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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勞組만 승리한 공무원연금 개혁

도깨비-1 2015. 5. 5. 11:26

 

[전문기자 칼럼] 勞組만 승리한 공무원연금 개혁

  •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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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5.05 03:00  / 조선일보

     

    공무원노조는 지금쯤 '연금 개혁 전투'에서 승리했다며 축배를 들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연금 개혁으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했고,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고 자랑 삼아 뒷얘기 나누기에 분주할 터이다. '연금 개혁'은 대통령만 외친 구호였을 뿐 모두가 자기들 편이었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이번 개혁으로 내년에 하루 100억원씩 투입될 연금 재정 보전금이 60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개혁의 폭과 20년이란 긴 세월의 속도가 당초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사실 대통령은 손발이 없이 외롭게 연금 개혁을 주장했다. 실제 정부는 애초 개혁 의지가 없었다. 공무원 스스로 자기 목에 방울을 달 리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야당은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공무원과 가족들을 자기들의 표로 만들 요량으로 공무원노조 편에 섰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표 뺏길 것을 걱정해 남의 일처럼 여겼다. 저마다 자신의 주판알 튀기는 데 분주했으니 결과는 뻔했다.

    여야는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제도로 고쳐 70년간 적자 보전금은 497조원, 총재정 부담액은 333조원을 절감하게 됐고 절감분을 국민연금 강화에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자 보전금을 줄이려면 우선 단기적으로 보험료 수입을 늘려야 한다. 받는 돈을 깎는 것은 효과가 20년쯤 뒤에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료를 5년에 걸쳐 올리고 받는 돈도 20년에 걸쳐 깎겠다고 했으니 개혁 효과는 30~40년쯤 뒤로 미뤄진다. 당장 내년에 보험료를 올려 1조원의 수입이 더 생겨 적자는 하루 6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6년 뒤인 2021년에 다시 3조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이후 4조원(2023년), 5조원(2024년), 6조원(2025년)으로 껑충 뛴다. 하루 적자 폭이 또다시 60억원, 1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연금 개혁 효과는 6년이면 끝나고 다시 지금처럼 늘어난 적자 보전금을 세금으로 해결해줘야 한다.

    이뿐 아니다. 공무원노조는 그동안 공무원들이 불리했던 조항을 모두 얻어냈다. 20년 가입해야 연금을 타던 것을 10년으로 줄였다. 공무상 재해만 재해 보상 급여를 주었지만 앞으로는 공무가 아닌 일로 재해를 입어도 연금에서 급여를 주기로 했다. 퇴직금만 일반 회사원과 똑같게 만들면 더 이상 요구할 게 없을 정도다.

    일반 공무원들은 이번 개혁에서 연금 지급률을 1.9%에서 1.7%로 낮춰 받는 돈이 줄어들었다고 여긴다. 하지만 오래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겐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제도가 됐다. 지급률을 1.9%에서 1.7%로 낮춘 대신 연금 가입 기간을 33년에서 36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공무원 평균 월급인 467만원짜리 월급쟁이가 현재 33년 가입해서 받는 연금액은 62.7%인 292만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36년 가입해 61.2%를 받으면 285만원을 받아 월 7만원만 줄어들 뿐이다.

    사정이 이러니 누가 연금을 깎았다고 할 것인가. 한 해 40만명인 은퇴 공무원의 연금을 대주기 위해 국민이 한 해 4조원, 5조원, 6조원씩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을 공무원도 알아야 한다. 공무원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공무원을 걱정하는 사회가 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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