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v/20130910171807887
그런데 개막 하루 전, 삼성이 '세계 최초' 기술을 공개한 겁니다. 바로 65인치 UHD 곡면 TV입니다. 지금 가장 많이 팔리는 LED TV를 휜 다음에 4배로 화질을 높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단한 건가 싶으실 텐데, 대단한 것 맞습니다. LED TV는 유리가 주재질이라 상당히 두꺼울 수밖에 없는데, 이걸 휜 다음에 화질을 높이기 위해 발광체 등등 부품을 그 곡면에 4배 이상, 하나의 흠이 없이 박아 넣은 겁니다. 천하 고수가 모인 무술대회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최신 검법을 선보인 뒤에, 으쓱하며 "어이, 상대할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 직후, LG 전시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올 초 CES에서 공개했던 제품들만 놓여 있었습니다. 이대로 IFA가 개막하면 삼성에 밀리는 모양새가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LG는 '세계 최대'로 맞섰습니다. 77인치 세계 최대 UHD 곡면 OLED TV를 밤새 가져다 놓은 겁니다. 위 사진이 삼성 발표 때고, 밑에 사진이 그 다음 날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글자들이 바뀐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LED가 현재 기술이라면, OLED는 미래기술입니다. 유리를 쓰는 LED와 달리 플라스틱을 쓰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고 또 가볍습니다. 당장 이 제품만 해도 두께는 7-8mm 밖에 안되고 무게도 30kg 대입니다. 화질은 뭐 말할 것도 없고요. OLED 특유의 자연스런 색감이 돋보였습니다. 다른 나라 회사들은 50인치대 OLED도 겨우 만들까 말까한데, 4배 화질에 77인치를 곡면으로 휘었으니 또 대단합니다. "어이 삼성, 봤나?"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이 TV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뒷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삼성과 LG는 박람회 때마다 몇 가지 비장의 신무기를 가지고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수를 보면서 어떤 제품으로 대응할지 결정한다는 것이죠. 전날 삼성의 UHD 곡면 TV를 보고 LG에서는 밤 늦게까지 회의를 했습니다. 77인치 UHD OLED를 공개하느냐 마느냐 갑론을박이 이어진 끝에 공개하기로 했고 밤샘 진열 준비를 한 겁니다.
아마 경쟁업체들은 깜짝 놀랐을 겁니다. 그런데 놀란 이유가 두 회사가 단순히 한 발 앞선 기술을 내놔서가 아닙니다. 진짜 진검 승부는 넉 달 뒤 CES입니다. 삼성-LG는 "이 정도는 보여줘도 괜찮다. 넉 달 뒤엔 더 놀랄만한 기술을 보여주지"라고 선언한 셈입니다. 지금 기술도 못 따라가겠는데 새 기술이라뇨, 경쟁자들이 놀랄만도 하죠.
물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전자업계에서 방심은 금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내 두 회사가 라이벌 의식을 갖고 건전한 경쟁을 펼치는 한, 방심을 할 새가 없을 겁니다. 현장에서 지켜보니 LG나 삼성이나 힘들긴 하겠지만 맞수는 맞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CES에서 과연 이 두 회사는 어떤 기술을 또 선보일까요. 오늘 밤도 두 회사 연구소의 불은 꺼지지 않을 겁니다.
P.S) 그런데 이 두 회사 때문에 크게 굴욕을 당한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일본 소니 이야긴데요. 다음 편에 이어서 소개하겠습니다.
김범주 기자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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