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

세월

도깨비-1 2005. 12. 15. 22:58
 


          世   月


 세월(世月)은 세월(歲月)이어서 가고 난 다음에야 잦은 눈물로 규정지어지는 이름이 아닙니다. 볏단 같던 사내, 잡초같이 마구 자란 사내아이들의, 아내였고 어머니인 지울 수 없는 상처입니다. 어머니 힘내세요. 歲月은 밀어 부쳐야하는 法입니다.


 그녀는 비틀거렸다. 펑크 난 타이어처럼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비틀거렸다. 잠 못 이루는 꿈이며, 마른번개와 천둥, 가끔씩 쓰러졌고 또 일어났지만 장마 비, 장마 비는 그칠 줄 몰랐다.


 볏 잎은 오랜 장마로 주저앉고 처마는 비로 샜다. 때로는 구름이 밀려가고 파란 하늘이 언뜻 언뜻 핼쑥한 얼굴을 내밀곤 했지만, 햇살 밝은 날은 있을까, 아이들은 벼로 자랄까.


 은퇴한 군주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지나간 세월의 환상을 지우지 못 했고 아픔은 세월의 깊이만큼 깊고 견고했다. 오늘도 바람 잦은 논가에서 만나는 임의 넋, 아이들을 보세요, 뿌리내려 자라지 못해요. 그녀는 기도 하지만 세월(歲月)은 밀어붙여지지 않았고 그녀의 꿈은 눈물로 남아, 기다림으로 남아 잠 못 이룬다. 그녀의 꿈, 잠 못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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