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명소

[스크랩] 코타키나발루-주홍빛 노을

도깨비-1 2012. 9. 21. 15:47
주홍빛 노을 바다에서 볼까 산에서 볼까
http://media.daum.net/v/20120919190006321

출처 :  [미디어다음] 문화생활일반 
글쓴이 : 한겨레 원글보기
메모 : [한겨레][매거진 esc] 여행

보르네오섬 북동쪽에 자리잡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별명은 '황홀한 석양의 섬'이라고 한다. 이곳 바닷가에서 보는 낙조는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해넘이로 꼽히기 때문이다. 적도가 가까운 곳이라 날씨가 변덕스럽지 않고 사시사철 깨끗한 하늘과 주홍빛 노을을 볼 수 있는 섬,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왔다.













8월29일 서울에서 비행기로 5시간을 날아 이른 새벽에 도착한 공항에서 5분 거리인 수트라하버리조트에 여장을 풀었다. 5개의 수영장과 27홀의 골프장을 구비한 대형 리조트로 각각 콘셉트가 다른 수영장을 돌아다니면서 노닥노닥 물놀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가족 위주로 만들어진 리조트답게 수영장에는 어린아이들과 물장구를 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여행안내인들이 코타키나발루를 자랑할 때 꼽는 장점 중 대표적인 것이 우기와 건기 구분 없이 좋은 날씨와 함께 치안이다. 리조트와 호텔을 제외하고는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가 전부인 이 작은 도시에는 대표적 휴양지이면서 사바주의 주도임에도 유흥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 호텔 주변에 여행자들이 주로 가는 펍이 있기는 하지만 푸껫처럼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밤문화를 찾기 힘들다. 젊은 관광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가족여행자들에게는 그만큼 맘 편하고 쾌적한 여행지인 셈이다.

둘쨋날 아침 모터보트를 타고 근처의 마누칸섬으로 향했다. 코타키나발루 주변에는 5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어 배를 타고 20~30분만 나가면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보트선박장에서 바닷가로 걸어가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몰려다닌다. 물이 맑아서 배를 타고 나갈 필요 없이 얕은 바닷물에서도 스노클링이 가능하다. 마누칸은 보르네오섬을 둘러싼 남중국해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의 이름이다.

스노클링과 함께 여행자들이 많이 즐기는 패러세일링에 도전해봤다. 패러세일링은 달리는 보트에 낙하산을 장착해서 풍선을 타고 오르듯 하늘 위를 날아보는 액티비티다. 보트에 타니 운전기사 겸 가이드가 어디까지 물에 들어갈지 물어본다. 지레 겁을 먹고 발목 부분에 손을 댔다가 허리까지 적셔달라고 부탁했다. 시속 50㎞ 속도로 보트가 바다 위를 달려가다가 시동을 끈 배 위에서 낙하산 안전장치를 장착했다. 다시 배가 속도를 내면서 낙하산이 펴지고 두둥실 몸이 떴다. 발아래는 온통 코발트빛 물뿐이다. 시원하게 하늘을 날다가 배가 속도를 줄이면서 몸이 쑤욱 아래로 떨어진다. 푸른 물에 몸이 빠질 때는 아찔하지만 막상 느껴지는 그 시원하고 짜릿한 쾌감에 허리가 아니라 몸 전체를 풍덩 담그면 더 좋았을걸 아쉬운 마음까지 들었다.

북보르네오 증기기차 투어
19세기 식민지 통치 시절 재현
싱싱한 수산물 저렴하게 즐기는
야시장도 매력


셋쨋날에는 기차를 타고 시간여행을 떠났다. 1880년부터 1963년까지 보르네오섬을 식민통치했던 영국이 1896년부터 운행하던 증기기관차를 그 시절 그 모습대로 운영하고 있는 체험형 관광프로그램이다. 장난감을 확대한 듯 보이는 낡고 귀여운 외관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내실과 고풍스러운 복장을 하고 음식 등을 서비스하는 승무원까지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앞의 기관실에서는 기관사가 묵직한 장작을 쉼 없이 불타는 엔진 안으로 던져넣는다. 덕분에 달리는 동안 이따금 연기로 매캐해지기도 했다.

