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의 구나시리 섬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문부과학성은 30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먼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표기)는 일본 땅”이라는 기술이나 표기를 한 교과서의 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표현 강도도 강해진다. 일 민주당 정권은 “자민당 집권 시절에 이뤄진 교육기본법 개정(2006년),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서 개정(2008년)에 맞춰 이뤄진 후속조치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30명의 검정심의회 멤버가 대학교수·교사 등 전원 민간인이라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10여 년 전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실제 이번 교과서 검정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문부과학성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국수적 관료들이 추진하는 장기 플랜의 한 과정일 뿐이다. 일 외무성이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고려해 빼 달라”고 해서 빠질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일본이 변할 수 없다면 변해야 하는 건 한국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교과서 파동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대응 패턴은 판박이다. 검정 때만 되면 일 정부에 ‘협조 요청’을 했다. 검정 뒤에는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왜 그걸 사전에 못 막았느냐”란 질타도 쏟아냈다. 그 틈을 타 정치권은 여론을 부추겨 2주짜리 혹은 한 달짜리 ‘반일 푸닥거리’를 했다. 하지만 그러곤 끝이었다. 그러면 또 일본은 어김없이 ‘다케시마’ 표기 강화에 나섰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확실히 끊을 때다. 그러기 위해선 시각을 바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효과도 없는 사전 협조를 요청하는 건 이제 그만둬야 한다. 그래 봐야 일본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카드’만 주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는 실효적 지배라는 압도적 우월함이 있다. 일본이 교과서나 외교백서에 독도 관련 표기를 아무리 강화한다 해도 그건 선언적인 말이나 주장일 뿐이다. 반면 한국은 실질적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 그 축적은 일본에 대한 강력한 ‘독도 억지력’이 된다.
독도의 헬기 이착륙장을 보수하는 식의 일본이 아파할 행동을 보여주면 된다. 주의할 건 불필요한 긴장까지 조성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원인 제공자는 일본이라는 분명한 근거 제시와 함께, 당한 만큼만 돌려주는 ‘비례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정치권도 불필요하게 여론을 달구고 오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일 관계의 판까지 깨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과 독도 문제를 한 바구니에 담아선 곤란하다. 인류애적 지원이란 고귀한 뜻과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을 동렬에 두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