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 . 31
- 폭설에 갇힌 세상
강원도 설악산 깊은 산중에 五歲庵 이라는 작은 암자 있다는데, 그 암자에는 폭설에 갇혀 죽은 다섯 살 짜리 동자승의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옵니다. 관음보살 품에 안겨 엄마를 찾던 아이 오늘 없고, 이 겨울초입에 무슨 폭설일 까마는 나는 초고속 통신망의 인터넷 시대에도 세상 모르는 흰 손(白手)입니다.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온통 눈앞이 하얀 세상. 흰 눈에 흰 손, 그렇게 세상은 내 속에, 나는 세상 속에 갇혀 삽니다. 신문과 TV는 무슨 게이트가 그리 많은지 연일 난리지만 나의 출구(게이트)는 어디쯤인지 게이트가 없습니다. 게이트 없는 이들의 절규가 여기 저기, 그들의 핏빛 함성은 단풍보다 더 붉은데, 폭설에 갇힌 세상에선 말조차 가로막힙니다. 언론에 자유가 있고 社主엔 비리가 있다고...일방의 논리는 폭설처럼 내리고 그 폭설에 발길 뿐 아니라 소리조차 막혀, 게이트 세상에 게이트가 없어 홀로 메아리, 홀로 아리랑, 망망대해 白雪입니다. 백성들이 다 아는 백성의 고난을 그들만 몰라, 꿈과 비전이 없는 세상에서 희망 없이 살아야 하는 우리나 애국심조차 없는 그들이나 불행하긴 매 한가지 일 듯 싶은데, 자식과 같다는 농사일 논밭 채 갈아엎는 사람들이야 오죽할까마는 아예 쌀 한 톨이 아니라 낱이삭 한 톨도 어쩌지 못하는 심정들은 또 어떨지..숨 죽여 숨 죽여 한 숨으로 기다리다, 기다리다 숨 막혀, 다 죽지나 않았는지. 아집에 갇힌 세상 달라질 기미 없고 TV도 신문도 답답키 한 가지라, 오늘도 나는 미안하고 고마운 아내를 대형 할인-마트 채소매장에 세우고 저녁이면 퉁퉁 부운 발로 투정하는 아내의 고통 외면하여 삽니다. 이 나라, 이 땅. 폭설에 갇혀, 아집에 갇혀, 아내를 모르고, 아내의 사랑을 모르고, 세상을 모르고, 세상의 원성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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