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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기태 감독, 자충수에 담긴 각성의 메시지

도깨비-1 2012. 9. 14. 13:20
김기태 감독, 자충수에 담긴 각성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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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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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좀처럼 예상할 수 없었던 발언이었고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LG 김기태 감독이 13일 잠실구장 내 LG 클럽하우스 감독실에서 SK전 '9회말 투수 대타' 사건과 관련해 취재진에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12일 잠실 SK전에서 0-3으로 뒤지고 있던 9회말 2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5번 타자 박용택 대신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기용,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김 감독은 당시 상황과 이해할 수 없는 대타 기용이 일어난 원인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SK가 공 11개를 던진 박희수를 갑자기 교체, 이진영과 상대하는 것을 앞두고 이재영을 넣는 모습을 보고 우리를 상대로 장난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재영이 나오는 순간 마지막 대타 기용을 생각하게 됐다. 만일 SK가 2사 후 정우람을 내지 않고 그대로 이재영으로 끌고 갔다면 신동훈의 대타 기용은 없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김 감독은 SK가 3점차 승리를 지키려는 과정을 문제 삼은 것이다. 만일 중간에 이재영이 들어가지 않고 SK가 승리조 박희수-정우람으로 경기를 끝내려 했다면, 김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대타 기용 역시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된다. 김 감독 입장에선 SK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불펜운용을 한다고 느꼈고 그 순간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에게 "상대가 우리를 얼마나 약하게 생각하면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는지 잘 생각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SK 이만수 감독은 당시 불펜 운용이 오해의 소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이 문제 삼은 9회 투수 교체에 대해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투수교체였다. 박희수가 공 11개를 던졌는데 전반기면 모르겠지만 후반기에는 많이 던질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마무리투수인 정우람도 그렇다. 정우람을 아끼기 위해 이재영을 냈지만 이재영이 정성훈에게 깊은 2루타를 맞았다.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마무리 정우람을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희수는 지난 6월 21일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 약 한 달 후인 7월 17일에 1군에 복귀했다. 또한 전반기 평균자책점 0.62 피안타율 1할7푼6리를 기록했지만 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2.57 피안타율 2할8리로 올스타전 이전보다는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우람 역시 지난 6월 21일 왼팔 이두근염으로 1군에서 빠졌고 7월 5일에 1군에 돌아왔다. 이 감독 입장에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과 동시에 이들의 몸 상태를 염려했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김 감독이 이진영과의 승부한 것에 대해 문제삼는 이재영 역시 올 시즌 좌타자 피안타율 2할1푼1리로 우타자 피안타율 3할4푼2리보다 좋았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이러한 자충수를 두게 됐을까? 김 감독은 "수장으로서 각오하고 내린 결단이었고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며 "경기를 지켜보신 팬들께는 정말 죄송하다. 그러나 팀을 이끄는 사람 입장에서 앞으로의 선수들을 위해 내린 처사였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결국 김 감독의 투수 대타는 김 감독이 일 년 동안 느꼈던 자신과 팀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폭발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시즌 중 팀이 무기력하게 패한 경우에도 절대 특정 인물을 지목하지 않았고 패배에 대한 핑계 역시 전혀 대지 않았다. 6월 중순을 기점으로 6연패와 7연패를 당하며 급격히 추락했지만 그 와중에도 선수를 나무라는 법은 없었고 그저 "다음 경기 준비 잘 하겠다"고만 반복했다.

그래도 LG는 12일 경기 이전까지 3연승을 달리고 있었고 9월 성적도 5승 2패로 좋았다. 2위를 노리고 있는 SK와 4경기를 남겨두면서 LG가 SK 목표에 중요변수로 자리 잡게 됐다. 이 부분과 관련해 김 감독은 "SK가 얼마나 우리를 신경 쓸지는 모르겠다"고 웃었지만 상대전적에서 9승 5패 1무로 앞서 있었던 만큼, 내심 올 시즌 두 번째 4연승에 대한 욕심도 낼만 했다.

올 시즌 LG가 SK와 맞붙었던 경기들을 돌아보면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 있어서도 LG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곤 했다. 최다 실책팀 LG와 최소 실책팀 SK가 만났지만 지난 15번의 맞대결에선 LG가 실책 6개, SK가 실책 11개를 저질렀다. LG 선수들은 SK와 맞붙는 게 자신 있었고 SK 선수들은 LG만 만나면 이상하게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12일 경기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LG는 실책 4개를 범했고 실책이 모두 실점으로 이어져 자멸했다. 타선은 SK 마운드를 상대로 한 점도 뽑지 못하며 무기력했다. 반면 SK는 실책이 없었고 선발투수 윤희상의 호투와 불펜진의 힘으로 영봉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한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인데 여전히 선수들의 자세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서 "선수들이 안 되는 것부터 생각하곤 한다. 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면 자신의 타격으로 점수를 낼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는데 마치 안 될 것을 미리 바라보곤 한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공격 시 대기 타석에 있지 않더라도 덕아웃에서 미리 배팅용 장갑을 끼고 이미지 트레이닝에 임할 줄 알아야하며, 포수도 보호 장비를 미리 착용하기 보다는 다가오는 타석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모습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게 득점 찬스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1회부터 대량 득점해서 9번 타자까지 타석에 들어선다고 생각하고 이에 미리 대비하는 게 진짜 강팀이고 이기는 팀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어린 선수들은 그게 잘 안 고쳐진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김 감독은 투수 대타의 의도로 "오늘의 1패가 앞으로의 2승, 3승을 유도할 수 있게 하려 했다"고 밝혔다. 물론 김 감독의 당시 상황 판단은 상대 팀에 대한 모독으로 볼 수 있지만 어쨌든 승부를 포기하면서 선수들에게 각성의 메시지 또한 던졌다. 10년째 시즌의 마지막을 미래에 대한 준비로 보내고 있는 LG가 김 감독의 메시지와 함께 9월의 상승세를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