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명소

[이창호의 차이나스토리] (8) 10곳의 마지막 이상향 (하)

도깨비-1 2009. 8. 5. 15:49

 

입력 : 2009.08.03 10:33

중국인이 생각하는 '이상향(理想鄕)'의 공통점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세외도원(世外桃源)'이요, 이상향이다.

중국 최대의 포털 소후닷컴이 선정한 대륙에 남아 있는 최후의 세외도원, 열 곳 중 상편의 4곳에 이어 나머지 6곳을 만나본다.




고원의 기경(奇景) 빙하 마을, 쓰촨 하이뤄꺼우(海螺溝)




하이뤄꺼우는 쓰촨성 깐즈(甘孜) 장족(藏族) 자치구 루딩현 공가산의 동쪽 자락에 있다. 청두(成都)에서 319㎞ 떨어진 곳이다.

하이뤄꺼우 빙하는 전세계 빙하 중 가장 낮은 위도에 있고,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눈 입자는 빙하의 원천이다. 빙하 속 입자들이 일정한 정도까지 쌓이면 안에서 자리를 바꾸려는 힘이 작용하며 거대한 눈사태를 만든다. 고은 눈 입자는 아름답게 반짝이고, 신비롭다. 가까이 갈 수 없고 먼 곳에서 봐야 한다.

눈덩이의 가장자리는 중국에서 가장 큰 빙폭을 이룬다. 높이가 1080m, 폭 500~1000m로 구이저우의 황과수 폭포보다 최대 10배가 크다.

수정처럼 투명하고 웅장한 빙폭은 해발 2850m의 높이에서 장장 5700m의 긴 빙설(氷舌)을 대지 위로 내밀고 있다. 얼음 덩어리 위에는 빙면호, 크레바스, 버섯 모양의 얼음 덩어리, 얼음 동굴, 얼음 다리 등이 분포해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빙하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빙하와 눈의 고장인 하이뤄꺼우에는 수온이 40도에서 80도 사이인 수십개의 온천이 있어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겨울 함박눈이 내릴 때 모락모락 수증기가 피어 오르는 온천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자. 하이뤄꺼우는 상상 이상의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가는 길 : 청두에서 새로 건설된 청야(成雅) 고속도로를 이용해 얼랑산 터널을 거쳐 따두허(大渡河) 대교를 지나면 하이뤄꺼우다. 총 282㎞로 약 5시간 걸린다.

하이뤄꺼우로 가는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 빛 꽃의 바다, 윈난 뤄핑(羅平)




뤄핑은 호탕하게 대륙의 남쪽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주강(珠江)의 발원지인 위멍산(烏蒙山)의 남쪽 기슭, 디앤(윈난의 별칭) 구이(桂, 꽝시의 별칭) 치앤(黔, 구이저우의 별칭)의 3개 성이 만나는 곳에 있다. 일찍이 명나라 때의 위대한 여행가 슈샤커(徐霞客)가 신기하고 아름다움에 취해 수십일 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20만무(畝)의 유채가 뤄핑의 산천을 황금 빛으로 물들인다. 특히 뤄핑 바즈리는 15만무의 유채밭이 펼쳐져 광활하고 끝이 없는 세계 최대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꽃밭 가운데 불끈 솟아오른 산은 카르스트 지형의 전형적인 전원 풍광을 연출한다.

꽃밭에 들어서면 온통 꿀벌 천지다. 하늘과 사방으로 '윙윙윙' 날아 다닌다. 전국 각지에서 양봉업자들이 몰려 든 결과다.

양봉업자들은 꽃 피는 봄이 오면 행복을 찾아 떠도는 유일한 유랑인이다. 유채밭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는 모습도 황금 빛 꽃밭의 또 다른 풍경이다.

뤄핑에서 유채꽃을 찍기 가장 좋은 곳은 진지펑(金鷄峰)과 니우제(牛街)다.

