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박지성 외

[스크랩] <대표팀 그리고 마지막 임시정부청사>

도깨비-1 2008. 2. 23. 16:12
뉴스: <대표팀 그리고 마지막 임시정부청사>
출처: 플라마 2008.02.23 15:15
출처 : 최신뉴스
글쓴이 : 플라마 원글보기
메모 :

[플라마] ◆ 김태석 기자의 동아시아대회 취재기

< 6편 > 축구 대표팀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 우리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은지 모르겠지만, 한일전에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은 있습니다. 정신력으로 꼭 승리하겠습니다.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김남일은 한일전에 임하는 각오를 이렇게 말했다. 한일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팬들에게는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한일간의 축구 전쟁은 새로운 감독 체제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맞붙게 되었다. 사실 동아시아대회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얽히고 설킨 라이벌간의 격돌이라 이래저래 경기를 둘러싼 화제가 많지만, 일본과의 맞대결은 확실히 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해주는 듯하다. 경기력적인 부분 이외에도 경기외적인 정신적인 무장이 없다면 이 치열한 라이벌전에서 승자가 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가득한 한일전을 앞두고 충칭에 소재하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잠시 들리려고 했다고 한다. 일본군의 탄압을 피해 양쯔강을 따라 상해에서 중국 내륙으로 거처를 8년간 옮겨다녔다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그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이곳 충칭이었고,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구국을 위해 몸바쳤던 선열들이 이곳에서 조국의 광복이라는 역사를 맞이하게 된 한국에는 매우 뜻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 들려 선수들의 정신적인 무장을 확고히 다지려고 했었단다.

하지만, 대표팀은 현지에서의 스케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의 공개시간이 엇갈려 그곳을 들릴 수 없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는 충칭 시내로 가는 접경지역에서 약간 으슥한 곳에 있다. 사실 한글로 된 표지판이 없다면 이곳을 찾아간다는 것은 힘든 구석이 많다. 관리를 하고 계시는 노부부도 한국어를 하실 줄 모르는 현지분들이시다. 건물안에는 당시 독립운동을 하던 구국 인사들의 자료를 아주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 관람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시물품을 제외하고는 확실히 한국의 느낌은 들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대표팀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으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한일전이라는 타이틀도 있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희미해져 가는 선수들의 국가관을 고취시키려는 배경이 깔려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빛바랜 태극기에 새겨진 독립투사들의 결연한 글귀는 보는 것만으로도 숙연해지는 이곳에서 우리 선수들이 가지게 될 동기부여와 정신적인 무장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고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그만큼 의미 있는 곳에서 대회 우승과 실험의 성공을 잡고자 하는 힘을 구국선열의 흔적에서 찾고자 하는 우리 대표팀이었다. 그래서 대표팀 관계자는 한일전이 벌어지는 오늘(23일) 오전, 시간을 쪼개어 다시 한번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하려는 시도를 해보겠다고 귀띔을 해줬다.

사실 개인적으로 한일전에 앞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먼저 찾았었다. 아무래도 제3국에서 우리가 지금껏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 뿌리가 된 흔적을 찾아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법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곳 충칭에서 우리 대표팀이 나름 성적을 거두고 대회 우승 타이틀을 노릴 수 있었던 것 역시 조상님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전시물 한점씩을 훑어보면서 '맹목적인 내셔널리즘'이라는 것에 다소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가 한국인이고 한국 여권을 가지고 전 세계에서 자랑스럽게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역시 혹독한 시절 우리의 자주독립을 외치던 구국선열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들마저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이곳을, 한일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이 이곳을 드리고 경기에 임했을까? 우리 선수들의 마음이 빛바랜 태극기에 새겨진 구국 선열들의 글귀를 보고 강한 정신적인 무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플라마ㅣ충칭=김태석] ktsek77@eflamma.com

가장 깊고 맑은 축구이야기, 대한민국 축구의 불꽃 - 축구공화국 | 플라마

- 저작권자 ⓒ 플라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www.eflamm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