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蔡 총장, 사실의 可否 확실히 설명하는 게 正常이다
입력 : 2013.09.16 03:06 / 조선일보
채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도 그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갖가지 유언비어(流言蜚語)를 낳으며 퍼져가고 있다. 채 총장이 문제 된 여러 가지 의혹의 사실 여부를 증거를 통해 하나하나 명확히 해명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부인하면서 물러나겠다고만 한 애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채 총장과 14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업소 주인 임모씨는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서 "제 아이의 아버지는 채모씨는 맞으나 검찰총장 채동욱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임씨는 "아이가 커서 채 총장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업소 주변 사람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아이 학적부에 그(채동욱 총장)의 이름을 함부로 빌려 썼다"고 했다.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임씨의 행위는 채 총장 이름을 마음대로 도용(盜用)한 것이고, 이것이 이번 논란의 발단(發端)이다. 상식으로 판단하면 아무 관련이 없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상의도 없이 아이 학적부의 아버지난에 자기 이름을 멋대로 갖다 썼다면 이름을 훔쳐 쓴 상대에게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사실 관계부터 명확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채 총장은 임씨의 편지가 공개된 뒤에도 임씨와 관계에 대해 해명도 하지 않고 법적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상식적 절차와 단계를 생략하고 건너뛰면서 의혹은 부인하고 사퇴하겠다고 나섰으니 그의 거취(去就)가 정쟁(政爭) 문제로까지 번진 것이다.
임씨는 편지에서 "채 총장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은 적이 없고 채 총장과 연락이 닿은 지 수년이 지났다"고 했다. 그간 해오던 음식점·술집도 몇년 전에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황에서 임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32평짜리 아파트를 세 얻어 살다가 채 총장 인사청문회 하루 전날인 지난 4월 1일 임차료가 더 비싼 강남구 도곡동 33평 아파트로 이사했고, 지난 8월 말 아이를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 이 대목도 보통 사람의 상식과는 어긋나는 일이어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채 총장으로선 사적(私的)인 문제가 공론화(公論化)돼 개인적으론 적지 않게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채 총장은 국가 공권력을 대표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해 공직 기강을 다스리는 국가 최고 사정(司正) 기관의 최고 책임자다. 사실(事實)의 논란은 사실 여부를 확실하게 함으로써 매듭지어야지, 정치적 상황 논리를 끌어와 대처하는 것은 현명한 처신도 옳은 처신도 아니다. 이대로 가면 법무부가 채 총장의 계좌와 통화 내역을 추적하는 본격적인 진상 조사로 들어가게 된다. 검찰 조직이나 채 총장 본인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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