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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iSad"

도깨비-1 2011. 10. 7. 15:11


"잡스, iSad"

전세계 애도 속에 그는 갔지만
그의 메시지는 사람들 가슴에


   박은주 기자/ 조선일보 2011. 10. 07 

 

 

   6일 아침, 독자들은 좀 이상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난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인의 부음을 듣는 것 같다.'
   2004년부터 췌장암을 앓아온 스티브 잡스가 56세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6일 오전.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문자메시지로, 트위터로, 인터넷 댓글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같은 시각 미국·유럽·남미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문장은 짧았다. '아이 새드(iSad·슬퍼)'. 당연히 그의 히트작 아이패드(iPad)에서 온 말이다.
   하버드대를 다닌 천재이자 기부·선행의 대명사인 빌 게이츠가 '모범답안' 천재라면,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망나니짓을 하고 대학을 중퇴한 스티브 잡스의 시작은 삼류였다. 자기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대드는 직원은 가차없이 잘랐다.
   그런데도 세계는 이 괴팍한 창조자에게 열광했다.
   스티브 잡스는 소문자 'i'면 충분하다는 걸 증명했다. 애플의 아이맥(iMac), 아이폰(iPhone), 아이팟(iPod), 아이패드(iPad)엔 모두 'i'가 붙는다. 대문자가 아니라 소문자다. 죽은 그가 'iHeaven(천국)'에 있을 것이란 농담도 그래서 나온다.
   "나는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본 적이 없다. 나는 룰을 만드는 사람이다." 당돌한 비주류 선언이었다. 젊은이들은 이렇게 받아들였다. 그래, 나(i) 별거 없는 인간이다. 그런데 나는 나다.
   그가 40대였을 때 이렇게 말했다. "외부 세계는 당신을 특정한 이미지로 규정하고 그걸 더 공고히 만들려 할 것이다. 예술가로 살아가기란 점점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잘 있어, 나는 벗어나고 싶어'라 말하고 박차고 일어나야 해." 잡스 제품은 오만하고 낯설었다. 아이폰·아이패드는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다. 매끄러운 디자인을 위해서다. 소비자가 싫어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국 성공했다. 이런 뜻이다. 좀 깨지면 어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런 잡스에게 '대세'란 의미 없고 따분한 것이었다. "나는 세계 최대가 아니라 최고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다." 잡스는 애플2로 PC(개인용컴퓨터)시장을, 다시 아이패드·아이폰으로 '포스트PC'시장을 만들었다. 경쟁자와 아등바등하는 대신 쿨(cool)하게 시장을 새로 창조했다. 청바지와 검은색 티셔츠로도 충분히 멋지다는 것, 커다란 회사명 대신 '애플' 마크 하나로도 디자인이 멋질 수 있다는 것, 전화기로 전화만 거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것도 스티브 잡스였다.
   6일 지구인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것은 그가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라는 새로운 복음을 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걸 잡스 스타일이라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