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박철순 등)

"관중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도깨비-1 2007. 6. 11. 23:36
"관중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초여름의 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프로야구 열기는 높아지는 기온과 비례하고 있다.

6월 10일 현재 211경기를 소화한 2007 프로야구는 총 200만9927명의 관중이 입장해 지난 1996년(173경기) 이후 가장 짧은 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렇게 프로야구 열기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사상 유례없는 치열한 순위싸움과 최희섭(KIA 타이거즈), 봉중근(LG 트윈스) 등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의 복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관중 동원을 위해 힘을 쓴 각 구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은 각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

두산 베어스는 10일 박철순의 사인회와 시구 행사를 개최해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07 김귀현

시즌 초반 관중 동원에 가장 적극적인 구단은 SK 와이번스였다.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코치를 영입하면서 이른바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한 SK는 뒤늦게 프로야구에 뛰어든 신생팀의 악조건을 이겨내고 '한 많은' 인천의 야구팬들을 문학구장으로 끌어 들이는데 성공했다.

선수들은 자신보다 팬을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로 이름 대신 '팬사랑'이라고 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고, 이만수 코치는 지난 달 26일 시즌 첫 만원 관중이 모인 문학구장에서 '팬티 퍼포먼스'로 홈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대표적인 인기 구단 LG 트윈스 역시 지난 달 21일 김재박 감독과 봉중근, 박용택 등이 참가한 '지하철 팬사인회'를 통해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 내며 야구 열기에 불을 지폈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드팬들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복고 마케팅'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해에도 '유니폼 데이' 행사를 통해 '가을에도 야구했던' 화려한 시절을 재현했던 롯데는 올해도 지난 달 19일 'AGAIN 1992' 행사로 15년 전의 감동을 되살렸다.

특히 이날엔 92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윤형배 코치와 공필성 코치가 시구와 시타를 맡았는데, 윤형배 코치가 공필성 코치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자 공필성 코치가 마운드로 뛰어 나가 난투극(?)을 벌이는 재밌는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골수팬이 많은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산 베어스 역시 올 시즌 왕년의 스타들을 다시 볼 수 있는 '플레이어스 데이' 행사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5월에는 원년 우승의 주역이자 멋들어진 구레나룻이 돋보였던 김우열과 95년 우승 당시 '더블 스토퍼'로 활약하던 김경원, 이용호를 초청했고, 이번 달 10일에는 베어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불사조' 박철순의 팬사인회와 시구행사를 개최했다.

작년 11월 대장암 수술을 받아 팬들을 걱정시켰던 박철순은 '불사조'라는 별명답게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을 만났고, 40분으로 예정됐던 사인회가 1시간이 넘게 진행됐음에도 사인을 받지 못한 팬들이 있었을 정도로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등번호 21번이 새겨진 박철순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서인동(29)씨는 "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철순 선수를 다시 볼 수 있어 무척 기뻤다 " 며 " 올해 들어 경기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써 야구장 오는 재미가 늘었다 " 고 말했다.

장마철과 무더위 뚫고 400만 관중을 향해 달리는 2007 프로야구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 주세요'라는 구호는 '프로 스포츠'에서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팬들의 발길을 야구장으로 향하게 만들고, 어렵게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 모두 구단과 선수들의 몫이다.

2007년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참패와 현대 유니콘스 문제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이제 곧 야구장의 '비수기'라 할 수 있는 장마철과 무더위가 다가온다. 도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대형(LG)의 발만큼이나 빠른 프로야구의 흥행 속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 2007년 구단별 관중 현황 (6월 10일 현재)
ⓒ2007 한국야구위원회

/양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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