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잃은 '남성성'...Y염색체 제거해도 생쥐 손자도 태어나
김민수 기자
입력 : 2016.01.29 12:09 | 수정 : 2016.01.29 12:21 / 조선일보
- ▲ Y염색체를 관찰한 모습. / 네이처 제공
사람의 염색체 중 Y염색체는 남성다움의 상징이다. Y염색체가 점점 퇴화해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하와이주립대 연구진들은 Y염색체를 제거한 수컷 쥐에서 태어난 새끼 쥐가 정상적인 생식 능력이 있음을 밝혀내고 28일(현지시각)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Y염색체가 없는 수컷 쥐가 낳은 3세대에 걸쳐 정상적인 생식능력이 있음을 규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한 모니카 워드 하와이대 발생학연구소 교수(사진)가 이끄는 연구팀은 2년 전인 2014년 초 Y염색체가 지닌 생식 기능에 대한 비밀을 밝혔다. Y염색체가 담고 있는 ‘SRY’라는 유전자와 ‘EIF2s3y’라는 유전자만 있으면 정상적인 생식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바꿔 말하면 이 2개의 유전자를 다른 염색체에 이식하면 Y염색체가 없어도 번식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연구팀은 2014년 당시 Y염색체가 없도록 만든 수컷 쥐에 ‘SRY’와 ‘EIF2s3y’ 유전자만 이식해 만든 정자세포를 난자와 체외수정해 새끼를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이렇게 태어난 쥐가 다시 새끼를 낳으면서 생식능력을 갖췄음을 확인했다. Y염색체가 없는 쥐의 손자 쥐가 정상적으로 태어난 것이다.
워드 교수는 “생식에 필요한 중요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Y염색체는 쥐에게나 사람에게나 꼭 필요하다”며 “하지만 적어도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쥐에서만큼은 Y염색체가 없어도 여러 세대에 걸친 번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 결과가 Y염색체의 유전적 기능과 진화에 대한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워드 교수는 “진화적으로 이미 Y염색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설치류(두더취) 2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남성의 생식기능에 관여하는 중요한 유전자가 Y염색체의 퇴화는 학계의 오래된 연구 주제였다. 현재 사람의 Y염색체에는 78개의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염색체와 쌍을 이루는 X염색체가 2000개의 유전자를 담고 있다는 점에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Y염색체의 역할은 보잘 것 없이 여겨진다.
2006년 학술지 ‘셀’에는 Y염색체의 퇴화 속도를 감안해 보면 앞으로 1000만 년 뒤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실제로 Y염색체는 약 2억 년 전에 처음 생겼고 Y염색체가 지닌 유전정보가 꾸준히 줄고 있다는 게 연구의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의 연구진은 생식 기능과는 무관하게 포유류에서 꼭 필요한 유전자 12개가 Y염색체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Y염색체가 퇴화될 것이라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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