기차는 탄중아루역에서 출발해 38.5㎞를 달려간다. 기차는 보르네오섬 특유의 나무들을 볼 수 있는 정글을 지나기도 하고 중간기착지인 파파르역에 내려서는 우리의 읍내 같은 시골장터를 구경한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체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아침과 점심 두끼 식사도 제공되는데 점심은 고풍스러운 4단 스테인리스 찬합에 볶음밥과 요리, 과일 등이 담겨 나오는 말레이시아 전통도시락 '티핀'이다. 천천히 돌아가는 선풍기 아래서 음식을 오물거리다 보니 아주 잠깐 영국의 옛날 귀족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특별한 유흥가나 쇼핑 문화가 없는 코타키나발루이지만 리조트와 물놀이만으로는 뭔가 아쉽다. 오후에 택시 타고 10분 거리인 시내를 나갔다. 지도에 센트럴 마켓으로 표시된 이곳은 일명 '필리핀 마켓'으로 단층짜리 임시건물에 토산품점이 줄지어 있다. 그 앞 길가에 재봉틀을 놓고 수선일을 하는 현지인들의 풍경이 독특하다. 생각보다 심심한 토산품점 뒤로 노천시장이 오히려 더 볼만하다.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해산물과 망고 등의 과일, 국수, 떡 등 현지 먹거리 등이 노점으로 줄서 있다. 저녁이 되면 낮시간의 해산물이나 야채상들도 우리식 포장마차처럼 바뀌면서 현지인들이 와서 즐기는 노천식당가로 변신한다.

한마리만 먹으면 배가 불러 보이는 어른 손바닥만한 새우 한마리가 우리 돈으로 4000~5000원 정도. 그보다 조금 작은 새우 5마리와 주꾸미처럼 작은 오징어 10개를 꿰어놓은 꼬치 1개를 말레이시아돈으로 20링깃, 우리 돈으로 7500원 정도에 샀더니 즉석에서 숯불에 구워준다. 거기에 5링깃을 주고 코코넛까지 사오니 한 끼니로 풍족한 만찬이 마련됐다.

이번 일정에서는 빠졌지만 하루 정도 더 여유가 있다면 키나발루산 트레킹을 추천한다. 해발 4095m의 키나발루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높이가 만만치 않지만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고 고도마다 이 지역 특유의 독특한 식생을 접할 수 있어 흥미롭다고 한다.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글·사진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travel tip

사시사철 여행 적기


인천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 직항편
대한항공이 주 2회, 아시아나와 이스타항공이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또 지난해 직항을 중단했던 말레이시아항공도 올 말께부터 다시 운항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화폐 단위
는 링깃으로

1링깃≒365원

(9월18일 기준)이다. 현지에서는 대부분 링깃을 쓰며 대형 쇼핑센터에서는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 계절에 따른

기후변화가 없어

서 여행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나뉘지 않는다. 날씨는 대체로 맑은 편이지만 하루 한번 열대지방의 소나기인 스콜이 내린다.


수트라하버 리조트
는 공항에서 가까운 거리와 다양한 편의시설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리조트 가운데 하나다. 퍼시픽 호텔과 마젤란 리조트 두가지 형태가 있으며 대규모 골프장과 수영장 외에도 볼링장, 배드민턴, 테니스, 스쿼시 등 스포츠 시설과 극장까지 갖췄다. 숙식 일체형을 즐기는 한국 관광객을 위해 내놓은 '골드 카드'를 구입하면 리조트 내에 있는 레스토랑 5곳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며 회원 전용인 스포츠 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해양스포츠나 호핑 투어, 북보르네오 증기기차 체험 등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성인 1인 1일 기준 80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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