진지펑에 올라 온통 노란 유채로 덮혀 있는 장관을 맛볼 것이다.

니우제의 유채꽃은 구릉을 따라 오르락 내리막 펼쳐진다. 겨울철의 보리, 채소 등 서로 다른 색깔과 어우러져 진지펑과는 또 다른 풍취를 보여준다.

유채밭을 거닐면 뤄핑의 아름다운 산수를 하나 하나 감상할 수 있다.

지우롱(九龍)폭포도 아름답다. 높은 곳에 오르면 10개의 물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는 길 : 쿤밍에서 기차를 타고 뤄핑역에서 하차한 뒤 삼륜택시를 타고 뤄핑성으로 들어간다. 또는 쿤밍에서 뤄핑행 전용 열차를 타면 약 4시간 가량 걸린다.



계류가 아름다운 구이저우 샤오치꿍(小七孔)




샤오치꿍은 일곱 개의 구멍이 있는 다리를 말한다.

구이저우와 광시의 옛날 경계선이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누구나 두 성(省)을 편하게 오갈 수 있다.

오붓한 산길을 따라 샤오치꿍의 볼거리가 줄지어 있다. 가장 좋은 유람법은 현지 농민들이 몰아주는 노새 관광차를 타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다. 길 따라 산이 있고, 물이 흐른다.

하늘로 치솟아 오르던 고목이 넘어져 물밑에 잠겨 있다. 나무의 뿌리는 이미 고사했는데도 물속의 가지에선 초록 잎이 돋아 나 광합성을 하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것은 한줄기 길게 흘러가는 이곳의 물이다. 낙차 큰 폭포군은 길게 늘어뜨린 발 같다. 물론 낙차가 작은 곳도 있다. 하얀 꽃처럼 늘어진 수렴은 초록의 바위로 떨어져 맑고 깨끗하게 하류로 흘러간다. 그 사이 사이에 물을 듬뿍 머금은 수초가 있다.

계류의 아름다움은 물소리와 어우러져 더욱 강하게 보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심어준다.

이곳의 또 다른 유명한 명물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수상삼림(水上森林)이다.

크고 작은 관목들이 물살이 센 곳에도 고루 분포해 있다.

오랜 세월 어떻게 계곡 물 속에서 살아 남았을까, 가지가 저렇게 무성할까, 짙은 녹음을 발산할 수 있을까.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한다. 한 폭의 중국 수묵화를 보는 듯 하다.

높고 낮은 가지와 잎 사이로 급류가 오고 가도, 가지들은 지팡이처럼 버티면서 온몸이 흠뻑 젖더라도 늘 경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비로운 풍광이다.



가는 길 : 기차, 버스 혹은 항공기를 이용해 구이양에 도착한 뒤 마웨이(麻尾)행 기차를 타면 저녁 나절 샤오치꿍에 도착할 수 있다.



속세에서 격리된 샹그리라, 윈난 바메이




'바메이'는 '삼림 속의 동굴'이란 뜻의 장족(壯族)의 언어를 음역한 것이다.

쿤밍에서 450㎞ 떨어진 꽝난(廣南)현에 있다. 공로(公路)가 없고, 전기도 없다. 거대한 암벽을 더듬거리거나 물살이 강한 내를 건너야 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

워낙 외진 곳이라 세상과 동떨어졌고, 아직도 300여년 전의 경작법을 사용하고 있다. 나무 쟁기로 땅을 파고, 고무래로 씨를 심는다.

물이 부족한 밭이나 논에는 옛 수차를 이용해 물을 대고 있다. 면화를 재배해 직접 옷을 만들어 입고, 물레방아나 맷돌로 벼를 다듬는다.

전기가 없어 이 곳의 장족 사람들은 호롱불을 켜고, 장작불로 밥을 짓는다.

