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명소

경북 예천 회룡포

도깨비-1 2006. 7. 5. 21:01
   경북 예천 회룡포
작성일   2006-06-22 16:11:29


[경북 예천―회룡포] 휘감아 도는 물길 내려보던 보름달 풍덩 빠졌나 [국민일보 ]

태백산맥이 소백산맥을 부둥켜안은 그곳에 누가 보름달 닮은 섬마을을 그려 넣었을까.



금빛 모래 한 삽만 뜨면 섬이 되는 ‘육지 속의 섬’ 회룡포는 오늘도 바깥세상을 향한 짙은 그리움을 용틀임하듯 굽어 도는 강물에 띄워 보낸다.
연초록 논에서 무시로 왜가리가 날아오르는 경북 예천 내성천 하류의 회룡포는 물이 휘감아 돌아가는 마을인 ‘물돌이동’이다. 봉화에서부터 시나브로 강폭을 넓혀온 내성천은 예천 삼강나루에서 낙동강에 합류하기 직전 태백산맥 줄기인 비룡산(240m)을 만난다. 병풍처럼 막아선 반달 모양의 비룡산과 맞닥뜨린 내성천 물길은 350도 돌아나가면서 어안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듯 신비한 지형을 만든다.
회룡포는 높은 곳에서 보면 육지 속의 섬마을처럼 보인다. 하지만 섬은 아니다. 회룡포의 목줄기는 높이 15m,폭 80m에 불과한 소백산맥 줄기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학의 목처럼 가느다란 목줄기를 삽으로 한 번만 뜨면 섬이 된다는 우스개로 회룡포의 지형을 설명한다.

회룡포의 원래 지명은 의성포이다. 나룻배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어 한국전쟁 때는 전란조차 피해갈 정도로 한적한 곳이었다. 구한 말 의성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면서 의성포란 지명을 얻었으나 의성군으로 착각하는 관광객들이 늘자 1999년에 의성포를 둘러싼 회룡마을과 용포마을의 첫 글자를 따서 회룡포로 부르게 되었다.
고즈넉한 강마을인 회룡포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로 시작되는 동요 속의 마을을 연상하게 한다. TV드라마 ‘가을동화’에 용궁면의 경북선 철길과 함께 은서와 준서의 어린 시절 고향으로 등장하면서 낭만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절해고도나 다름없는 회룡포에 척박한 삶의 뿌리를 내린 이들에게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경주김씨 집성촌인 회룡포는 7∼8년 전만 해도 20여 가구가 살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교통이 불편한 데다 학교도 없어 대부분 도회지로 떠나고 9가구 15명만 남아 6만6000여 평의 논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회룡포로 들어가려면 주민들이 ‘아르방다리’ 또는 ‘뿅뿅다리’라고 부르는 약 200m 길이의 철다리를 건너야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건축용 철판(아르방)을 두 줄로 깔아놓은 철다리는 주민들에게는 바깥세상과 통하는 통로이자 관광객들에게는 추억을 반추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빨갛게 녹슨 추억의 뿅뿅다리도 큰 비가 내리면 강물 속에 잠겨버리고 회룡포는 고립무원의 고독감에 진저리를 친다.
1997년 소백산맥 줄기에 임도를 내고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뿅뿅다리’가 생기기 전까지 회룡포는 외부세계와 철저하게 단절됐다. 마을 주민들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강을 건너야했고 물이 불어나면 나룻배를 타야 했다. 뿐만이 아니다. 살얼음이 강을 뒤덮는 겨울에는 임시로 만든 외나무다리가 통로 역할을 했고,응급환자라도 생기면 소백산맥 줄기를 따라 톱니바퀴처럼 오르내리는 양산조도를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야 했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회룡포의 전경을 가슴에 새겨 두려면 회룡포마을 입구에서 시작되는 약 1.5㎞의 비룡산 능선을 타야 한다. 산행로 초입에는 ‘용주팔경’이란 시를 지은 이 마을 출신 시인 김영락(1831∼1906)의 시비가 홀로 ‘비룡산 걸친 구름(飛龍歸雲)’을 노래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비룡산 능선보다 통일신라시대의 사찰인 장안사까지 차로 이동한 뒤 주차장에서 회룡대까지 15분쯤 산행하는 코스를 선호한다. 철도 침목을 이용해 만든 223개의 나무계단을 하나 둘 헤아리다보면 어느새 상큼한 솔향과 함께 소나무 가지 사이로 회룡포가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회룡포는 이곳에서 물길로 35㎞쯤 떨어진 안동 하회마을의 물돌이와는 격이 다르다.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하회마을의 물돌이가 반달 모양이라면 유유히 흐르던 내성천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커다란 원을 그리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회룡포는 보름달에 더 가깝다.
밀가루보다 고운 금빛 백사장과 주홍색과 하늘색 지붕이 어깨를 맞대고 정담을 나누는 회룡포는 철따라 시간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풍경화를 그린다. 이른 아침 내성천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안개로 속살을 숨긴 회룡포와 황금들판으로 변한 회룡포,그리고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회룡포는 사진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날아가는 형상의 비봉산 위로 보름달이 솟으면 육지의 보름달은 고독한 시인이 된다. 이따금 개 짖는 소리가 강바람을 타고 들려올 뿐 달빛에 젖은 내성천은 언제나처럼 낙동강 삼강나루를 향해 소리없이 흐른다.



