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자료

[스크랩] 심문/신문

도깨비-1 2011. 9. 19. 10:05

 

  재판정에서 판사가 피고인의 진술을 들은 뒤에 “잘 들었습니다. 그럼, 곧바로 결심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피고가 벌떡 일어서서 “감사합니다, 판사님.” 하고 허리를 수없이 구부렸다. 판사는 무표정하게 총총히 재판정을 빠져 나갔다. 피고는 여전히 판사가 사라진 자리를 향하여 머리를 숙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옆에 있던 변호사가 어리둥절해서 피고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한 시골의 재판정에서 실제 일어났던 광경이었다.

 

  판사는 더 신문할 필요가 없어서 결심(結審; 심리를 끝냄)을 하겠다고 했다. 이 말은 심리(審理; 판사가 판결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묻고 조사함) 절차를 마치고 형을 선고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판사가 자기의 하소연을 인정해서 ‘피고 무죄’라는 결심(決心)을 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법률 용어와 생활 용어의 간격이 확인된 순간이었고, 법률 용어가 생활 용어와 너무 동떨어지지 않아야 국민들의 불편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을 웅변한 사건이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제부터이다. 판사가 재판정에서 원고의 주장을 듣고, 피고인이나 증인을 상대로 직접 묻는 절차를 심문(審問)이라고 한다. 어원을 따진다면 따져 묻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판사가 원고와 피고에게 유무죄의 주장을 할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심문은 원고와 피고의 진술을 직접 듣는 것이 통례지만, 민사 사건의 경우에는 변호사를 통하여 서면으로 진술한 것을 심리하는 것도 심문에 속한다.

 

  이에 비하여 신문(訊問)은 피의자나 증인을 불러다가 직접 대면하여 캐어묻는 행위를 가리킨다. 재판정에서 판사가 피고인의 인적 사항을 묻는 것을 인정신문(人定訊問)이라고 한다. 피고의 이름과 나이 등을 물어서 공소장에 기재된 사람과 재판정에 나와 있는 사람이 일치하는지 묻는 절차인데 이는 판사가 직접 말로 묻고 피고인이 말로 대답하게 되어 있다. 증인을 법정에 출석시켜서 판사가 직접 묻는 것을 증인 신문(證人訊問)이라고 한다. 어떤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서 직접 물어 보는 행위는 모두 신문(訊問)에 해당한다.

 

  검사나 경찰이 피의자를 앞에 놓고 죄를 지었는지 안 지었는지 조사하는 행위도 신문(訊問)에 해당한다. 신문(訊問)은 반드시 묻는 자와 대답하는 자가 마주 대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고문(拷問)과 폭행은 바로 이 신문 과정에서 일어나게 되는 법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경찰이 범인을 심문하여 자백을 받아냈다.”라고 하거나, “검찰의 심문에 묵비권으로 대응했다.” 또는 “피의자를 소환하여 심문하기로 했다.” 같은 표현은 옳지 못하다. 이 세 경우 모두 ‘심문’ 대신에 ‘신문’을 써야 한다.

 

  국회에서 국정 조사를 하거나 청문회를 하는 자리에서 증인을 데려다가 조사하는 경우에도 신문(訊問)이라고 하지 심문(審問)이라고 하지 않는다. 심문(審問)은 재판정에서 법관이 행하는 심리(審理) 절차의 하나로서 진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출처 : Daum 사전 공식 블로그
글쓴이 : 사전마스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