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기태, 언제부터 이만수에 불만 쌓였나?

김기태, 언제부터 이만수에 불만 쌓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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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스포츠 

글쓴이 : 스포츠조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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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만 갖고 그렇게 하진 않은 것 같네요."

LG 김기태 감독의 '경기 포기' 논란이 사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2일 잠실 SK전에서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2루서 박용택 대신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신동훈은 가만히 서서 4구 만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타격 의지가 없었다. 대기 타석에 있던 정의윤마저 불러들여 포기 의사를 확실히 했다.

사건이 일어난 뒤 김 감독은 휴대폰을 끄고 언론과의 접촉을 차단했다. 그리고 13일 경기가 우천취소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입장을 항변했다. 이만수 감독이 9회말 두 차례의 투수교체로 LG를 기만했다는 게 이유다. 그리고 김 감독은 말했다. "어제 일뿐만은 아니다"라고.

▶잦은 투수교체로 쌓인 불만 아니다

김기태 감독은 도대체 SK, 그리고 이만수 감독에게 어떤 감정이 쌓였던 것일까. 다른 야구인들 역시 경기 포기는 잘못됐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쌓인 게 있었을 것이다"는 식으로 이 사건을 받아들이고 있다.

김 감독 본인 역시 경기 포기에 파장이 생길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상대에게, 그리고 불특정다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일단 그가 선택한 경기 포기라는 결정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뤄두자. 그가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올시즌 12일 경기처럼 점수차(수치에 있어선 양팀의 해석이 갈릴 수 밖에 없다)가 난 상황에서의 투수 교체가 있었을까. 12일 경기에 앞서 두 팀이 치른 15경기 중 SK의 불펜진 운용에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12일 김 감독이 '기만 행위'라 느꼈던 것과 비슷한 교체는 없었다.

굳이 꼽자면 2대8로 패한 지난 7월19일 잠실경기가 있지만, 9회말 진행 도중 투수를 바꾸지는 않았다. 8회 이미 마운드에 있던 박희수의 투구수가 많아지자 2사 후 최영필을 올려 한 타자를 상대하게 했다. 9회엔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정우람을 올려 실점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통상적인 불펜진 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분명 상대를 기만하는 투수 교체가 악감정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12일 경기 투수 교체는 그동안 쌓인 불만을 폭발시키는 촉매제를 했을 뿐이다. 김 감독은 말을 아꼈지만, 정작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SK 이만수 감독의 항의는 빠르다. 이 감독은 어필이 빨라야 상황을 번복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광속어필'이 상대팀 벤치는 불편하기만 하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엔터테이너' 헐크 액션에 대한 현장의 불편한 시선

감독대행을 맡은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이만수 감독의 과격한 세리머니는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예의를 중시하는 야구에서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오버액션'으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시각과 진지하기만 한 8개 구단 사령탑 중에 한 명 정도는 '엔터테이너'가 있어도 된다는 시각으로 나뉘었다. 이 감독의 '헐크 세리머니'는 분명히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야구인들은 대체적으로 이 감독의 세리머니가 좋을 게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특히 소속이 있는 코칭스태프들이 그랬다.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세리머니 뿐만이 아니다. 이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무슨 상황이 발생하면, 득달같이 달려나온다. 역전을 하거나, 끝내기 승리를 거두는 상황은 그저 웃고 넘기면 그만이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기 위해 나올 때가 문제였다.

이 감독은 지난해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때 홈런 판정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외야까지 뛰어나간 적이 있다. 당시 그가 보여준 초유의 '광속 어필'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당시 "혹시라도 번복시키려면 빨리 뛰어나가야만 한다. 햄스트링이 올라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시즌 LG와의 경기에서 나온 두 차례의 항의가 김 감독과 이 감독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지난 6월14일 잠실 LG-SK전서 2회초 도루를 시도하던 정상호와 충돌해 그라운드에 쓰러진 서동욱.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정상호와 충돌해 일어나지 못하는 서동욱 뒤로 이만수 감독이 심판진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선수가 다쳤는데 항의부터 하는 이만수, 터질 것 터졌다

지난 6월12일 잠실경기. 5-8로 LG가 3점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오지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한 방에 동점도 가능한 상황. 그런데 오지환은 마운드에 있던 정우람의 초구에 손등을 맞았다. 배트가 나오다 몸쪽으로 온 공을 피하지 못해 손등에 맞은 것이다.