경북 예천―석송령
세금 내고 장학금 주는 석평마을 천연기념물 

나무가 세금도 내고 장학금까지 지급한다면 웬만한 정치인보다 낫지 않을까?

천연기념물 제294호인 예천 석평마을의 석송령(石松靈)은 지난해 종합토지세 9690원을 납부했다. 마을주민이 600년 전 홍수로 떠내려가던 어린 소나무를 건져 심었다고 전해지는 석송령은 부귀·장수·상록을 상징하는 반송으로 높이 10m,줄기 둘레 4.2m,가지 길이가 동서 32m·남북 22m로 그늘 면적만 300평이 넘는 거목이다.

1927년 이 마을에 살던 이수목씨가 토지 1328평을 석송령에 상속,우리나라 최초의 부자나무로 기록되었다. 1985년에는 새마을사업에 대한 공로로 받은 대통령 하사금 500만원으로 장학회도 만들었다. 수십 개의 받침대가 가지를 떠받치고 있는 석송령 곁에는 석송령 2세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예천에는 세금을 납부하는 나무가 하나 더 있다.

용궁면 금원마을의 황목근(黃木根)이 그 주인공으로 5월에 황색꽃이 핀다고 해서 황씨 성을,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에서 목근이란 이름까지 얻었다. 천연기념물 제400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이 팽나무는 지난해 종합토지세 1만540원을 납부했다. 1939년 주민들이 마을 공동재산인 토지 3700평을 황목근 앞으로 등기이전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한 나무가 됐다.



100년간 숱한 사연 간직한 지방문화재 경북 예천 삼강주막

21세기의 마지막 주모가 낙엽 따라 가버린 삼강주막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삼강(三江)은 회룡포를 돌아 나온 내성천과 문경에서 발원한 금천이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의 삼강나루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
예로부터 삼강은 서울 가는 길목으로 문경새재를 넘기 위해선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만 했다. 여기에 소금배 등이 낙동강을 오르내리면서 삼강나루에 자리잡은 삼강주막은 늘 장사꾼과 길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삼강교가 완공되면서 뱃사공마저 떠나버리더니 지난해 10월에는 열여섯살에 시집와 반세기 넘게 주막을 지켜오던 유옥연(당시 90세) 할머니가 세상을 등지면서 주인 잃은 삼강주막은 깊은 시름에 젖어 있다.

100여 년 전 지어진 삼강주막은 손바닥 크기의 방 두 칸과 부엌,그리고 길손 네댓만 앉으면 꽉 차는 마루가 전부다. ‘문화적 의의를 간직한 삼강주막을 민속자료로 지정하고 복원을 서둘고 있다’는 입간판이 무색하게 흙벽에 덧칠한 시멘트는 떨어져나가고 새마을운동 때 얹은 슬레이트 지붕은 검은 이끼로 뒤덮이는 등 삼강주막은 폐가로 전락했다. 다만 수령 200년의 회화나무 한 그루만이 바람 불면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주막을 100년 째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여행메모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예천군 용궁면 소재지까지 간다. 경북선 철길을 넘어 달리다 회룡교를 지나면 회룡포로 건너가는 뿅뿅다리가 나타난다. 회룡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비룡산 회룡대로 가려면 이정표를 따라 장안사 주차장까지 달린다. 주차장에서 회룡대까지는 걸어서 15분(예천군 문화관광과 054-650-6394).

회룡교 아래에 위치한 회룡산쉼터는 실내수영장을 갖춘 민박집. 강바람이 서늘해 한여름에도 추울 정도. 민박요금은 연중 3만원(054-655-9143). 용궁역 앞에 위치한 박달식당은 순대 전문점. 갓 잡은 돼지의 신선한 막창에 부추 찹쌀 당면 청양고추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넣어 느끼하지 않고 뒷맛이 개운하다. 순대 5000원,순대국밥 3000원(054-652-0522). 예천 읍내의 백수식당은 육회비빔밥이 맛있다. 1인분에 7000원(054-652-7777).

예천 출신의 양궁선수 김진호를 기리기 위해 만든 예천진호국제양궁장(사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전용경기장. 2∼3일 전에 신청하면 전문강사의 지도 아래 직접 활을 쏘아보는 등 무료체험도 가능하다(054-650-6411). 예천군에서 직영하는 예천온천은 지하 806m에서 솟아나는 중탄산나트륨 온천수로 유명하다. 입욕료는 4500원(054-654-6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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