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분수대] '세월호'가 남긴 과제, 재난과 미디어

도깨비-1 2014. 5. 19. 10:55

 

[분수대] '세월호'가 남긴 과제, 재난과 미디어

[중앙일보] 입력 2014.05.17 00:55
“바그다드의 하늘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하늘이 불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1991년 1차 걸프전을 보도한 CNN 종군기자 피터 아네트의 첫마디다. CNN 취재진은 이라크 바그다드 호텔 방에서 연합군의 폭격이 쏟아지는 거리를 카메라로 비추며 밤새 방송했다. 안방극장에 전쟁을 생중계하는 시대의 개막이었다. CNN이 세계 언론시장에서 일약 스타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CNN의 보도는 일방적인 미국 중심주의에, 전쟁을 마치 갤러그 게임처럼 보이게 해 마땅히 작동해야 할 미국 사회의 죄의식을 희석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1년 9·11 테러는 그런 컴퓨터 게임 같은 폭력의 이미지를 뒤바꿨다. 게임에서나 봤던 장면이 실제 미국인들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특히 두 번째 빌딩에 비행기가 부딪치는 순간은 TV로 실시간 방송됐다. 이후 무너져 내리는 빌딩과 아비규환…. 테러의 생중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미디어의 활약이 돋보인 사건이었다. 선문대 이연 교수에 따르면 “(참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언론의 재난보도가 더 빛났다.” 일본 내각은 우왕좌왕했으나 언론이 신속한 대피 경보, 정확한 피해 보도로 “일본인들을 진정시키는 소방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당시 한국·일본·미국의 보도를 비교한 논문에서도 한국 언론은 “극심한 피해 부각, 사실적이기보다는 자극적·주관적 언어 사용, 분석·탐사보다 속보, 전문가보다 정부 발표 의존이 높게 나타났다”(성균관대 백선기 교수 외).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얼굴을 또 한번 드러냈다. 속보 중심 관행 속에 갈팡질팡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오보가 이어졌다.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대중은 분노했다. 재난보도를 하는 미디어가 도리어 재난에 처한 꼴이다. 부끄럽다.

 일부 언론에서는 보도 태도를 반성하면서 내부 갈등까지 벌어졌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유족의 항의를 받은 KBS 전 보도국장은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KBS 노조는 물론이고 보도국 부장들까지 사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동시에 세월호 참사는 TV 생중계를 넘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록한 재난이기도 하다. 희생자들은 스마트폰과 SNS로 최후의 기록을 남겼다. SNS는 대안미디어로서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드러냈다. ‘재난과 미디어의 역할’. 세월호 참사가 남긴 또하나의 과제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