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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청마루의 서늘한 감촉… 여름마저 잠들다

도깨비-1 2009. 7. 22. 14:16
뉴스: 대청마루의 서늘한 감촉… 여름마저 잠들다
출처: 한국일보 2009.07.22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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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의 서늘한 감촉… 여름마저 잠들다

한국일보 | 입력 2009.07.17 02:51 | 수정 2009.07.17 10:01 | 누가 봤을까?

 
古宅에서 하룻밤

하릴없이 대청에 누워 빈둥거리고 싶다. 목침을 베고 올려다 보면 기왓장의 둥근 선들이 겹쳐져 파란 하늘의 가장자리에 무늬를 넣을 것이다. 비라도 오면 더 좋겠다. 찐옥수수 한 소쿠리 옆에 끼고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 소리를 들으며, 장독대에 부딪는 빗방울 바라보며 마냥 뒹굴 것이다. 밤하늘의 별빛도 고택의 너른 마당엔 창연히 내려앉겠지.
먼 기억 속으로 떠나는 여행. 고택에서의 하룻밤을 권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고향과 한국인의 원형질을 되찾을 수 있는 여행길, 말갛게 정신을 깨어오는 걸음이다.




■ 오천유적지 군자마을

안동에서 봉화 청량산으로 가는 길. 도산서원 못미쳐 길가 오른쪽에 대규모 한옥이 들어선 마을이 보인다. 이정표는 '오천 유적지'라고 적혀있다. 영주 선비촌처럼 새로 지은 한옥촌인가 싶어 들어갔는데 마을의 역사는 뿌리가 깊었다.

안동 광산 김씨의 집성촌이다. 오천(烏川)은 광산 김씨의 600년 세거지로 우리말로는 외내라 불렀던 곳. 안동댐 건설로 그 외내가 물속에 잠기면서 마을 유적들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마을 입향조는 김효로(1454~1534)이다.
이 마을은 가문의 영광으로 내세우는 불천위(不遷位)를 한 분도 아닌 무려 세 분이나 모시고 있는 곳이다. 불천위는 보통 제사는 4대 봉사로 끝나지만 나라에 큰 공훈이 있거나 학문이 높아 나라가 영구히 제사를 모실 수 있도록 허락한 신위를 말한다.




마을은 '군자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입향조의 종손과 외손 7명이 '오천 7군자'라 불렸다고 한다. 모두 퇴계의 제자로 도덕과 덕행이 높았다. 정구라는 이가 마을에 들렀다가 한 마을에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 이후 마을 이름도 군자리로 불렸다. 7군자 가운데 대표적 인물은 김부필이다. 호는 후조당(後彫堂), 퇴계가 극진이 아꼈던 수제자다.

입향조의 둘째 아들 김유의 호는 탁청정(濯淸亭)이다. 후조당과 함께 당호를 그 호로 가지고 있는 분이다. 김유는 '수운잡방'이라는 책을 남겼다. 16세기 안동 음식을 기록해놓은 책이다. 안동식혜를 비롯해 안동 전통 음식에 대한 고유한 비밀을 담고 있다.

현재 마을엔 7가구 15명 정도 거주하고 있다. 후조당, 후조당 사랑채, 읍청정, 설월당, 침락정, 산남정, 군자고와 등 방을 빌려 하룻밤 묵을 수 있다. 8만~15만원. 부녀회에서는 머무는 객들에게 1명당 6,000원씩에 밥도 차려낸다. 반가의 전통음식을 맛보길 원하면 미리 예약한 손님에 한해 상이 차려진다. 문의 www.gunjari.net , 016-715-2177

■ 농암종택

청량산 자락의 지세가 뻗치고 있는 안동 도산의 강변에 아름다운 고택 농암종택이 있다. '어부사'를 쓰며 강호문학을 대표했던 농암 이현보(1467~1555)의 혼을 담고 있는 곳이다. 농암종택은 원래 도산서원 1km 아래인 분천리에 있었다.

안동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종택의 유적, 유물 등은 분천리와 안동시내에 흩어졌었다. 1996년 농암의 17대 종손 이성원씨가 이곳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 마을에 새로운 터를 잡아 종택과 서원 등을 복원했다. 오랜 공사 끝에 서원과 강각 등 예전 고택을 거의 모두 재현해 놓았다.
농암종택을 감싼 주변 풍경은 과연 '강호지락'을 추구했던 농암의 터전답다. 낙동강 물줄기와 청량산에서 흘러온 산자락이 서로를 굽이치며 희롱하는 절경 한가운데에 종택이 자리하고 있다. 국도에서 한참을 벗어나 오지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종택 앞으로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은 강의 본 모습을 띠고 있다. 백사장이 있고, 소가 있고, 물 안에는 눈부신 바위들이 솟구쳐 있다. 농암종택에서 만난 종손은 "농암종택은 한 개인의 집이 아니라 안동의 재산이고 국가의 재산이다. 난 그저 관리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농암종택은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일반에 개방됐다. 독립된 별채인 긍구당과 명농당 강각을 비롯해 사랑채, 대문채 등 20개의 방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전에는 고려 때 지은 옛 건물인 긍구당이 가장 선호도가 높았는데 지금은 강변 끝자락 강을 굽어보는 곳에 자리한 강각의 인기가 더 높다.

