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스크랩] 장애아에 문학 가르치는 한국판 '설리번 선생님'

도깨비-1 2008. 3. 12. 23:26
뉴스: 장애아에 문학 가르치는 한국판 '설리번 선생님'
출처: 조선일보 2008.03.12 04:09
출처 : 감동뉴스
글쓴이 : 조선일보 원글보기
메모 : 소설가 성석제씨 어머니 채병순씨 자폐증·다운증후군 어린이에 공부 가르쳐 99년엔 68세 나이로 수능시험 최고령 합격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채병순(77) 할머니는 동네 노인복지회관에서 '설리번 선생님'으로 불린다. 앞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헬렌 켈러를 가르쳤던 앤 설리번 선생님처럼 주변의 많은 장애아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치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채씨는 지난 2005년부터 다운증후군, 자폐증, 발달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1주일에 1~2시간씩 국어와 문학,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국어와 문학을 가르칠 수 있는 건 회갑을 넘겨 대학 문예창작과를 나왔을 정도로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씨는 동인문학상 수상 소설가인 성석제(48)씨의 어머니다. 장남인 소설가 성씨를 비롯해 2남 3녀를 다 키워낸 뒤 채씨는 가슴속에 접어뒀던 문학에 대한 꿈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68세의 나이에 최고령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합격해 모 여대 문예창작과 00학번으로 입학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채씨가 장애아들을 가르치게 된 까닭은 자신이 장애아 손자를 돌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손자는 어린 시절 청각 장애로 가정교사에게 힘겹게 말을 배웠고, 채씨는 이를 가슴 아프게 지켜봤었다. 그런 체험이 있기에 채씨는 지난 2006년 만난 김모군(14)을 특별한 관심으로 돌봤다.

"김군이 처음엔 '엄마' 등과 같은 기본적인 단어밖에 말하지 못했어요. 아무리 가르쳐도 단어 하나 외우지 못해서 어떡하나 싶었죠. 그런데 김군이 나랑 있는 것을 재미있어 하고 엄마도 고마워해서 계속하게 됐지요." 김군은 아직 말은 제대로 못하지만 사람들을 무조건 경계하던 폐쇄적 태도에서 벗어났다. 할머니를 만나는 날엔 미리 와 기다리다 볼에 입을 맞추고 친구, 선생님들과 했던 이야기들을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풀어 놓는다. "이제 소풍 가면 자신보다 못한 아이들에게 길을 안내해줘 모범학생 상장도 타오고 많이 컸어요. 특수학교 초등과정 졸업 사진을 보여주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했던 채씨는 "김군도 학업이 늦었지만 장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라고 말했다. 채씨는 이제 중등과정을 배우기 시작한 김군이 앞으로 해볼 만한 일을 찾게 해 주고 싶어 사물놀이 악단이나 미술관 등에 데리고 다니며 적성을 알아보기도 한다. "김군이 말을 잘 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채씨는 "장애아들이기 때문에 할 수 없고 배울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며 안타까워하면서도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이 아이들을 끝까지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군포=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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