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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 전쟁'

도깨비-1 2014. 1. 28. 10:03

[시론]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 전쟁'

 

역사 전쟁 본질은 좌·우 이념 논쟁
미국, 초당적 대응해 좌파 책 부결… 우리 야당은 갈등 증폭에 앞장서
해외 동포들 전체주의 횡포에 놀라
대한민국 정통성 서술한 역사책… 市民들 사는 것까지 막지 못할 것

 

입력 : 2014.01.18 03:17/ 조선일보

  • 정경희 前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역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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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한 8종의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시작된 역사 전쟁이 끝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야당 의원, 좌파 역사학계,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단체 등이 교학사 교과서를 조직적으로 공격해서 이 교과서를 교재로 채택한 학교가 0%에 가깝게 만든 것이 이 전쟁의 현황이다.

    역사 전쟁의 본질은 좌·우 이념 논쟁이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은 폄하하면서 북한 정권은 감싸고 도는 좌파 교과서들이 자신들의 독무대인 국사교육 현장에 대한민국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서술한 교학사 교과서가 새로 등장하자 이를 막기 위해 광기(狂氣)를 부린 것이다. 저들 교과서의 필자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서술을 비롯한 좌편향 서술을 시정하라는 교육부의 명령에 대해 끝까지 고치지 않겠다고 저항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1994~1995년 역사표준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계속되면서 사회를 뒤흔든 적이 있다. 역사표준서란 초·중·고 학생들의 역사교육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된 지침서다. 그런데 개발된 역사표준서를 막상 열어보니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나 미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헌법은 제대로 서술하지 않는 등 미국의 건국을 폄하하면서 인디언 학살과 노예제의 잔혹성만 강조하는 좌파 성향의 책이었다.

    역사표준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날로 격화되자 마침내는 정치권이 나섰다. 미국 상원은 논의 끝에 이 역사표준서가 반(反)국가적이라고 규정하고, 99대1로 이 역사표준서를 전국적인 역사표준서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상원은 공화당 소속이 52명, 민주당 소속이 48명이었지만 역사표준서의 내용이 반국가적이라는 게 알려지자 모든 상원의원이 이념을 떠나 초당적(超黨的)으로 대응하면서 99 대 1이라는 놀라운 표결 결과가 나왔다.

    미국 정치가들은 이념이나 당략을 버리고 애국심에 의해 움직였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일부 야당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기도 전에 이 교과서가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 활동을 한 사람으로 표현했다'거나 '5·18을 폭동으로 규정했다'고 말하는 등 거짓 선동에 앞장섰으며, "이 교과서로 공부하면 수능에서 절반은 틀린다"고 정치 공세를 폈다. 한 야당의원은 교학사 교과서 저자에 대한 표적 사찰을 했다. 정치권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앞장서서 갈등을 증폭시킨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제대로 서술한 교학사 교과서는 학교 현장에서 사라지고 주로 친북좌파 성향인 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이 교육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교과서를 아예 없애버리려는 이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지켜보며 참담한 마음으로 맥을 놓고 있을 때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해외 동포들이었다. 그들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 가해진 전체주의적 횡포에 놀라고 분개했다. 입으로는 민주주의와 다양성, 다원적 시민사회를 부르짖으면서도 실제로는 다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학교 하나하나를 쫓아다니는 저들의 집요함과 그악스러움이 해외 동포마저 놀라게 만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도 좌파 역사교과서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며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역사관을 지니게 될까 봐 무척 걱정스럽다고 했다.

    벌써 10년 넘게 친북좌파 성향의 교과서가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출간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제대로 서술한 역사 교과서가 사멸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특정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위협을 가해서 채택을 무산시키는 폭거가 자행되는 대한민국보다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택한 교과서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싶어 하는 국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건전한 시민이라면 당연히 그렇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의 성공을 부정하는 교과서들에 맞서서 그나마 만시지탄(晩時之嘆)으로 등장한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유일한 교과서를 살려내는 것은 이제 국민의 손에 달렸다. 때맞춰 일반 시민들이 교양서로 읽을 수 있도록 '교학사 교과서 사보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저들이 온갖 수단으로 막았지만 자유 시민들이 교과서를 사는 것까지 막지는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