오지환은 고통스러운지 곧바로 타석에서 벗어나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이때 SK 벤치에서 이만수 감독이 뛰어나왔다. 오지환이 쓰러지고 3초가 지나지 않아 홈플레이트로 걸어나왔다.

오지환은 오른 손등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LG 트레이너들도 뛰어나와서 오지환의 상태를 살폈다. 트레이너들과 거의 동시에 홈플레이트에 도착한 이 감독은 우효동 주심에게 스윙 모션을 취했다. 두 세차례 반복됐다. 방망이가 나갔기에 사구가 아니라는 항의였다.

이때 중계카메라엔 덕아웃에 있는 김기태 감독이 언짢아 하는 표정이 그대로 잡혔다. 당시 LG 쪽 벤치에서는 다친 선수를 앞에 두고 항의부터 하는 이 감독의 성급함에 혀를 차는 분위기였다. 아픈 선수를 위해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선수 상태가 조금 진정이 된 뒤에 항의하러 나와도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이틀 뒤, 김 감독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로 김 감독의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7월27일~29일 인천에서 열린 3연전 땐 마지막 날이 되서야 그라운드에서 인사를 나눴다. 보통 3연전 첫 날 원정팀이자 후배인 김 감독이 찾아가 인사를 나누는 게 보통이지만, 이땐 마지막 날 조우가 이뤄졌다. 그 이후 잠실경기에선 이 감독이 먼저 김 감독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6월14일, 2회말 SK의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정상호가 도루를 시도했다. 히트앤드런 작전이 나왔으나 타석에 있던 최윤석이 LG 선발 최성훈의 몸쪽 바짝 붙은 공에 헛스윙하고 말았다. 억지로 맞히려 했지만 어정쩡한 헛스윙. 발이 느린 정상호는 2루에서 완벽하게 아웃됐다.

정상호는 아웃되는 과정에서 2루에 커버를 들어온 서동욱과 충돌했다. 슬라이딩도 하지 못하고 이미 2루에 들어와있는 서동욱을 피하려다 왼 무릎으로 서동욱의 얼굴을 가격하고 말았다. 고의성은 없었다. 의도치 않은 충돌이었다. 정상호 역시 무릎에 통증을 호소했다.

이만수 감독은 이번에도 쏜살같이 뛰어나왔다. 하지만 두 선수의 상태를 살피기 전에 심판진에게 무언가 말을 했다. 정황상 서동욱이 충돌 이후 공을 떨어뜨린 것에 대해 이야기했거나 주루 방해 등을 언급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동욱은 한동안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이광근 수석코치가 바로 이 감독을 제지했지만, 현장에선 선수보다 심판진에게 어필하는 모습이 분명 보였다. 김 감독도 이번엔 덕아웃 앞까지 나와 이 감독을 응시했다. 김 감독은 야구계에서 예의와 매너를 우선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선수보다는 항의부터 앞서는 이 감독의 모습이 머릿속에 강렬히 남아있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9일 인천구장에서 열리는 2012 프로야구 LG와 SK의 주말 3연정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양팀 선수들이 훈련을 했다. LG 김기태 감독이 SK 이만수 감독을 찾아 인사를 하고 있다. 감독들은 3연전 첫 날 인사를 나누는 게 보통이지만 김기태 감독은 마지막 날 이만수 감독을 찾았다. 이만수 감독이 '왜 이리 늦었냐'고 묻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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