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월호 희생자 돕자는데…성금 모금 반대, 왜?

도깨비-1 2014. 5. 5. 14:33

세월호 희생자 돕자는데…성금 모금 반대, 왜?

등록 : 2014.04.29 16:45 수정 : 2014.05.02 15:14  /한겨레

 

서울 여의도 국회 민원실 앞에 진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가족들을 위한 모금함이 마련되어 있다. 뉴시스

표창원 “책임질 자 탈탈 다 털고 난 뒤에 국민 모금하자”
“성금에 앞서 정부 상대 소송 비용부터 모으자” 제안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성금이 답지하고 있는 가운데, 성금보다 “구조와 책임 규명이 먼저”라는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엄연한 인재인 만큼 국민 성금으로 무마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자에게 철저히 배상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28일 트위터를 통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방송사 등의 성금·모금 추진에 대해 “책임질 자 탈탈 다 털고 나서 성금을 모금하자. 성금 모금은 책임을 덜어줄 수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표 전 교수는 특히 참사 책임자를 대상으로 배상을 촉구하며 “도의적인 보상과 책임을 묻는 ‘배상’은 차원이 다르다. 청해진해운 유병언 일가,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등 안전관리사, 국가 등의 책임을 반드시 따져 철저히 ‘배상’하게 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모두 물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나 기관이 배상을 하게 되면 배상 원인인 청해진해운 등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그러면 직무상 과실이 있는 책임자들이 물어내게 된다는 얘기다.

국민 성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보상하지 않은 전례도 거론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때 구조 작업을 돕다가 침몰한 금양호의 경우, 선원 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으나 정부는 이미 ‘의사자’에 준하는 예우를 받았다며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유가족에게 선원 1인당 국민 성금 2억5000만원을 먼저 전달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지나치게 이른 모금 시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직 구조 작업이 진행중인데다, 관 주도의 성금 모금 운동이 ‘이쯤에서 사고를 마무리 짓고 여론을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일 수 있다.

지난 24일 유족들이 정홍원 국무총리가 성금 모금을 지시한 사실을 거론하며 “우린 성금 모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사지가 멀쩡할 때 끌어내는 것이 먼저다”라고 항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PD연합회도 지난 26일, “한국방송(KBS)이 이번 주말부터 세월호 모금방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재난사고 성금 모금은 해당 재해의 1차적인 수습이 완료된 뒤에나 가능하다. (…) 사태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무능과 일부 정치인의 비상식적 언행으로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비판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시기에, 모금 방송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마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성금은 우리가 잘 알아서 낼 테니 정부는 일이나 제대로 하는 걸로”(@todo****),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성금조차도 정부의 주도하에 추진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생색을 내려는 후안무치한 정부”(아이디 다빈**) 와 같은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거 대형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관 주도 하에 걷었던 ‘성금’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고, 유가족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새삼 제기되고 있다. 아이티 대지진 당시 성금을 바로 전달하지 않고 적금해 둔 사례, 천안함 성금 중 2/3만 유가족들에게 전해진 사례, 군에서 회식비로 사용한 사례 등이 거론된다. “대한민국은 국민 성금도 투명하게 관리할 능력이 없다”(장마**)는 비아냥이 나오는 까닭이다.

전반적으로 ‘성금 반대 운동’이 온라인 상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무능력한 정부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성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진실 규명이 먼저’라는 주장과 ‘성금 대신 해운업체와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단을 꾸릴 소송 비용을 모으자’거나 ‘유가족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 씨 또한 “성금을 내고 나면, 저도 모르게 ‘이제 내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성금은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서 내는 겁니다. 나중에, 잊어도 될 때, 그때 냅시다”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