긍구당, 명농당 별채, 애일당 등은 성수기(8월16일까지) 13만원. 강각과 사랑방은 15만원. 대문채는 5만~7만원, 서원의 서재와 강당 등은 4만~9만원이다. 6,000원에 식사를 제공한다. 강가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으니 수영복도 빠뜨리지 말자. www.nongam.com , (054)843-1202

■ 춘양 만산고택

경북 봉화의 춘양에 만산고택이 있다. 대한제국의 통정대부 중추원 의관을 역임한 만산(晩山) 강용(1846~1934)이 지은 가옥이다. 만산은 일제에 의해 을사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내려와 국운 회복을 기원하며 지냈다.

수려한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마당 건너편에 'ㅁ'자 형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이어져 있고 왼편엔 공부방인 2칸짜리 소박한 서실이 있다. 오른편으로는 따로 담을 두르고 문을 낸 별당 '칠류헌(七柳軒)'이 고풍스럽게 서 있다.
만산의 4대손인 강백기 내외가 노모를 모시며 지키고 있는 이 고택은 봉화 춘양목으로 지은 건축미 덕택에 건축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칠류헌은 만산 고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곳. 창호문을 처마에 걸어 올리면 너른 대청이 시원하게 열린다. 정성스러운 손때가 밴 나무판이 규칙적으로 조합된 마룻바닥은 100여년 세월에도 뒤틀림이 없다. 유감없이 드러난 춘양목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3개의 방과 대청까지, 족히 50명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다른 고택에 비해 규모는 대단치 않다. 하지만 만산고택은 위엄 대신 아기자기한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한다. 사랑채를 빙 둘러 손수 만든 화분들이 정겹다. 임하 무실이 고향인 고운 미소의 안주인이 손수 만들어 내놓은 것들이다.

칠류헌과 사랑채, 서실, 안채 등과 만산고택과 붙어있는 바로 옆집의 사랑채도 일반에 함께 개방된다. 하루 숙박 5인 기준 5만원, 10명은 10만원. 그 이상은 1명당 5,000원씩 추가된다. 식사는 5,000원. (054)672-3206

■ 지례예술촌

지례예술촌은 첩첩산중의 호숫가에 홀로 들어앉은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구비구비 산허리를 감고 또 감는다. 이 마을로만 이어지는 외진 도로는 인적이 드물다. 길가의 풀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도로를 온통 뒤덮으려 할 정도이다.
지례마을은 조선 숙종때 대사성을 지낸 지촌(芝村) 김방걸1623~1695)이 처음 일궈 그의 자손들이 340여년간 집성촌을 이루고 주경야독하며 살아온 곳이다. 1975년에야 처음 전기가 들어오고 버스가 다니던 외진 마을이다. 임하댐 건설로 마을이 수장 위기에 처하자, 문중 소유의 종택과 제청, 서당 등 여러 가옥을 마을 뒷산 중턱에 옮겨 지금의 지례예술촌이 만들어졌다.




산 속에 덩그러니 혼자 들어앉은 마을에선 찌르레기 소리 말고는 정적, 고요뿐이다. 지례예술촌 홈페이지는 "이 깊은 산중에 와서까지 구태여 도시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지 마십시오. TV도 전화도 벽시계도 없는 방에서 정지된 시간과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느껴 보십시오"라고 권하고 있다.

마을을 끼고 호수와 산자락을 오가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이웃도 하나 없는 궁벽한 산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례예술촌을 지키고 있는 김원길(67) 촌장은 "대도시의 복잡함에 지친 외국인들이 수백년 된 고택에서 잠을 자보고는 크게 만족해 한다"며 "옛 선비들의 풍류였던, 고독을 즐기는 한적미(閑寂美)를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잘 즐긴다"고 말했다.

지례예술촌에서 하룻밤 묵으려면 예약이 필수. 방에 따라 4만~12만원이다. 식사도 가능하다. 1끼 7,000원. 고급 전통상차림을 원할 경우에는 사전 예약해야 한다. www.jirye.com , (054)822-2590

안동·봉화=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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