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2.25 05:34 /조선일보
이 사건 진상조사를 맡은 대검은 검찰과 변호인 측이 법원에 낸 문건 8건에 대한 감정을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의뢰했다고 이날 밝혔다.
◇중국 입장에선 '방첩(防諜) 사건'
중국이 허룽시 관계 당국 내부 조사에 나선 것은 국정원이 검찰에 낸 문서가 '날조'나 '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을 '방첩(타국의 정보활동을 막는 일) 사건'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의 정보를 외국(한국)에 제공한 '간첩'을 찾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 측 정보원이 중국 정부 입장에선 '간첩'에 해당하는 셈이다.
중국 대사관 영사부가 "검찰 측 서류는 위조"라는 회신을 법원에 보내면서, 이 회신을 민변에 먼저 유출한 배경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소식통은 "김일성대학을 졸업하고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일했던 친북 성향의 한 영사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동북 3성 '휴민트' 붕괴 위험
이번 사건으로 우리 정보 당국이 중국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에 구축해 놓은 정보망이 훼손되고,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원이 문서 입수 경위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정보 활동이 공개되면, 우리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망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해외에 '화이트(백색)'나 '블랙(흑색)'이라고 불리는 정보원을 보내 정보 전쟁을 벌인다. 화이트는 대사관 등에 파견돼 공식 직무를 수행하는 공개된 요원이고, 블랙은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비공개 요원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의 색출 작업으로 중국 내 우리 측 정보원들이 피신에 나서는 등 공황 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린성의 소식통은 "지린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 속한 허룽시는 두만강을 통한 도강(渡江)이 쉬워 탈북자가 가장 많이 넘어오는 지역으로 우리 정보 당국이 대북 정보망의 기반을 닦아 놓은 곳"이라면서 "이번 사건으로 우리 정보원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랴오닝성 선양 역시 남북 간 정보전이 아주 치열한 곳인데 색출 작업으로 정보원이 처벌되면, 우리 정보망이 붕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양의 대북 소식통은 "이번 사건이 한·중이 서로 첩보원을 색출하는 '정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사람(human)과 정보(intelligence)의 합성어로 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얻은 정보, 또는 정보 수집 방법을 말한다. 레이더나 전파 분석 장치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정보 활동은 시진트(SIGINT:Signal Intelligence)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