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류현진,추신수,이대호 외

[스크랩] [인물탐구] 일본 사로잡은 홈런 마술사 이승엽

도깨비-1 2006. 8. 17. 21:06
뉴스: [인물탐구] 일본 사로잡은 홈런 마술사 이승엽
출처: 일요신문 2006.08.17 18:21
출처 : 스포츠기타
글쓴이 : 일요신문 원글보기
메모 :



이승엽의 내년 거취가 벌써부터 핫이슈가 되고 있다. 최고 인기구단 요미우리의 최고 스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이승엽(30·요미우리)은 분명 2006년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걸작품이다. 팀의 부진으로 빛이 조금 가려 아쉽기는 하지만 쉼 없이 이어지고 있는 대포 세례에 일본의 야구 팬들도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 거취가 벌써부터 핫이슈가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요즘 이승엽을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왠지 풍기는 냄새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옷을 새롭게 갈아 입고 더욱 당당하고 매서워진 것이다. 순간순간 닥친 위기들을 멋지게 극복한 채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엽에게 2006시즌은 분명 ‘신이 점지해준 해’임에 틀림없다. 워낙 수많은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느라 속속들이 해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궁금한 게 남아있는 이승엽에게 최근 돌아가고 있는 상황들에 대해 경기가 있을 때마다 틈틈이 물어봤다. 그 내용을 정리한다.

일본인들이 보는 이승엽

얼마 전 이승엽이 이런 얘기를 했다. “원정 경기를 가도 이제는 택시 기사들이 내 얼굴을 다 알아본다.” 그렇다. 일본 열도 어디를 가나 이승엽은 최고의 스타로 최고 예우를 받는다.

전국구 팬이 가장 많은 요미우리 선수라는 프리미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쳤다 하면 홈런이 될 것 같은 강렬한 이미지’가 팬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 계열의 월간지인 <월간 자이언츠>의 마사루 마다테 사장은 “도쿄 돔 구장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치는 것을 보면 과거 왕정치(일본명 오 사다하루, 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왕정치도 그랬지만 이승엽도 이미 쳤다하면 펜스를 넘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초대형 슬러거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고 말했다.

70년 전통의 요미우리, 아니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4번 타자로 새 역사를 만들고 있는 자랑스런 이승엽이다.

50홈런도 가능하다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30홈런은 용병 타자의 기본 점수다. 하지만 40홈런의 의미는 다르다. 정말 대단한 수치라고 생각한다”며 시즌 40호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맞는 얘기다. 일본에서 30홈런 정도면 슬러거라기보다는 중장거리포 정도로 보면 좋다. 대표적으로 니혼햄 파이터즈의 캡틴인 오가사와라 미치히로가 좋은 예다.

지바 롯데 시절인 지난해 이승엽은 30홈런을 쳤지만 보기 드문 홈런포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별로 없다. 40홈런 정도는 돼야 ‘대형 슬러거’라는 별칭이 따라 붙는다.

오랫동안 일본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거포로 이름을 떨쳤던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의 예를 보면 40홈런의 진가를 잘 확인할 수 있다. 마쓰이는 10년간의 요미우리 시절 중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적은 세 차례였고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02년에는 자신의 최고 기록인 50홈런을 터트렸다.

40홈런? 아무나 넘볼 수 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이승엽에게는 올시즌 떼논 당상이나 다름없다. 이제 꿈의 50홈런에 도전하는 이승엽이다.

이승엽, 뭐가 달라졌나

이승엽 스스로도 얘기하고, 한국과 일본의 매스컴에서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말하고 있는 콤팩트 스윙이 비결이다.

이승엽의 일본 공략형 스윙은 3년째인 올해 도쿄 돔에서 자연스럽게 완성됐다. 요미우리는 반발력이 강한 미즈노 공을 홈 경기에서 사용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각 팀마다 홈 경기에 사용할 수 있는 공인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또 공기 주입식 지붕의 돔 구장은 타구가 다른 구장보다 눈에 띄게 잘 날아 간다. 이처럼 좋은 조건 속에서 이승엽은 굳이 무리하게 힘을 실은 스윙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 소속팀인 지바 롯데의 홈 구장인 마린스타디움은 규모가 큰 데다 외야에서 홈으로 부는 역풍이 대단했다. 슬러거는 어느 상황에서든 타석에 들어서면 한방을 의식하기 마련이다. 그런 이승엽이 마린스타디움에서 콤팩트한 스윙을 몸에 익히기는 힘들었다.

이승엽은 “만일 야외 구장인 히로시마나, 타구가 잘 뻗지 않는 후쿠오카 돔(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이었다면 올시즌 이만큼 홈런 페이스를 끌어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요미우리 거액 베팅설

‘말이 곧 법’으로 통하는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그룹 회장 이외에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본 언론에도 이따금씩 등장하고 있는 요미우리의 재계약 카드는 어디까지 예상과 추측에 불과하다.

단 분명한 것은 요미우리가 2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추진하고 과거 어느 외국인 선수 못지않게 초특급 대우를 해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올시즌을 접고 우승을 향한 장기 플랜 작성에 들어간 요미우리에 1년 재계약은 별 의미가 없다.

요미우리가 이승엽과 재계약을 할 경우 올시즌 1억 6000만 엔(공식 발표)에서 두 배 정도 뛴 3억 엔 안팎의 연봉을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이 올시즌 50개 정도 홈런을 쳐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오른다면 3억 엔은 좀 약해 보인다.

물론 다른 선수들과의 위화감을 고려해 공식 발표와 비공식적인 대우가 다를 수도 있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중계료 등 이승엽으로 인해 벌어 들일 수 있는 돈을 생각하면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돈 보따리를 풀 수도 있다.

