, 이집트, 중동의 언론들과 따로 인터뷰를 가져야 했을 정도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다"라며 이날 명승부의 공을 그라운드와 벤치에서 노력한 선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날 정공법을 버리고 상대에 맞추는 변칙 전술을 과감히 택한 감독 홍명보의 역량에서는 그의 전략가적, 승부사적 기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미국전을 직접 관전하며 16강 진출을 위해 필요한 승리의 해법 찾기에 나선 홍명보 감독. 독일을 상대로 그의 전략이 거둔 절반의 성공이 미국전에서는 완전한 성공으로 이어질 지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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