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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양심 對 극우… 법정으로 간 '위안부 報道'

도깨비-1 2015. 2. 12. 09:34

 

日 양심 對 극우… 법정으로 간 '위안부 報道'

  • 도쿄=차학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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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2.12 03:00 / 조선일보

    [피해자 증언 보도한 아사히 前기자, 극우 논객에 소송]

    "날조라며 허위사실 퍼뜨려… 가족까지 살해협박 받아"
    변호사 170명이 소송 지원, 극우 논객은 아베의 '同志'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첫 증언'을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호쿠세이가쿠엔(北星學園) 대학 비상근 강사가 자신을 "위안부 문제를 날조한 기자"로 비난해온 일본의 극우 성향 여성 논객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씨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10일 제기했다.

    우에무라씨는 아사히(朝日)신문 기자였던 1991년 8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공개한 김학순 할머니 증언을 특종 보도했다. 우에무라씨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쿠라이씨가 '위안부 기사를 날조한 기자'라는 허위사실을 퍼뜨려 가족까지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재직 중인 대학에도 "해고하지 않으면 테러를 가하겠다"는 극우세력의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 우에무라씨는 사쿠라이씨와 글을 실은 잡지사에 대해 사죄 광고와 1650만엔(약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우에무라씨는 지난달에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도쿄기독교대 교수와 관련 보도를 한 잡지사에도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우에무라씨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도 관련 명예훼손 소송의 쟁점 비교 표
    방송 뉴스 앵커 출신인 사쿠라이씨는 '아베 총리의 사상적 동지'로 유명하며 기고와 강연, 방송 활동을 통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해왔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국가 기본문제 연구소'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사과한 고노 담화 폐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소송의 쟁점은 기사 내용의 진실성 여부이다. 우에무라씨는 당시 기사에 "(김학순씨가) 여자 정신대라는 명목으로 전쟁에 연행돼 일본 군인 상대로 매춘 행위를 강요당한 조선인 종군위안부 중 한 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쿠라이씨는 기고문에서 "김학순씨는 정신대가 아니라 가난해서 부모에 의해 팔려나간 불쌍한 여성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에무라씨는 "당시 한국도, 일본에서도 여자정신대와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혼동해서 사용했다"고 했다. 그는 "기사에는 (김학순씨가) 17세에 속아서 위안부가 됐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사쿠라이씨가 기사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허위주장을 폈다"고 했다.

    또 다른 쟁점은 논객과 학자의 논평이 명예훼손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사쿠라이씨는 소송에 대해 "언론은 어떤 비판에도 언론으로 대응해야 한다. 나의 논평에 불만이 있다면 (소송이 아니라) 언론의 장에서 당당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에무라씨는 "반론을 했는데도 사쿠라이씨가 날조라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펼쳐 가족과 재직 대학의 학생까지 협박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법정에서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우에무라씨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결국 위안부의 강제성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일본의 양심 세력과 극우 세력 간의 대리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170여명이 우에무라씨의 소송을 지원한다. 최종 판결까지 4~5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보도와 관련, 극우 성향 인사들이 아사히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학자 정치인 등 8700여명은 아사히가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국제사회에 퍼뜨려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1인당 1만엔의 위자료와 사죄 광고를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달 제기했다. '아사히 신문을 바로잡는 모임' 회원 등 400명도 지난 9일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