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회룡포] 휘감아 도는 물길 내려보던 보름달 풍덩 빠졌나 [국민일보 ] 회룡포의 원래 지명은 의성포이다. 나룻배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어 한국전쟁 때는 전란조차 피해갈 정도로 한적한 곳이었다. 구한 말 의성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면서 의성포란 지명을 얻었으나 의성군으로 착각하는 관광객들이 늘자 1999년에 의성포를 둘러싼 회룡마을과 용포마을의 첫
글자를 따서 회룡포로 부르게 되었다. 회룡포로 들어가려면 주민들이 ‘아르방다리’ 또는 ‘뿅뿅다리’라고 부르는 약 200m 길이의 철다리를 건너야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건축용
철판(아르방)을 두 줄로 깔아놓은 철다리는 주민들에게는 바깥세상과 통하는 통로이자 관광객들에게는 추억을 반추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빨갛게 녹슨 추억의 뿅뿅다리도 큰 비가 내리면 강물 속에 잠겨버리고 회룡포는 고립무원의 고독감에 진저리를 친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회룡포의 전경을 가슴에 새겨 두려면 회룡포마을 입구에서 시작되는 약 1.5㎞의 비룡산 능선을 타야 한다. 산행로
초입에는 ‘용주팔경’이란 시를 지은 이 마을 출신 시인 김영락(1831∼1906)의 시비가 홀로 ‘비룡산 걸친 구름(飛龍歸雲)’을 노래하고
있다. 회룡포는 이곳에서 물길로 35㎞쯤 떨어진 안동 하회마을의 물돌이와는 격이 다르다.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하회마을의 물돌이가 반달 모양이라면
유유히 흐르던 내성천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커다란 원을 그리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회룡포는 보름달에 더 가깝다. 나무가 세금도 내고 장학금까지 지급한다면 웬만한 정치인보다 낫지 않을까? 천연기념물 제294호인 예천 석평마을의 석송령(石松靈)은 지난해 종합토지세 9690원을 납부했다. 마을주민이 600년 전 홍수로 떠내려가던 어린 소나무를 건져 심었다고 전해지는 석송령은 부귀·장수·상록을 상징하는 반송으로 높이 10m,줄기 둘레 4.2m,가지 길이가 동서 32m·남북 22m로 그늘 면적만 300평이 넘는 거목이다. 1927년 이 마을에 살던 이수목씨가 토지 1328평을 석송령에 상속,우리나라 최초의 부자나무로 기록되었다. 1985년에는 새마을사업에 대한 공로로 받은 대통령 하사금 500만원으로 장학회도 만들었다. 수십 개의 받침대가 가지를 떠받치고 있는 석송령 곁에는 석송령 2세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예천에는 세금을 납부하는 나무가 하나 더 있다. 용궁면 금원마을의 황목근(黃木根)이 그 주인공으로 5월에 황색꽃이 핀다고 해서 황씨 성을,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에서 목근이란 이름까지
얻었다. 천연기념물 제400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이 팽나무는 지난해 종합토지세 1만540원을 납부했다. 1939년 주민들이 마을
공동재산인 토지 3700평을 황목근 앞으로 등기이전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한 나무가 됐다. 100여 년 전 지어진 삼강주막은 손바닥 크기의 방 두 칸과 부엌,그리고 길손 네댓만 앉으면 꽉 차는 마루가 전부다. ‘문화적 의의를
간직한 삼강주막을 민속자료로 지정하고 복원을 서둘고 있다’는 입간판이 무색하게 흙벽에 덧칠한 시멘트는 떨어져나가고 새마을운동 때 얹은 슬레이트
지붕은 검은 이끼로 뒤덮이는 등 삼강주막은 폐가로 전락했다. 다만 수령 200년의 회화나무 한 그루만이 바람 불면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주막을 100년 째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회룡교 아래에 위치한 회룡산쉼터는 실내수영장을 갖춘 민박집. 강바람이 서늘해 한여름에도 추울 정도. 민박요금은 연중 3만원(054-655-9143). 용궁역 앞에 위치한 박달식당은 순대 전문점. 갓 잡은 돼지의 신선한 막창에 부추 찹쌀 당면 청양고추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넣어 느끼하지 않고 뒷맛이 개운하다. 순대 5000원,순대국밥 3000원(054-652-0522). 예천 읍내의 백수식당은 육회비빔밥이 맛있다. 1인분에 7000원(054-652-7777). 예천 출신의 양궁선수 김진호를 기리기 위해 만든 예천진호국제양궁장(사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전용경기장. 2∼3일 전에 신청하면 전문강사의 지도 아래 직접 활을 쏘아보는 등 무료체험도 가능하다(054-650-6411). 예천군에서 직영하는 예천온천은 지하 806m에서 솟아나는 중탄산나트륨 온천수로 유명하다. 입욕료는 4500원(054-654-65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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