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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를 지켜줘야 할 정장선 의원은 의원 뜻 접고

도깨비-1 2011. 12. 19. 10:26


[사설] 국회를 지켜줘야 할 정장선 의원은 의원 뜻 접고


  2011. 12. 14. 조선일보 

   민주당 사무총장인 정장선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여러 생각이 오간다. 3선(選)인 정 의원은 "난장판 국회가 되풀이되는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내가 한 번 더 한다고 국회가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정 의원은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특별한 의원이다. 상식이 뒤집힌 여의도에서 상식을 지켜온 정말 몇 안 되는 의원 중 하나다. 그는 18대 국회 상반기 지식경제위원장을 지냈다. 2008년 12월 해머와 전기톱까지 등장한 폭력사태 끝에 국회 전체가 문을 닫은 상태에서 그가 이끄는 지경위만 전체 회의를 열어가며 법안을 심사했다. 그가 맡은 2년간 지경위의 법안 처리율은 64%로 16개 상임위 중에서 가장 높았다. 16개 상임위 중 예산안 심의를 가장 먼저 끝내고 예결위에 넘긴 곳도 지경위였다.
   국회 미디어법 처리 후유증으로 여·야(與野)가 충돌하던 2009년 7월 말, 경기 평택을(乙) 출신인 정 의원은 평택갑(甲) 출신인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과 함께 쌍용자동차 사태 중재에 나섰다. 야당인 정 의원은 쌍용차 노조와 민노총의 요구사항을 듣고, 여당인 원 의원은 정부와 회사 측 설득에 나서면서 70일간 대치하던 양측이 마침내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게 됐다.
   정 의원의 장남은 천안함 폭침 2개월 후인 작년 5월 해병대에 입대했다. 정 의원은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원들이 사망하고 부상했을 때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죽은 병사들의 부모 생각이 나서 자꾸 눈물이 난다"면서 민주당도 북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난 한·미 FTA 처리 과정에서 "야당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의사를 밝히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표결 처리를 주장했다. 민주당 사람들은 그런 정 의원을 향해 "자기 혼자 살겠다는 욕심"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우리 정치를 바꿔보고 싶어했던 정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것을 보고 재출마 의사를 접었다면서 "나 자신에게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최루탄 의원은 자기가 일제에 항거한 애국투사라도 되는 양 행세하고 있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신 나간 정당들은 그를 그렇게 대접하고 있기도 하다. 남아서 국회와 정치를 바꿔줬으면 하는 기대를 걸었던 사람은 이런 국회를 못 견뎌 하며 떠나고, 여의도에서 제발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인간들만 악착같이 남겠다니 국회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