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팬 치고 이 사람을 모르면 '간첩' |
왜냐구? '편파해설 달인'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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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시(경기시작 3시간 전) 사직구장 도착
"집이 사직구장에서 걸어서 5분"이란다. 휴대전화로 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느새 사직구장에서 훈련을 시작한 롯데 선수들 사이에서 이 위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더니 배팅케이지 뒤에서 김무관 코치와 눈인사를 한 후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무관 코치와는 오랜 친구라 편하게 이야기 한다"는 이 위원은 전날인 3일 롯데 선발이었던 이용훈의 강판 이유와 롯데의 떠오르는 샛별 김민성의 컨디션 등에 대해 질문을 했다. "경기 전 들은 정보를 청취자들에게 많이 전달하고 싶은데 라디오 중계는 상황을 빨리 설명해야 하는 특성상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라디오 중계 중 아쉬운 점"이라는 설명이다.
이 위원이 갑자기 기자를 불렀다. 대뜸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보여준다. 롯데에서 발매한 휴대폰 케이스에 김민성의 배번인 '6'이 찍혀있다. 얼마나 김민성에게 기대를 많이 거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오늘 김민성이 대활약을 해준다면 제대로 된 '편파해설'을 들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M 4시 BJ BOX 코너 출연 비 때문에 연기
오후 3시30분 경 소나기가 내렸다. 굵은 빗줄기 때문에 이날 예정돼 있던 경기 전 BJ BOX 출연이 5일로 연기됐다. 이 코너는 마치 라디오 DJ처럼 롯데 응원단상에 마련된 간이 스튜디오에서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이다.
식사는 언제 하는지 묻자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식사를 한다. 중계를 앞두고 뭔가를 먹었다가는 속이 거북해서 장시간 방송을 하기가 힘들다"고 답했다. 물 섭취도 경기전에는 최대한 줄인다. 소나기가 내리긴 했지만 무더운 여름날씨에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음료수 한 병 안 마시는 이유는 방송 중 화장실 이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였다.
▶PM 4시50분 중계석에서 준비완료
경기 30분전에 중계석에 도착한 이 위원은 각종 자료를 정리하고 목을 가다듬을 물 등을 준비했다. 10분전부터는 귀에 라디오를 바로 들을 수 있도록 이어폰을 착용하고 목을 풀기 시작했다. 저음에서부터 시작해 마치 소리를 지르듯 목을 푼 이 위원은 "오늘 송승준 기대할 만 할 거야"라며 캐스터 등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PM 5시 경기 시작
이때부터 기자에겐 곤욕이었다. 라디오 방송중계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소음이 들어가면 안 된다. 휴대폰 진동모드는 기본, 숨소리마저 죽이며 이 위원 옆에 앉아 살폈다. 한 이닝이 끝나거나 투수교체 시간에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위원은 이날 선발이었던 롯데 송승준과 SK 송은범을 비교하며 시작했다. "둘 다 뛰어난 투수지만 6월 단 한번의 패도 없이 연승가도를 달린 송승준"이라는 표현에서 역시나 홈팀 롯데에 무게를 싣고 있다. 1회말 2사 1, 2루 찬스가 무산되며 이닝이 끝나자 이 위원은 마이크를 탁 내려놓고는 "그 찬스를 못 살리나"라며 긴 탄식을 내뱉는다. '광팬'과 '해설자'의 문턱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이어진 2회초 SK 4번 박재홍의 타구를 이대호가 라이너로 잡아내자 박장대소하며 "이대호가 아주 날렵한 몸은 아니지만 빠른 반응으로 공을 잡아냈다"고 칭찬을 했다.
2회말 가르시아, 박종윤의 연속안타가 터지자 또다시 흥분 모드. "송은범이 10승을 올린데다 올시즌 아직 패가 없지만 롯데 상대는 처음이다. 아마 지금까지 상대한 구단과 롯데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팬들이 들으면 흐뭇해할 말이다. 하지만 환호는 금방 또 탄식으로 이어졌다. 최기문의 희생번트 때 2루주자였던 가르시아가 3루에서 아웃됐다. 이 위원은 "아니 희생번트 사인을 이해 못 할리가 없는데 리드가 너무 짧았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절호의 찬스가 이어졌지만 2회말 점수를 뽑지 못하자 쉬는 시간에 아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만 보고 있다. 말을 붙이기도 망설여질 정도다.
가르시아 때리기는 3회초에도 이어졌다. 2사후 김강민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어정쩡하게 수비하다 빠뜨려 2루타로 연결되자 "이건 가르시아가 잡았어야 한다. 스타트를 빨리 끊고 슬라이딩 캐치를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4회말 1사 1, 2루 찬스에서 박기혁이 타석에 들어서자 "여기서 '제발' 하나 쳐줘야 합니다"라고 아예 기도를 한다. 그러나 롯데는 5회까지 점수를 뽑지 못한 채 클리닝타임이 됐고 이 위원은 혀를 끌끌 차며 화장실을 다녀왔다.
이날 승부처가 된 6회말 답답함과 환호가 교차했다. 안타로 출루한 홍성흔의 대주자로 나선 전준우가 가르시아의 안타 때 타구를 보며 머뭇거리자 "선수가 타구를 왜 보나요. 저런 때는 주루코치의 사인을 보고 뛰어야죠"라며 흥분을 했다. 3루에 안착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2루에서 멈추거나 주루사를 했다면 엄청난 독설이 쏟아질 뻔한 상황이었다. 이후 박종윤의 희생플라이로 드디어 선취점을 뽑자 이 위원은 "박종윤이 정말 필요한 타격을 해줬다"며 칭찬을 시작했다. 7회초 곧바로 1루수 박종윤이 박정권의 타구를 멋지게 점프해 잡아내자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며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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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 중에도 팬들은 외면 못해
8회에도 여전히 송승준이 공을 던지고 있자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롯데 팬들이 KNN 중계석 바로 아래로 몰려와 유리창 너무로 종이에 '송승준 투구수'라고 써서 들이민다. 그러자 그 바쁜 와중에 투구수를 확인해 팬들에게 손가락으로 표시해주는 친절을 발휘했다. 경기 중 질문사항을 쪽지로 물어볼 정도로 롯데 팬들에게 이 위원은 편한 존재였다.
경기 분위기는 송승준의 완봉승으로 향하는 가운데 9회초 2사후 박정권 타석 때 풀카운트가 되자 이 위원은 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 코멘트를 날렸다. "자, 송승준 선수 온 몸의 기를 모아야 합니다. 힘을 모아서 한번에 뿌려야죠"라며 자신도 몸에 힘을 잔뜩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유격수 플라이로 박정권이 물러나자 "송승준이 SK를 꺾었다"며 만세를 불렀다. 자신의 말대로 덕아웃의 롯데 선수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중계를 마친 이 위원은 서둘러 귀가했다. 술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약속이 없으면 바로 귀가한다. 이 위원은 오는 8월21일이 되면 1500경기 연속중계 기록을 세우게 된다. 선수들이 스프링캠프를 가면 자신도 산에 올라 소리를 지르며 시즌을 위한 목소리 단련 스프링캠프를 한다는 이 위원. 스스로의 표현대로 정말 롯데와 한 몸처럼 느껴지는 존재였다.
< 부산= 스포츠팀ㆍ jkdroh@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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