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국보순례] [66] 연곡사 승탑
- 유홍준/ 명지대교수.미술사/조선일보 2010.07.01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에는 아름다운 승탑(僧塔)과 탑비(塔碑)가 즐비하여 국보가 둘, 보물이 넷이나 된다. 탑이란 본래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것인데 9세기 하대 신라로 들어서면 고승들의 사리도 아담한 팔각당(八角堂) 탑에 모시면서 승탑이라는 새로운 양식이 생겼다.
이 승탑을 흔히는 부도(浮屠)라고 부르지만 부도란 부처(Buddha)의 한자 표기로 잘못된 용어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문화재를 지정하면서 스님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승탑을 부도라고 해둔 것이 마치 미술사와 불교의 전문용어인 것처럼 됐다. 이 잘못된 관행으로 연곡사의 승탑들은 '연곡사 동부도'(국보 53호) '연곡사 북부도'(국보 54호) '연곡사 서부도'(보물 154호)라는 싱겁기 짝이 없고 의미 전달도 되지 않는 문화재 명칭을 갖고 있다.
본래 승탑은 스님의 이름과 함께 하면서 고유명사로 된다. '연곡사 북부도'는 '현각(玄覺)선사탑' 이고 '연곡사 서부도'는 '소요(逍遙)대사탑' 이라고 해야 맞다. 탑과 탑비에도 명백히 그렇게 적혀 있다. 다만 '연곡사 동부도'는 어느 스님인지 알 수 없으니 그냥 '연곡사 승탑'(사진) 이라고 하면 된다.
'연곡사 승탑'은 하대 신라의 전형적인 팔각당 승탑으로 그 형태미가 아주 날렵하다. 몸체의 위쪽이 약간 좁아져 경쾌한 상승감이 일어나고 살짝 들린 지붕돌 처마선의 맵시는 교태로울 정도다. 조각 장식은 더없이 다양하고도 정교하다. 받침대에는 사자 여덟 마리, 몸체에는 사천왕 넷, 문짝 둘, 사리함 둘이 돋을새김으로 새겨졌고 몸체의 굄돌에는 신비로운 극락조가 날고 있다. 승탑 바로 곁에 있는 비석 받침돌의 돌거북과 용머리 지붕돌의 조각 솜씨 또한 생동감으로 넘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비석은 사라졌다. 다른 것은 다 알면서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승탑 중 하나인 이 탑만 스님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한국 미술사와 불교사의 큰 아쉬움이다. ▣
'우리 말·글·역사·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re: 아리랑에대해서... (0) | 2010.08.05 |
---|---|
[스크랩] 인공댐이 삼킨 고래무늬 흙으로 부서질 위기에… (0) | 2010.07.06 |
[스크랩] 잇단 절도 논란 훈민정음 `몸값` 홍역 (0) | 2010.06.30 |
[스크랩] 미군의관이 촬영한 6·25 피란지 부산 (0) | 2010.06.01 |
[스크랩] ‘간도는 조선땅’ 중국지도 발견 (0) | 2010.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