바메이는 사방이 모두 산으로 둘러 쌓여 있다. 나무가 울창하고, 마을은 초록이다. 특히 마을 안에 커다란 용수나무(榕樹)가 짙푸른 녹음을 만들고 있다. 장족 부녀자들은 용수 나무 밑에서 수를 놓고 있다. 동네 개도 한가로이 오간다. 평화롭기 그지 없는 모습이다.

바메이는 옛 풍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길거리에 있는 것을 몰래 들고 가지 않고, 밤에는 문도 닫지 않는다. 이웃의 정이 돈독하다.

소수민족 장족 특유의 제사 의례, 노래, 롱야와이(龍牙歪)와 티챠오치우(?草球) 등 민속놀이 등을 기록한 옛 문자가 보존돼 있다.



가는 길 : 바메이 가는 길은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꽝시의 빠이서(百色)-푸닝(福寧)- 쥬제(珠街)-꽝난(廣南)-파리(法利)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쿤밍-치우베이(丘北)-꽝난-파리를 거치는 것이다

승용차는 파리촌에서 내려야 한다. 이 곳에서 밭길을 따라 수백m 걸어 들어가야 바베이의 동굴 앞 선착장이다. 동굴의 길이는 약 950m, 동굴 안에는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칭장 고원의 보석, 란위후(然烏湖)




란위후에 가면 호수 양쪽으로 높은 산이 우뚝 솟아 있다. 산자락이 마치 뒷골목의 담장처럼 호숫가에 빙 둘러 서있다.

'란위'는 '시신을 함께 쌓아 놓는 곳'이란 뜻의 장족 언어를 음역한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호수 안에는 물소가 있고, 호숫가에는 황소가 살았다. 두 마리의 소는 서로 잘 어울리지 않았다. 항상 다퉜다. 두 마리의 소는 죽고 난 뒤 그 시체가 호수 양안의 큰 산이 됐다. 란위후는 그 사이에 생긴 것이다.

모든 이야기가 이치에 맞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의 전설은 신화가 됐다. 지리학적으로 보면 란위후는 3마리의 소뿔이 둘러싼 모양이다. 히말라야산(喜馬拉雅山), 니엔칭탕굴라산, 헝듀안산맥이 바로 그것이다.

후란후의 주변 산은 아름다운 청색으로 덮여 있다. 산정에는 눈이 쌓여 있고, 봉우리 사이로는 빙하 녹은 물이 계곡을 이룬다. 호숫가를 따라 거닐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수면의 푸른 빛을 볼 수 있고, 초록의 호숫가 밭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 더 나가면 뻑 버티고 선 커다란 돌덩어리가 있다. 사실 4~5m 높이의 오래된 빙하의 유적이다.



가는 길 : 란위후는 장족 자치구의 동쪽에 있다. 촨장(川藏) 공로의 남쪽 318번 국도를 따라가다 동으로는 빠슈바이마전(八宿白馬鎭), 서로는 뻐미자무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후양 나무 숲(胡楊林)의 감동, 어지나




어지나에 가면 누구나 황금빛 숲을 만나게 된다. 맑고, 눈부시다.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다. 무슨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천당'의 색채일 것이다.

후양 나무는 자신의 모든 기력을 다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이리라.

어지나에는 중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굵고, 가장 오래된 후양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유목민들은 '신수(神樹)'로 받들고 있다. 높이 27.5m, 두께 6.5m, 수령은 약 880여년이나 된 나무다. 잎이 무성하고, 푸르게 우뚝 솟아 있다.

'신수'에는 뿌리 부근에 커다란 '귀'가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위쪽으로 엎드려 누워있는 나무의 귀에 사람들의 바람을 말하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가는 길 : 가장 빠른 길은 먼저 인촨(銀川)까지 항공기를 이용하고, 다시 인촨에서 승용차로 내몽골의 바안하오터(巴彦浩特)까지 가는 것이다.

인촨에서 바안하오터으로 가는 버스는 1시간에 한번 있고, 2시간 가량 걸린다. 바안하오터에서 어지나는 승용차로 약 8~10시간 소요된다.

<객원기자 www.chin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