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새시대·새정치 열망을 구현하려면
입력 : 2015.05.05 03:20 / 조선일보
이념 매몰된 투쟁 중심, 좌파 寄生세력서 독립해
독자 세력 '비전' 내놓고 보스 정치 舊態 벗어나
오픈프라이머리 공천 통해 多黨 정치 체제 만들어야
-
- 이영작 前 한양대 석좌교수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 특히 광주 서구을 참패를 천정배 의원은 자신의 승리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호남의 새시대·새정치에 대한 열망의 표출로 보아야 한다. 천 의원은 단지 그 열망의 대리인이다. 천 의원이 '뉴 DJ'를 말하지만 DJ가 환생해도 30년 전 방식의 정치를 한다면 호남은 배척할 것이다. 그만큼 호남은 성숙했다. 이번 선거는, 천 의원과 호남 정치인에게 호남이 바라는 것은 DJ 정치도 아니고 단순히 국회의원 몇 명이 아니라 호남이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 되는 새정치를 바란다는 종(鐘)을 친 것이다. 호남의 열망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명분·비전·전략을 갖춘 호남 신당이 요구된다.
첫째가 명분이다. 호남은 변방 정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먼저 호남 정치가 변방으로 밀려난 원인을 살펴야 한다. 간단하다. 호남에 기생하는 좌파 정치 세력의 이념·진영 논리에 의한 투쟁 일변도 정치 때문이다. 투쟁적이고 파괴적인 이념·진영 정치가 계속된다면 호남 정치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도 희망이 없다.
DJ는 영남 후계자를 두면 지역감정이 극복되고 대한민국이 통합될 것으로 믿었다. 그 산물이 노무현 정권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역·이념·진영 정치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DJ의 꿈을 처절하게 좌절시켰다. DJ가 정권 교체에는 성공하였지만 통합 정치에는 실패한 것이다. 호남이 이념·진영 정치에서 독립해야만 호남이 변방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학습 효과로 얻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호남은 호남에 기생하는 좌파 정치 세력으로부터 해방 선언을 한 것이다. 호남 신당은 이 해방 선언을 담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를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가 희망·비전이다. 비전 없는 정치는 영혼 없는 정치다. 새정연이 호남에서 실패한 원인은 호남에 비전도 희망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남은 표밭일 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사면 스캔들에서 드러난 것은 DJ는 노 대통령의 측근 기업인보다도 영향력이 없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은 특별사면했지만 DJ 가신(家臣)들의 특별사면을 기각하였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특별사면했다. 호남이 배신당했다는 구체적 정황이다. 그러는 동안 호남은 충청권보다 인구가 적어졌고 경제 발전 전망도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에 이어 마지막이 호남권이라 한다. 충청은 14대 대선 이래 다섯 번 계속해서 승리하는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10년 집권에도 호남은 낙후됐다. 정권 교체가 호남 발전의 답이 아님을 보여준다.
호남 신당은 호남이 좌파 이념·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독자 정치 세력화하고 주류 정치에 들어가면 잘살게 될 것이라는 비전과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영남에서도 호남으로 유학을 오고 직장을 구하러 올 때 호남의 자존심이 살아나고 DJ의 '무호남(無湖南) 무국가(無國家)'의 꿈이 구현될 것이다.
셋째가 새로운 창당 전략이다. 좋은 명분과 비전도 실천할 의지와 전략이 없으면 허망 그 자체다. 천정배 의원은 고작 뉴 DJ들을 키우고 새정치연합 의원 빼오기 전략을 말하면서 30년도 더 된 보스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어느 호남인이 천정배 의원을 정치 보스로 모시려 할까? 동교동계가 호남 신당을 하겠다면 누가 더 힘을 받을까?
성공적인 호남 신당 전략은 '판소리' 전략이다. 호남 30개 지역구에 '판'(예비선거위원회)을 하나씩 깔고, 각 판에 '소리꾼'(정치인과 정치 지망생)들이 모여 경쟁해 주민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소리꾼을 후보로 공천하는 것이다. 호남 신당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의한 공천을 하고 중앙당은 오픈프라이머리 관리만 하면 될 것이다. 정치 보스가 아니라 호남인들이 호남 정치의 주역이 되는 전략이다. 호남 신당 창당 전략이 힘을 받으면 수도권과 전국으로 '판'이 퍼질 수도 있다.
차기 총선에서 우파 새누리당, 좌파 새정치연합, 호남 신당의 3당 체제가 된다면 호남 신당은 성공한 것이고 국회 의정 활동에서, 또 차기 대선에서 주역 내지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것이다. 1990년 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과 2011년 민주당과 진보 세력이 창당한 통합민주당은 모두 정치를 후퇴시켰다. 인위적으로 강요된 양당(兩黨)체제는 이념·진영·지역의 갈등만 심화시키고 정치를 후진시킨다는 것을 증명한다. 다당(多黨)체제는 우리가 부러워하는 독일식 정당 간의 합종연횡 정치를 가능케 할 것이다. 양당 체제는 다양한 현대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영국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분이 70%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다당 체제가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우파당, 좌파당, 호남 신당 또는 다른 형태의 다당 정치체제가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탄을 이번 4·29 재·보선이 울렸다.
11
'정치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스크에서] 조 교육감이 놓친 法조항 (0) | 2015.05.05 |
---|---|
[전문기자 칼럼] 勞組만 승리한 공무원연금 개혁 (0) | 2015.05.05 |
[태평로] 듣기 거북한 '호남정치 復元'이라는 말 (0) | 2015.04.07 |
[朝鮮칼럼 The Column] 大戰略 필요한 한국 외교 (0) | 2015.04.07 |
"사드, 정치 이슈화되면 관련국에서 악용할 소지" (0) | 2015.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