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명소

발길따라가는 여행-이작도

도깨비-1 2006. 7. 26. 02:02

시화방조제 끝의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이작도행 쾌속선이 하루에 2회(09:30, 14:30) 출항한다. 1박 2일 일정이라면 부지런히 서둘러서 오전 배를 타는 것이 좋다. 이작도까지는 대략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데 이작도 바로 앞의 승봉도에도 들른다. 도선료가 만만치 않지만 짐이 많은 야영객이나 자유로운 이동을 원한다면 차를 가지고 가는 편이 낫다. 물론 미리 민박집에 말하면 배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오거나 섬여행 중 원하는 곳에 데려다 주긴 하지만 매번 부탁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부도 선착장에서 쫓아온 갈매기 떼와 새우깡 씨름을 벌이는 것도 지루해질 무렵, 쾌속선은 이작도에 도착한다. 배가 들고 날 때마다 선착장은 분주해진다. 민박집에서 나온 트럭이 손님을 태우고는 재빠르게 사라진다. 이른 아침부터 서두르느라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찾은 곳은 이작도에 딱 하나밖에 없는 식당인 이작횟집. 5,000원짜리 백반을 시켰는데 맛이 괜찮다. 이작도 해변에서 많이 잡힌다는 방게로 담근 간장게장, 꽃게탕, 조개젓갈 등 소박하지만 푸짐한 밥상이 만족스럽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모래섬, 풀등

식사를 마친 후 이작도를 찾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시 선착장으로 나갔다. 서해에 떠 있는 수많은 섬 중 굳이 이작도를 찾은 것은 바로 썰물 때에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신비의 모래섬, 풀등 때문이다.

작은 고깃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지 5분 정도. 갑자기 속도를 늦춘 배가 느릿느릿 풀등으로 접근한다. 해안에서 보기에는 그저 두껍고 진한 수평선처럼 보이던 풀등이 가까워지면서 그 신비한 모습을 드러냈다. 알고 있는 찬사의 단어를 모두 끄집어내도 그 놀라움과 대단함을 표현할 길이 없어 그저 바보처럼 입만 벌리고 있었다. 비단결처럼 고운 모래섬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크고도 넓다.

냉큼 배에서 뛰어내렸다.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섬. 그 모래섬의 주인은 널려 있는 바지락과 괴물 같은 불가사리 그리고 바닷새들이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모래의 보드라운 감촉. 바다의 빛깔은 서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맑다.

풀등의 면적은 약 30만 평. 하루에 두 번씩, 음력 보름과 말경인 사리 때 가장 크게 모습을 드러내며 밀물 때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때문에 섬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곳에서 반나절쯤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서는 작은 파라솔과 식수, 먹을거리, 수건 등을 꼼꼼히 챙겨가야 한다.

바캉스 시즌이 되면 이작도 선착장에서 1인당 5,000원 가량의 뱃삯을 받고 수시로 풀등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정기편도 없고 민박집이나 배를 가진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나가는 시간을 꼼꼼하게 약속하고 연락처도 확인해야 한다.

다시 들어오니 저녁 6시가 다 됐다. 민박은 선착장 부근 큰말과 부아산 아래쪽 마을인 장골에 20여 곳이 있는데, 장골의 ‘춘식이네’민박집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욕실과 TV가 있는 커플룸이 4만원 정도다. 안주인의 손맛이 담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오래 전 영화 <섬마을 선생>의 촬영지였던 계남분교를 찾았다.

“거그, 귀신 나오는데 뭣하러 가는가?” 길을 가르쳐주는 동네 주민의 농담이 심상치 않다. 버려진 폐교, 인적이 끊긴 지 오래된 듯 하늘을 가린 덤불을 헤치고 들어간 학교는 여름밤 귀신 체험을 하기에 딱 알맞을 정도로 으스스하다. 덜렁 작은 교실 하나인 본관과 교사의 사택으로 쓰였다는 본관보다 더 작은 건물만이 남아 있었다. 으스스~ 오싹! 너무 더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꼭 한 번 찾아보도록. 이보다 더 스릴 넘치고 시원한 체험은 없을 것이다.


썰물 때 찾은 ‘작은풀안’은 바지락 천지

이른 아침, 부아산으로 새벽 산책을 나섰다. 게으름을 핑계로 산 중턱까지 차를 몰고 달린다. 섬 한가운데 있는 부아산에는 꼭 들러봐야 할 곳이 두 군데 있다. 정상의 빨간 구름다리와 팔각정자. 살짝 출렁이는 빨간 다리가 운치 있다. 원체 높은 곳이라 조금 겁도 나지만 다리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이작도의 풍경에 마음이 흐뭇하다. 팔각정자에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고 풀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민박집에서 조개를 넣어 끓인 구수한 시금치된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한 다음 작은풀안으로 바지락을 캐러 나갔다. 호미나 작은 삽만 있으면 오케이. 물때는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야 하는데 썰물 때 작은풀안을 찾으면 물 반, 조개 반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바지락, 고둥, 굴, 토실한 방게가 지천이다. 바지락은 물이 완전히 빠진 후의 갯벌에서 쉽게 캘 수 있다.

몇 해 전 이작도가 생태계 보존 지구로 지정되면서 바지락 채취가 금지됐다가 지난 6월부터 다시 허가가 났기 때문에 해안에는 바지락이 널려 있다. 어민 보호를 위해 바지락 채취는 1인당 1kg 정도로 제한한다니 꼭 기억할 것. 굴도 많지만 여름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오후 대부도행 배는 4시 20분에 있다.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이작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큰풀안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겨도 좋다. 해변까지 바로 차도가 나 있지만 절대 차를 가지고 해변으로 들어가지 말 것. 자칫 모래밭에 바퀴라도 빠지는 날엔 엄청난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여행 스케줄
첫째 날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출발 → 이작도 선착장 도착 → 이른 점심식사 → 풀등 모래섬 → 저녁식사 → 계남분교 → 민박에서 숙박

둘째 날
부아산 새벽 산책 → 아침식사 → 작은풀안에서 바지락 캐기 → 큰풀안해수욕장에서 해수욕 → 여객선 승선


▒ 체크포인트
1. 낭만적인 해변 야영
이작도에서는 야영을 하는 것도 괜찮다. 이작도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인 큰풀안해수욕장에는 넓고 부드러운 모래밭과 우거진 해송 숲, 수도 시설과 화장실, 샤워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세면서 낭만적인 야영이 가능하다.

2. 먹을거리는 육지에서 준비한다
주민이 100명도 넘는 섬이지만 가게는 하나밖에 없다. 물품도 빈약한 편. 여름 성수기에는 민박집에서 간이 매점을 운영하지만 육지보다 훨씬 비싸다. 식수를 비롯해 간식과 식재료 등은 무조건 준비해 갈 것. 채소나 해산물 등을 파는 곳도 전무하다.

3. 무조건 현금을 챙겨라
이작도에서도 신용카드가 100개라도 소용없다. 은행도, 현금 인출기도 없다. 충분한 현금을 준비해야 제대로 여행할 수 있다.

에디터 | 고선영 / 사진 | 홍상돈 cooperation 대부
출처 : Weekly Fri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