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편집자에게] '여성이익'이냐 '가정보호'냐 - 조선일보

도깨비-1 2009. 11. 26. 10:58


[편집자에게] '여성이익'이냐 '가정보호'냐


 정호영 -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 조선일보 2009년 11월 24일

 

   여성가족부 재편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 '여성의 이익'을 중시할 것이냐, 아니면 '가정의 보호와 육성'을 중시할 것이냐를 두고 관련단체의 손익계산이 분분한 모양이다.(11월 10일자 A1면, A6면) 그러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부처의 재편이 목소리 큰 사람들의 주장에 의해 그 목적과 성격이 좌우되어서는 안 되고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여성계 쪽에서는 여성의 권익중심으로 정책이 집중되는 쪽으로 부처의 재편을 바라고 있고, 정부쪽에서는 가정 등 그간 소홀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쪽에 정책의 무게를 두는 조직으로 재편하려고 한다는 데 기인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그동안 성문제는 아주 민감한 사회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성 평등이란 기치 아래 벌어지고 있는 각종 주장과 요구로 인한 충격과 효과는 성적관련성이 사회기본질서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그 어느 것보다 즉시적이고 또한 광범위하며 장기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사회를 바람직하게 유지 발전시키는 요인은 완전한 개별독립체들이 서로의 영역을 지키고 확보하려는 영역다툼이 아니라 배려와 관심, 양보와 화합이다. 이러한 점에서 가정 속의 남녀관계를 각각 신성불가침적인 독립관계로 보고 이를 통해 성적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개입하려는 일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문제의 양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독립된 주체는 배려와 관심을 간섭과 침해로 간주하는 배타적 이기심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정은 상대성에 대해 권익을 주장하는 장소가 아닌 존중과 배려가 함께하는 사회질서 유지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장소이다. 따라서 부부를 사회질서의 틀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구가할 책임이 있는 주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지, 신성불가침의 독립성이 존중되고 성적이익을 위해 대립하는 주체로 보아서는 안 된다.
   현재 가정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해체되고 있는 것도 비단 경제적인 이유뿐만이 아니고, 혹시 성적정체성(gender)을 찾는다는 미명하에 가정을 육아와 사랑의 장소가 아닌 독립된 주체의 가치형성 활동장소로 강조한 결과가 아닌지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가정은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어야 한다. 가정이 삭막하고 건조하게 되면 사회의 갈등지수는 높아지고 이는 무관심과 소외감, 그리고 무력감과 좌절감을 양산하여 가정과 사회의 해체를 빠르게 진행시키게 된다. 그래서 가정은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가장 훌륭한 의술은 특효약과 치료기술이 아닌 바로 예방의술이라 한다. 이참에 정부에서는 반짝정책이 아닌 건전한 가족문화의 유지와 보호를 통해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예방적이고 주효한 처방정책이 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 내년 정부조직개편에 반영해 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