이승엽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홈런왕에 올라 1000만 엔의 보너스를 받았다. 구단 측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뛴 적도 없는 이승엽에게 깜짝 보너스를 건네줬다.

또 최근 한·일 통산 400홈런을 쳤을 때도 같은 액수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400홈런 중 요미우리에서 친 홈런이 불과 30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씀씀이에서 특별한 구단임에는 틀림없다.

일본의 프로야구 담당 기자들은 “아마도 다른 팀 같았으면 요미우리의 10분의 1인 100만엔 정도의 격려금을 줬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솔직히 다급한 건 요미우리 쪽이다. 요미우리 구단 내부에선 2~3년 내의 정상 정복 꿈이 이승엽 없이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어느 구단과 비교해도 자금력만큼은 별로 뒤질 게 없는 요미우리의 물량 공세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메이저리그의 시각

지난 6월과 7월에는 5개팀 이상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요미우리의 본거지인 도쿄 돔을 찾았다. 가장 최근에는 8월 1일 한신 타이거스와의 경기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빌 싱어 스카우트가 왔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이미 스카우트를 일본에 파견했고 보스턴 레드삭스도 다음달 중에 요미우리전 관찰에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 등 다른 선수들도 겸사겸사 보기 위해 일본을 줄줄이 방문하고 있지만 역시 이승엽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이승엽에 대한 평가는 아직 2003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마쓰이 히데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대형 슬러거임에는 틀림없지만 빅리그에서 마쓰이 같은 활약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마쓰이는 요미우리 시절 거포로서 꾸준한 성적을 내다가 절정에서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승엽의 경우 슬러거로 확실한 합격점을 받은 것은 일본에서 올시즌이 처음이라는 점도 스카우트들의 평가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쿄 돔에서 만난 한 스카우트는 “홈런 수로만 따지면 이승엽이 마쓰이만큼 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팀이 원하는 선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로에 대한 생각

이승엽은“내 인생에서 정말 기억에 많이 남을 만한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며 새 보금자리인 요미우리에 대해 무척 만족해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야구 선수들에 대한 시각이 일본만 못하다. 정말 일본에서는 프로야구 선수들을 모두 떠받들 정도다”라고 말하는 이승엽은 요미우리에서 매 경기 100여 명씩 따라붙는 취재진과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가장 많이 놀랐다고 한다.

올해로 일본 생활 3년째, 첫 외국 생활에 대한 적응도 끝났다. 일본어 실력도 수준급으로 동료 선수들에 따르면 80% 이상은 이해를 한다고 한다. 부인 이송정씨도 올해 대학에서 자신의 전공 분야인 연극, 영화를 공부하며 의욕적으로 일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엽은 “물론 일본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는 내 인생이 달린 문제다”라고 여전히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머니가 아직도 병상에 계시는 등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일본 잔류를 심각하게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요미우리와 재계약을 한다면 나이로 볼 때 사실상 메이저리그 진출을 접어야 한다는 게 큰 고민거리다.

이승엽은 LA 다저스가 터무니없는 몸값을 제시했던 3년 전과는 백팔십도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올 시즌 뒤 좋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쪽에서 제시되는 카드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이승엽이 느끼는 자신에 대한 가치와 메이저리그 쪽의 평가에 온도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승엽은 삼성에서 지바 롯데로 이적할 때 이상으로 고뇌에 빠질 수도 있다.

이승엽과 마쓰이

이 부분에 대해서 이승엽은 참으로 솔직하다. 이승엽은 요미우리에서 10년간 뛰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마쓰이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겸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 언론의 반응은 좀 다르다. 최근 요미우리 계열의 스포츠신문 <스포츠호치>는 이승엽이 8월 1일 한신 타이거스와의 경기에서 왕정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20대에 통산 400홈런을 달성하자 겉치레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칭찬을 했다. 이제 어느 누구도 마쓰이와의 비교에 대해 어색해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마쓰이는 여전히 70년 전통을 갖고 있는 요미우리,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의 자존심이다. 이승엽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 프로야구에서 ‘제2의 마쓰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엽의 ‘숙제’들

전체 146경기의 3분의 2 정도를 돌았다. 별 슬럼프 없이 면면히 이어져온 그야말로 경이로운 페이스다. 슬럼프라고 굳이 말한다면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11경기서 홈런을 터트리지 못한 게 고작이다. 그 기간 이외에는 별 기복이 없었다.

컨디션이 나쁘면 나쁜 대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게 지난 2년간의 지바 롯데 시절과 확연하게 차이 나는 점이다. 이제 마지막 3분의 1. 주의할 점이라면 부상과 집중력이다.

이승엽은 그동안 큰 부상을 당한 적은 없지만 3개월 동안 이어진 암흑 속의 고군분투로 인해 이곳 저곳 몸에 성한 곳이 없다. 허리, 어깨, 무릎 등의 관절에 통증이 생겼다. 가장 최근인 8월 3일에는 허리에 심각한 통증을 느꼈지만 출전을 강행했고 이후 몇 경기서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지난 2월 미야자키의 스프링캠프에서 “죽었다 살아났다”고 말했을 정도로 고생을 했던 요통이 재발한 것이다. 뼈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병이나 다름없는 요통이라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결실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부상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팀 분위기가 와해된 상황에서도 상승세를 지켜온 이승엽이지만 올 시즌 막판 진로 문제로 혼란에 빠질 경우 경기 외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기는 하지만 집중력이 손상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양정석 일본 데일리스포츠 객원기자

jsyang0615@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