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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일본야구 토론방 - 요미팬 반응 (혼돈나라님)

도깨비-1 2007. 9. 30. 14:56

혼돈나라님 : 요미팬 반응 (와그라노님 보세요)

요미우리 vs  주니치전( 9월26일 ) 

 번호 22653  2007.09.27

안녕하세요?

혼돈나라입니다.

사실 쑥스러워서 글 안 올리려고 했는데…

밑에 <와그라노>라는 분이

<혼돈나라님...빨리 일본 현지의 반응 올려줘여..기다리고 있어여…

수많은 승엽이 펜들께서...>

라고 쓰셔서…

그 분 앞으로의 답장 형식을 빌어

다시 한번 글을 올려 봅니다.


사실 지난번 글에서 제가 문제삼았던 것은

한국사회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이것은 얼마전의 안정환과 서포터즈 사건과도 관련되는 문제인데,

당시 안정환은 2군으로 추락한 약자의 입장이었고,

관중석은 감히 범할 수 없는 신성한 곳이었고,

안정환은 혼자였던 반면 서포터즈들은 다수였고,

등등의 여러 요소가 작용한 결과라고 봅니다만,

한 선수를, 아니 한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여러 네티즌들처럼

SBS 홈피에 가서

<왜 욕하지도 않은 사람한테 욕했다고 했어요?

그리고 거기서 맥락도 없이 왜 이승엽과 비교를 해요?>

라며 항의 댓글도 남겨보고,

다음 아고라의 청원란에 가서 열심히 표도 던져보고 그랬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승엽이라는 선수에 대해서도

설령 자기가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아무리 그가 부진하다고 해도,

게시판을 통해 비판이나 지적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을 이용하여

일방적인 비방의 글이나 인격을 모독하는 언사를 퍼붓는 것은,

그 대상이 안정환이 됐든 이승엽이 됐든,

아니면 그냥 보통 시민이 됐든,

결코 한 개인을 대하는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셔서 저도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삽을 든 승엽>이라는 분이

자꾸 태클을 걸어 올 때만 해도

제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변하다가도

말꼬리를 잡는 태클이 끝도 없이 계속되어

답글 쓰는 것도 포기하고

<에이, 괜히 글 올렸다…이럴 줄 알았어…>

라며 자포자기 하고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뜻밖에도 많은 분들이 댓글로 호응을 해주셔서

나중에는 집사람 말대로

<삽을 든 승엽>이란 분의 닉네임이 귀엽게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한국 네티즌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


자…그럼 이쯤해서 야구 얘기로 화제를 돌리면…

어제의 경기(26일 주니치 드래곤스와의)는 일본 메스컴에서

<천하의 주인을 가르는 일전一戰>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올 시즌의 리그 우승을 좌우하는,

거의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시합이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어제 시합을 간단히 돌이켜보면,

사실 1회에 모리노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아시다시피 모리노는,

올해 타점과 홈런의 거의 반을

요미우리전에서 뽑아낼 정도로

요미우리에 강한 선수라서

하다못해 최대한 유인공을 던져서,

최소 2-3 정도까지 끌고 간 다음에

볼넷을 주든, 삼진을 잡든, 맞춰잡든 하는 정도의 승부를 기대했었는데,

모리노와의 승부를 서두른 건지…

어이없이 쓰리런을 맞았을 때만 해도,

오늘 시합은 접고, 그냥 승엽이 홈런 나오기나 기대해야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게다가 전날 홈런친 4인방

닥, 오가, 옥화, 아베가

약속이나 했다는듯이

내내 무안타행진으로 휴식 모드라서…

회가 거듭할수록 더욱 승리는 비관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다행히 홀린즈-곤잘레스 대신 들어온

시미즈-와키야의 하위 타선이 기폭제가 되어,

시합도 역전시키고,

중요한 장면에서 승엽이 홈런도 보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오늘 승엽이의 홈런을 보면서,

롯데시절의 일본시리즈에서도 그랬고,

 WBC에서도 그랬듯이..

<이 놈은 정말 하겠다고 집중만하면 큰 일을 내는 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올 일본시리즈에서도 승엽이의 집중력과 폭발력에

한번 기대를 걸어 봅니다.


