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지난 26일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 정상들의 부인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초청해 가진 만찬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반인의 음료수 반입조차 금지하고 있다.
서울시문화재위원으로 역사학자인 전우용씨(@histopian)는 28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만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물관은 어두침침합니다. 빛조차 유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온도, 습도, 냄새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박물관 전시실에서 국보급 문화재들을 늘어놓고 만찬을 하겠다고 하면, 그가 누구든 '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또 "국립박물관 만찬에 참여한 어느 '후진국' 정상 부인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 똑같은 짓을 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그 나라 박물관장이 '정상인'이라면,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어느 후진 나라에 가서 그런 황당한 경험을 하셨습니까?"라며 상식에 어긋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트윗이 확산되자 KBS 아나운서 출신인 정미홍 서강대 겸임교수는 "뉴욕박물관에서도 허락받으면 만찬을 열 수 있다"고 전우용씨의 의견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전씨는 "디너 파티를 위한 '특별 전시실'을 둔 박물관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디너 파티를 위한 '특별 전시실'을 만들었다는 말은 못 들어봤습니다"라고 재반박 내용을 올렸다.
문제의 만찬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지난 26일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열렸다. 만찬에는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배우자 14명이 참석했다. 만찬이 열린 전시실에는 조선 목가구, 백자 달항아리, 분청사기 등이 전시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뉴욕 MoMA 등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도 이미 전시공간을 이용한 만찬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정상 배우자 만찬행사 장소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정된 것은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라며 "기존 유리벽부장속에 유물을 전시하였기 때문에 유물이 훼손될 우려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물관의 주요 대관시설인 강당과 강의실 등은 교육, 세미나, 회의 등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지만, 국제적 특별행사를 개최하기에 맞지 않아 현재 특별 전시가 없이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기획전시실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