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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는 설명 안 되는 出·入·入·入

도깨비-1 2014. 3. 5. 13:42

상식으로는 설명 안 되는 出·入·入·入

 

52분 간격 '北→中' 두 번 통과… 그 사이 두만강 건너 밀입북했나
유씨 일행 세 명 모두 入·入·入… 전산 시스템 동시 오류 납득 안돼
中國 국적 유씨의 간첩 혐의 재판… 중국에 심판 역할 기대해도 될까


 

김창균 부국장 겸 사회부장  입력 : 2014.03.05 05:41 / 조선일보

 

2004년 초 탈북(脫北)해서 서울에 정착한 유우성씨는 2006년 5월 22일 북에 남아 있던 어머니가 별세(別世)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유씨는 5월 23일 중·북 세관을 통해 입북해 어머니 장례와 삼우제까지 치른 뒤 5월 27일 북·중 세관을 거쳐 중국으로 나왔다. 여기까지는 아무도 이견(異見)이 없다.

그 이후 유씨 행적에 대해 검찰·국정원과 민변이 맞서고 있다. 검찰·국정원은 유씨가 중국으로 나온 직후 북에 남은 아버지와 여동생이 눈에 밟혀 함북 회령 집을 다시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틀 후 북측 보위부원들이 들이닥쳐 유씨를 체포한 뒤 협박·회유해 보위부를 돕는 간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민변은 유씨가 어머니 장례식을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왔으며 이후 북에 간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주장 때문에 유씨의 출·입경 기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국정원이 제시한 출·입경 기록은 유씨가 어머니 장례식을 위해 중국→북한(5월 23일), 북한→중국(5월 27일 오전 10시 24분)을 한 차례 오간 뒤 5월 27일 오전 11시 16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으며 그로부터 보름쯤 후인 6월 10일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온 것으로 돼 있다. 민변 쪽 기록도 검찰·국정원 기록과 99% 일치한다. 다만 유씨가 5월 27일 오전 11시 16분에 중국→북한이 아니라 반대 방향인 북한→중국으로 움직였다는 부분만 다르다. 나머지는 날짜·시간·분·초 단위까지 똑같다. 중국 세관을 기준으로 검찰·국정원 기록은 유씨가 중·북 간을 두 차례 왕복한 '出(출)·入(입)·出·入'이고, 민변 기록은 유씨가 중국에서 북한에 한 차례 들어간 뒤 이후 세 차례 북에서 중국으로 나오기만 한 '出·入·入·入'이다.

검찰·국정원과 민변은 각각 자신들의 자료를 뒷받침하는 확인 문서까지 중국 쪽에서 입수했다. 법원은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중국에 문의했다. 돌아온 답은 '민변 자료는 모두 진본(眞本)이고, 검찰·국정원 자료는 모두 위조(僞造)'라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세상에 떠들썩한 '서류 위조 논란'의 전말이다.

중국이 판정 내린 대로 민변 자료가 맞는다면 유씨는 2006년 5월 27일 오전 10시 24분 북·중 세관을 거쳐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온 뒤 오전 11시 16분 또다시 북·중 세관을 거쳐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온 것이 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 52분 사이에 유씨가 두만강을 건너 밀입북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가능해도 유씨가 왜 그런 어이없는 일을 했는지 설명이 안 된다.

민변은 이런 상식적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시스템 오류설(說)'을 들고 나왔다. 유씨가 어머니 장례식 참석을 위해 중→북(出), 북→중(入)으로 움직인 두 차례 기록만 사실이고 이후 두 차례 入·入 자료는 전산 시스템 잘못으로 발생한 자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또 다른 미스터리를 낳는다. 유씨의 고향 방문엔 유씨 어머니의 사촌 형제인 국△△씨와 국◇◇씨가 동행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의 출·입경 기록에도 똑같이 '出·入·入·入' 패턴이 등장한다. 민변 주장대로라면 유씨 일행 세 사람 각각에 대해 두 차례씩 엉터리 북→중 국경 통과 기록이 전산 시스템에 찍혔다는 얘기다. 세 사람은 5월 27일 오전 11시 16분 무렵과 6월 10일 오후 3시 17분 무렵 같은 날짜 같은 시간대에 1~3분 간격으로 국경을 통과한 것으로 돼 있다. 국가 전산 시스템 오류가 이처럼 절묘하게 발생할 수 있을까. 벼락을 두 번 맞는 로또 1등 확률보다 수백 곱절쯤 되는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자연스럽고 그럴 법한 검찰·국정원의 '出·入·出·入' 자료는 모두 가짜라고 하면서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민변의 '出·入·入·入' 자료만 진짜라고 한다. 유씨는 한국 법정에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국정원은 유씨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민변은 유씨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중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재북(在北) 화교 출신인 유씨의 국적은 중국이다.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중국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한 중립적인 심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중국 정부는 북·중 접경 지역의 한국 국정원 활동을 오래전부터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그런데 이번 일로 그 정보망이 노출되고 흔들리고 있다. 검찰·국정원 자료에 붙여진 '위조' 딱지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이처럼 복합적인 효능이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出·入·入·入 수수께끼'라는 늪 속에 점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김창균 | 부국장 겸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