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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차이나스토리] (7) 10곳의 마지막 이상향(상)

도깨비-1 2009. 8. 5. 15:51

 

입력 : 2009.07.28 11:04

'晉太元中,武陵人,捕魚爲業,緣溪行,忘路之遠近;忽逢桃花林,夾岸數百步,中無雜樹,芳草鮮美,落英?紛;漁人甚異之。復前行,欲窮其林。林盡水源,便得一山。山有小口,彷彿若有光,便舍船,從口入(이하 생략)。

진(晋)나라 태원(太元) 때, 무릉(武陵) 사람이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루는 시내를 따라 너무 멀리 나가 길을 잃었다. 우연히 복숭아 숲을 만났는데, 시내 양쪽으로 수백보를 둘러봐도 다른 나무들이 없었다. 향기로운 풀은 아름답고, 복사 꽃잎이 흩날리네. 어부가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다시 앞으로 나가면서, 그 숲 끝까지 가려 했다. 숲이 끝난 곳에 수원지(水源池)가 있고, 자그마한 산도 있었다. 산에 작은 굴이 있고, 밝은 빛이 있는 듯 하여 배에서 내려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이하 생략)'

동진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도화원기(桃花源記)'란 글에서 노자가 그렸던 선경(仙境)을 묘사했다. 아름다운 전원 속에서 늘 웃음 꽃을 피우며, 평화롭게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도화원이 곧 '인간들의 이상향(理想鄕)'임을 알려 주었다.

도화원은 어디일까.

후난(湖南)성에 가면 분명 도화원이 있다. 성도인 창사(長沙)에서 '무릉원(武陵源)'이라 불리는 장자제(張家界)로 가는 길의 중간 쯤인 창더(常德)시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복숭아 나무가 있고, 연못이 있고, 도연명을 모시는 사당도 있다. '도화원기' 속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그러나 중국인에겐 지도상의 도화원보다 더 '이상향'으로 삼는 곳이 있다. 중국 최대 포털 소후닷컴에서 그것도 10곳이나 뽑았다. 이른바 '세외도화(世外桃花)'라 한다.

중국인이 그리는 마지막 열 곳의 '세외도화'는 과연 어떤 곳일까. 차이나스토리가 상ㆍ하로 나눠 이야기한다.



아늑한 지상의 천당, 후난성 봉황고성



봉황고성은 장자제에서 서북쪽으로 3시간여 떨어진 곳에 있는 옛 변방군 주둔지다.

소수민족 묘족과 토가족 자치구인 상시(湘西)의 천년 고도로서 인구는 약 37만명, 성의 한복판으로 타강(?江)이 흐른다.

산과 강과 성곽이 어우러진 풍광은 한 폭의 수묵화다. 긴 받침목에 의지해 강 가에 세워진 '조각루(弔脚樓)'에선 대대로 이어져 온 묘족과 토가족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푸른 타강에 배를 띄우면 유명한 중국근대문학가 선청원(沈從文)의 소설 '변성(邊城)' 속으로 빠져들어 주인공 '추이추이(翠翠)'를 따라가게 된다.

성안 석판가를 따라 옛 것이 그대로 남아 전해지는 곳.

객잔의 창을 열고 타강을 바라 보노라면 도연명처럼 절로 한잔 술을 기울이게 된다.



고원의 밀림, 신장(新疆) 하바(哈巴)강



하바강은 신장의 아레이타이(阿勒泰)지구의 서쪽, 어얼치스강의 북쪽에 있다. 동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땅이다.

아레이타이는 몽골어로 '금산(金山)'이란 뜻이다. 주변이 황량한 사막인 이곳은 산림이 울창하고, 눈비가 많아 유독 '초록'이 가득하다.

거대한 빙하와 눈이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녹아내려 아름다운 강을 만들고, 하나스(哈納斯)로 흘러든다. 햇살이 내리쬐면 금빛으로 반짝이며 아레이타이 밑으로 조용히 흐른다.

아레이타이 지역은 수직으로 온대 낙엽송부터 극지의 이끼 식물까지 고루 분포한다. 이 곳에 사는 유목민들의 생활은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의 색조를 바라보며 지낸다.

하나스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줄기는 '월량만(月亮灣)' 이다. 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아름답게 휘어진 달이 강 양쪽의 금빛 백화수를 갈라놓는 듯 하다. 짙은 강물에는 푸른 하늘과 짙은 녹음, 잿빛 하늘과 회백 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중국 랑교(廊橋)의 고장, 원저우(溫州) 타이순(泰順)현



높은 산과 고개에서 원시적 기운이 물씬 풍겨 나온다. 인적이 드물다. 민간의 풍속은 질박하다.

워낙 외진 곳이라 전쟁도 비껴 갔기 때문에 수많은 명청시대의 건축물이 제대로 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 중 가장 특색 있는 바로 회랑(回廊)처럼 생긴 다리다. 타이순에 현재 남아 있는 각종 교량이 무려 958개, 교량의 원시 형태인 석정보가 248개다.

그 중 목공랑교(木拱廊橋) 6개, 목평랑교(木平廊橋) 22개와 석평랑교(石平廊橋) 수십개가 있다. 그래서 중국의 '랑교 박물관'이라 불린다.

이 곳 사람들은 집을 나서 먼 길을 가다 쉬기 위해, 비 바람을 피하기 위해 지붕을 덮어 놓았고 가장 아름다운 고대 건축공예로 남게 됐다.

다리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선거교(仙居橋)는 선거계류 위에 주홍빛으로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삼조교(三條橋)는 커다란 나무가 푸른 물 위에 횡으로 걸려 있다. 문흥교(文興橋)는 돌다리 위에 나무 집을 만든 석공목옥(石拱木屋) 구조로 눈길을 끈다.

송나라 때 그려진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를 보면 변수 위의 홍교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홍교는 이미 900년전 중원에서 사라졌다. 단 타이순에만 뚜렷하게 남아 있다.

타이순에 가면 옛 사람들의 지혜와 장인 정신에 감동하게 되고, 시골 사람들의 어질고 후덕한 인심을 읽게 된다.



중국의 아름다운 '몰디브', 하이난(海南) 위즈저우(蜈支州)



위즈저우섬은 야룽(亞龍)만의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천혜의 휴양지다.

야룽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아늑하고, 깨끗해 '중국의 몰디브'라 불린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의 밀어를 나눌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이 곳을 꼽는다. 낭만적인 섬이기에 '연인섬(情人島)'으로 여겨지고 있다.

위즈는 원래 이 곳에 서식하는 바다 생물의 이름이다. 그런데 산야(三亞) 정부에서 유심히 보니 이 작은 섬의 외형이 위즈를 닮았음을 알았다. 그래서 옛 이름 '꾸치저우(古崎州)' 대신 '위즈저우'란 이름을 붙였다.

위즈저우는 총 면적이 1.48㎢ 정도로 아주 작다. 하지만 다양한 풍광을 지니고 있다. 은빛 모래는 눈부신 옥띠를 두른 듯 하고, 투명한 바닷물은 초록에서 파랑까지 다채롭다. 환상적이다.

파도가 밀어오지 않는 해변에는 대나무와 파초의 넓은 잎을 얽어 만든 정겨운 집들이 줄지어 있다. 낭만이 넘친다.

<하편에 계속> <객원기자 www.chin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