그리고 어제 시합은 역시 4번 대결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 경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미우리는 비록 모리노에게는 엄청 두들겨 맞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이 우즈를 철저하게 봉쇄해서

상대팀으로 하여금 기를 못 펴게 만든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우즈가 한방 날리면…

그 포스에 눌려…

선수는 물론이거니와

경기를 지켜보는 요미우리 팬들마저도 기가 죽을 정도니까요…


그러던 와중에(5회말 세번째 타석 )  4번 승엽이의 동점 홈런이 터지는 순간,

그 타이밍과 파워에,

단박에 경기 흐름이 요미우리쪽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29개의 홈런 중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가치있는 홈런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사실, 첫타석과 두째 타석에서

땅볼과 삼진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을 때만 해도,

포탈사이트의 문자중계에 들어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영양가 타령이 판을 치더군요…


정말 한두 번만 못 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영양가 타령이 나오니…

(그래서 저는 일간스포츠 문자중계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소규모라서 대화방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인데다,

문자님의 멘트도 재밌고요…)


제가 일본에서 5년 정도 살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일본사람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머리도 좋고 (일본 사람들은 꾸준한 개미형임),

융통성도 있고 (정해진 규칙에 연연하지 않음),

유머러스하고 (인터넷 댓글 읽다보면 배꼽빠짐),

독창적이고 (오구라키조씨가 인정했듯이 한국은 천재가 많은 나라),

화끈하고 (이건 제가 설명 안하도…),

추진력도 좋고

(길거리 응원의 시작은 어느 네티즌의 제안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하죠?),

적극적이고 (일본 사람들은 지극히 수동적입니다),

표현력도 좋고

(이 부분에 대해선 김연아와 마오의 피겨스케이팅 연기를 생각하심 좋을듯),

등등…


전체적으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다만 하나…

성격이 급한게 흠이죠…

기다려 주지 않고 당장 결과를 바라는…

바로 이 점이 결정적으로 한국사회의 비약에 장애요인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운…


자, 그럼 저의 잡설은 이것으로 각설하고…

이승엽 팬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는 요미우리 홈페이지의 응원방으로 가 볼까요?

어제 응원방의 내용을 일별해보니…

예상대로 승엽이의 동점홈런은 물론,

와끼야 선수의 역전투런과,

중간계투 노마구찌 투수의 호투에 대한 응원 메시지가 제일 많군요.

그래도 역시 4번 이승엽의 팬이 제일 많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응원 방입니다.


<역시 4번은 승짱이다!> 라거나

<승짱, 앞으로도 4번 부탁해요!> 혹은

<승짱, 앞으로도 팀을 이끌어주세요!>

라는 메시지가 많이 보이구요...

<승승승>이나 <승짱 최고> 혹은 <25> 라는 닉네임도 있을 정도네요 ㅋㅋㅋ


그리고 우리처럼 30호 홈런을 기대하는 팬의 멧세지도 있군요…

동점 치니까 또 한방을 바라는 욕심많은(?) 팬도 많군요 ^^^

어디가나 팬의 마음은 똑같은가 봅니다 ㅎㅎㅎ

반면에 타니나 오가사와라 선수에 대한 메시지는 생각보다 적네요.

아마 제 생각에,

승엽이는 작년 한해 인상적인 플레이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한 상태인 반면,

타니나 오가사와라는 올해가 1년차라서 그런가 봅니다.


이건 이병규와 이승엽을 비교해 봐도,

역시 이승엽의 일본진출이 상대적으로 빨라서,

아직까지는 이병규보다 이승엽을 응원하는 한국 팬이 많은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의 동점 홈런은 제가 올 한해 승엽이 야구 보느라 들인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홈런이었습니다.

한신의 명예 감독이자 일본 올림픽 대표 감독인 호시노 센이치씨가

작년에 티비 중계를 하면서 한 말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홈런이었습니다.


<李의 홈런의 특징은…

맞는 순간 홈런인지 안다는 점이다!>


이승엽 선수!

올해 초에 어머니를 여의시고

홈런 세레모니도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를 위한 세레머니로 바꿨다고 하는데

추석선물로 어머니에게 값진 홈런을 선물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한국에 있는 많은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됐습니다. ^^

자, 이제 큰 이변이 없는 한 요미우리의 우승도 거의 결정된 것 같으니,

저도 그만 본업에 돌아가서 학업에 충실하겠습니다. 꾸뻑 ^^^

 

 

**이날 경기에서 요미우리는 1회초 4점을 내줘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갔지만 이승엽의 동점홈런에 이어

 6회말 와키야 료타의 역전 2점홈런과 8회말 다카하시 요시노부의 쐐기 2점홈런으로 8-4로 승리했다.

이로써 요미우리는 센트럴리그 순위에서 2위 주니치와의 격차를 2경기차로 벌리면서 우승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