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대로 있어라” 방송하면서…승무원들은 이미 탈출

도깨비-1 2014. 5. 5. 15:26

“그대로 있어라” 방송하면서…승무원들은 이미 탈출

등록 : 2014.04.17 20:17 수정 : 2014.04.18 00:37 /한겨레

 

얼굴 가린 선장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모자가 달린 웃옷 차림으로 17일 오전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최초 사고 신고 8분 전
기관장이 기관사에 “탈출하라” 전화
선장·선원 6명 가장 먼저 구조돼
비상시 임무 매뉴얼 안지켜
해경, 선장 등 승무원 10명 소환조사

16일 발생한 전남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 사고 과정에서 승객의 탈출을 도와야 할 선장과 일부 선원들이 배가 침몰하자 먼저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승조원 가운데 사망한 박지영(22)씨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양보하며 승객들 곁을 지켰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가 사고 당시 승객들에게는 ‘대기하라’고 방송한 반면, 기관사는 몇몇 선원들에게 탈출하라고 하고 자신도 탈출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세월호 보조기관사 박아무개씨는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고가 최초로 신고된 오전 8시58분보다 이른 8시50분께 기관장이 “빨리 기관실을 탈출하라”고 전화해 3명이 탈출했다고 말했다. 사고 사실을 먼저 안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알리기 전에 이미 탈출을 준비했고, 실제로 일부 선원들은 가장 먼저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승객들은 5~6차례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들은 뒤에 이미 배가 상당히 기울어진 상황에서 탈출하라는 방송을 들었다고 전했다. 세월호 조타수 오용석(58)씨는 “배가 기울어 바로 조타실로 뛰어갔을 때 선장은 문에 기대어 있었고, 대기하라고 방송을 여러 번 했다. 해경 배가 앞머리에 대고 있어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해경의 첫 구조대는 9시40분께 도착했고 선장과 선원 6명은 9시50분께 해경 보트를 타고 탈출했다.

세월호 선장과 승조원들은 내부 매뉴얼 역시 지키지 않았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는 비상 상황에 직위에 따른 임무가 명시돼 있다. 인명구조 상황에서 선장은 선내에서 총지휘를 맡아야 한다. 1항사는 현장지휘, 2항사는 응급처치와 구명뗏목 작동, 3항사는 선장을 보좌해 기록·통신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정작 이들이 지킨 것은 ‘선장 지시에 따라라’는 대목 하나였다.

반면 ‘인명이 최우선’이라는 선원 행동요령에 충실한 승조원 박지영씨는 목숨을 잃었다. 단원고 2학년 김수빈(17)군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고가 나자 누나(박지영씨)가 우리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며 “누난 너희들 다 탈출하고 나서 나갈 거야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작 박씨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배가 기울어지자 김군을 비롯해 난간에 매달려 있던 학생들에게 뛰어내리라고 해 생명을 구했다. 김군은 “누나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침몰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해경은 17일, 이틀째 세월호 선장 이씨 등 승무원 10여명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웃옷에 딸린 모자로 얼굴을 가린 이씨는 이날 해경 조사에 앞서 “피해 가족들한테 정말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선원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원법 11조엔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편, 대검찰청과 해양경찰청은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성윤)를 꾸리기로 했다. 수사본부는 세월호의 교신기록을 확인해 해양수산부 등에 위치한 선박운행통제본부로 수사범위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균형을 잃은 세월호가 침몰할 것을 예상하고 적극적인 대피활동을 지시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통제본부 초기대응의 적절성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세월호 선장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공범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목포/김영동 안관옥 기자, 노현웅 박수지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