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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 황현(1855~1910) - 絶命詩 (절명시)

도깨비-1 2013. 6. 18. 14:45

絶命詩 (절명시) / 매천 황현(1855~1910)

亂離溒到白頭年 백발이 성한 세월에 난리 속을 이르러니
幾合損生却未然 이 목숨 물리칠까 하였지만 그리 하지 못하였고
今日眞成無可奈 오늘에는 더 이상을 어찌할 수 없게 되었으니
輝輝風燭照蒼天 바람에 날리는 촛불만이 창천에 비치도다.

妖氛掩翳帝星移 요망한 기운에 가려 제국의 별 옮겨지고
久闕沉沉書漏遲 옛 궁궐은 가라앉아 글은 새고 느려터져
詔勅從今無復有 이제는 따르고 쫓을 조칙마저 다시 없을 것이러니
琳琅一綜淚千絲 옥같이 아름다웠던 우리 천가닥 눈물만 흘리도다.

鳥獸哀鳴海岳嚬 고국강산 찌그러져 짐승도 슬피울고 나는 새도 슬피우니
槿花世界己沉淪 무궁화 이 강산은 가라앉아 사라지고
秋鐙揜卷懷千古 세월의 등잔불 아래 천고의 한 덮어두니
難作人間識字人 참다운 지식인 되어 인간답기 어렵도다.

曾無支厦半椽功 일찍이 나라를 위해 반조각만한 공도 없었었고
只是成仁不是忠 다만 인자함을 이룰뿐 충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니
止意僅能追尹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겨우 "윤곡"의 뜻을 따르를 뿐,
當時愧不攝陣東 의당, "진동"처럼 몰아부치지 못함을 부끄러워 할 뿐이로다.

* "윤곡"= 죽음으로 의리를 지킨 송나라 사람.
* "진동"= 의병을 모아 항거하며 의리를 지킨 송나라 사람.


나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할만한 의리는 사실 없다.
다만 이 나라가 5백년 동안 선비를 길렀는데
나라가 망한 날 선비 한 사람도 죽지 않는다면 어찌 애통하지 않겠는가.
나, 위로는 한결같은 마음의 아름다움을 저버리지 않았고,
아래로는 평소 읽은 글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을 뿐이다.
아득히 오랜 잠에서 깨어나 참으로 통쾌함을 깨달으니 너희는 너무 슬퍼하지 말지어다.
- 매천 황현이 아들과 동생에게 남긴 글 '유자제서(遺子弟書)' 중에서 -

▣매천 황현 선생 ▣

▣ 1855(철종 6) 전남 광양 봉강면 석사리에서 태어남.(1855-1910).
한말의 문장가·시인·역사가·순국지사.
▣ 유교적 지식인으로 조선 말기와 한말의 사회상에 대한 많은 저술을 남겼으며 시와 문장에도 뛰어났다.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자 자결로써 항거했다.

본관은 장수(長水). 자는 운경(雲卿) 호는 매천(梅泉).


<매천 친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