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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광주 미취학 7남매, 예산은 이런 데 써야

도깨비-1 2016. 4. 6. 15:02

 

[시론] 광주 미취학 7남매, 예산은 이런 데 써야

 

입력 : 2016.04.06 03:00 / 조선일보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최근 아동 학대 사건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미취학 또는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교육부와 경찰이 지난달 발표한 미취학·무단결석 아동 전수조사 결과에서도 학생 19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란 지위와 123조원 복지 예산을 투입하는 국가에서 가장 기초적인 아동의 취학 여부와 무단결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광주 한 가정 10명의 자녀 중 7명이 학교에 다니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던 부모가 자녀 7명을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임에도 학교에 보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각 관련 기관에서 출생신고 확인과 자녀 대상 교육급여 신청 상황을 제대로 파악만 했어도 아이들이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31조에서 모든 국민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공동의무로서 아동이 적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의무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광주 미취학 7남매가 당연히 받아야 할 교육 기회를 놓친 책임은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 동주민센터를 비롯한 관련 정부기관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교육행정과 복지행정 전반에서 무관심과 책임 회피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교육 분야 예산은 51조4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에서 81%인 41조원이 유아 및 초·중등교육에 쓰이고 있다. 엄청난 예산이 학생 교육에 투입되고 있는데도 정작 가장 기본적인 미취학 또는 장기 결석한 학생을 제대로 파악하는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육과 복지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좀 더 촘촘히 만들 필요가 있다.

교육복지 사각지대는 이번에 알려진 것보다 더 광범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교육부와 교육청은 만에 하나 놓치고 있을지 모를 교육복지 사각지대를 점검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연간 4조원 정도의 누리 과정 예산의 책임 소재를 놓고 이전투구식 날 선 공방만 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광주 미취학 7남매처럼 교육복지 사각지대에서 방치된 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절실히 기다리는 아이들만 늘 것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아동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회 인식이 확산할 때 아동 학대, 자녀 교육 방치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미래 자산이란 시각에서 취학 연령에 접어든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의무교육 은 더욱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와 우리 사회는 초등학교 취학률 99%라는 단순한 성과 위주의 수치에 만족하지 말고 한 명의 미취학 아동과 장기 결석 아동도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를 교육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필요한 행정 시스템 구축과 예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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