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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차라리 '중국'을 '듕귁'이라 하지 - 조선일보

도깨비-1 2009. 11. 26. 10:55


[편집자에게] 차라리 '중국'을 '듕귁'이라 하지


 박성렬 - 부산대동고 교사 / 조선일보 2009년 11월 24일

 

 

   지난 11월 16일자 A34면 조선데스크 '송용혜 대 쑹룽후이'를 읽으면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오뤤지' 파동을 통한 '영어 몰입교육 및 외래어 표기법 수정 보완' 논란이 생각났다. 그리고 또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의 '영어 교육 강화… 일방적 언어 침탈은 경계해야'라는 인터뷰(2008년 2월 5일자 A23면) 기사 내용도 떠올랐다. "'중국'을 '듕귁'으로 표기하려다 실패한 '이상적 원음주의'에 대해 당연히 우리말에 정착된 대로 표기해야지요. 한글이 아무리 탁월한 언어라도 세계 모든 언어를 다 적을 순 없어요. 우리가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니 잘 몰라서 그런 줄 아는데, 여기(국립국어원) 전부 다 전문가들입니다"라는 내용의 국립국어원장의 인터뷰 내용 말이다.
   '北京'을 '북경'이라 하지 않고 '베이징'이라고 하며 '毛澤東'을 '모택동'이라 하지 않고 '마오쩌둥'이라고 하며, '東京'을 '동경'이라 하지 않고 '도쿄'라고 읽으며 '豊臣秀吉'을 '풍신수길'이라 부르지 않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불러야만 하는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경성방송국에 내린 1939년의 이른바 '기묘망발령(己卯妄發令)'으로 소급되는 '인명, 지명의 일본 한자음으로 발음하라'는 명령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지키겠다는 소신과 맞물려, 중국어나 일본어의 회화 능력이 조금이나마 있음을 자랑하고 뽐내겠다는 천박한 자기 과시 내지는 속 보이는 현학적 태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안중근 의사에게 총탄을 맞고 저세상으로 간 침략의 원흉 '伊藤博文'이 '이등박문'이 아니고 꼭 '이토 히로부미'라고 부르고 적어주어야만 '이등박문'의 한이 풀리는 것인가? '이등박문'이라고 4음절로 짧게 발음하면서 우리 언중(言衆)들로 하여금 혼란에 빠짐이 없는 언어생활을 영위하게 함으로써 그 남는 시간에 안중근 의사께서 불의를 응징하며 민족과 조국을 사랑했던 그 충혼의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孔子'를 '공자'라 하지 않고 '꽁쯔'나 '쿵즈'로 읽어주어야 공자님의 인(仁)의 사상이 더욱 선양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孔子'는 '공자'로 읽어 주면서, '胡錦濤'는 '호금도'가 아닌 '후진타오'라고 해야 한다며 그 구분의 기준은 신해혁명이라니 도대체 1911년의 신해혁명이 어떤 언어적 변화를 일으켰다는 말인가? 왜 우리는 이렇게 어려운 언어생활을 강요당해야만 하는가?
   조선일보는 한자로 된 인명·지명의 '원음주의 표기를 폐지'할 것을 여론에 호소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함으로써 국립국어원으로 하여금 '외래어 표기법 제4장 제2절 동양의 인명, 지명 표기'를 개정하도록 하는 데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