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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일본의 말장난

도깨비-1 2015. 7. 8. 15:17

 

 

[만물상] 일본의 말장난

입력 : 2015.07.08 03:00 / 조선일보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가 처음 몇 점 돌아온 것은 1958년이었다. 한·일 회담 분위기 조성용이었다. 우리는 이를 문화재 '반환'이라고 했다. 일본 측은 달랐다. 그들은 '증여'라고 했다. 1965년 한·일 협정으로 1200점의 문화재가 돌아올 때도 그랬다. 우리는 "반환받았다"고 했지만 그들은 "인도(引渡)한다"고 했다. 2010년 조선왕실의궤를 돌려주면서는 "넘겨준다(お渡し·오와타시)"고 했다.

▶'반환'은 주인에게 되돌려준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 문화재를 훔치거나 빼앗아 간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일본의 말장난은 이런 식이다. 한·일 협정 뒤 일본에서 온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를 우리는 '청구권 자금'이라고 부른다. 같은 걸 일본에선 '경제 협력 자금'이라고 한다.

[만물상] 일본의 말장난

 

▶양국은 1965년 국교를 재개하며 조약문에서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한국과 일본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했다. 1910년 한·일 합방 조약의 무효 여부는 당시 뜨거운 쟁점이었다. 이 조약이 무효라면 일제 36년 식민통치는 불법이 된다. 당연히 사과와 보상이 따라야 한다. 일본 외무성은 꾀를 내 '무효' 앞에 '이미'라는 안 넣어도 될 말을 넣었다. 우리는 이를 "한·일 합방 조약이 원래 무효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은 "1948년 한국 정부 수립 후 효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식민 지배는 합법적이었다는 억지다. 지금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이미'라는 말에서 비롯한 셈이다.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르는 과정에서 일본의 말장난 병(病)이 도졌다. 유네스코 심의에서 일본 대표가 'forced to work'라고 말한 걸 두고 우리 외교부는 "일본이 한국인 강제 노동을 인정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본은 외무상이 나서 "강제 노동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강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forced laborer'라는 분명한 표현이 있다. 일본 대표가 이 말을 피한 것부터 강제 노동이라는 말에 물을 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렇다 해도 독일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판결문에는 'forced to work'가 명백하게 강제 노동을 표현하는 말로 나와 있다. 일본 대표가 말한 대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기 의사에 반해 억지로 일하게" 됐으면 그게 강제 노동이지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한가. 마음 열고 대화하려 해도 일본의 얄팍한 속셈들이 가로막는다. 외교부도 일본이 말장난할 빌미를 주지 않도록 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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