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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키, 낙심마!” 승짱 배려도 짱

도깨비-1 2006. 6. 13. 00:46

“오제키, 낙심마!” 승짱 배려도 짱

2006년 6월 12일 (월) 14:02  스포츠칸

 

홈런 1개를 잃었지만 인심을 얻었다.

요미우리 이승엽(29)이 선행주자의 실수로 홈런을 인정받지 못하는 ‘황당한 사건’을 경험하고도 넓은 아량을 보여 일본 현지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았다.

이승엽은 11일 원정 지바 롯데전에서 3회 2사 1루에서 우중월 스탠드에 타구를 떨어뜨리고도 1루주자 오제키 다쓰야가 3루를 밟지 않는 ‘누의 공과’를 저지르는 바람에 3아웃이 되며 시즌 19호 홈런을 허공에 날렸다. 일본 언론들은 12일 경악에 가까운 표현을 썼다. ‘사상 최초의 사건’ ‘바보 같은 일’ ‘환상이 돼버린 홈런’이라는 등의 말로 기막힌 사건을 설명했다.

그러나 동료의 실수로 홈런을 잃고도 침착하게 대응한 이승엽의 자세에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일본 스포츠신문 ‘스포츠호치’는 12일자에서 ‘오제키를 배려하는 이승엽’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승엽과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이승엽은 “결과적으로 팀이 진 것에 대해서 신경 쓸 뿐이다”며 “오제키가 이번 일을 빨리 잊길 바라고, 혹시라도 낙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이없는 실수로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 오제키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것이다.

이승엽 스스로 재빨리 냉정을 되찾은 것 또한 일본 언론의 관심거리였다. 이 신문은 “이승엽 스스로 충격에서 바로 벗어나 남은 타석에서 안타 2개를 추가해 4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며 “지난 7일 다친 왼손이 완전치 않은 가운데서도 분투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은 시즌 막판 홈런더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홈런 1개를 잃었다. 그러나 팀 동료들의 인심만은 확실하게 얻었다.

〈안승호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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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악재 때문에 오히려 주가상승?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0)이 최근 악재를 연이어 겪고 있지만 거꾸로 이 때문에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 7일 소프트뱅크전에서 수비 도중 왼손가락을 다쳐 교체됐고 8일 소프트뱅크전에서는 올시즌 처음 결장했다.

그의 공백은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요미우리는 이날 투수쪽 내야안타 1개로 가까스로 퍼펙트게임의 수모를 면했다. 4번타자 이승엽의 공백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수비가 어려웠는데 9일 때마침 지명타자제를 채택하는 인터리그 지바 롯데전이 열렸다. 팀의 연패를 두고볼 수 없었던 이승엽은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일본 진출 후 처음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8-3으로 패해 빛이 바랬지만 ‘이승엽 없이는 요미우리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리고 11일 지바 롯데전. 1-1 동점인 3회 2사 1루서 우월 2점홈런을 날렸지만 홈런이 취소되는, 평생 잊지 못할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1루주자 오제키가 3루를 밟지 않고 들어갔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홈런 무효가 된 것.

누구보다 억울하고 속이 쓰릴 이승엽이었지만 이날 침착하게 4타수 4안타를 때려내 일본을 또 한번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언론은 ‘쇼크를 질질 끄는 일 없이 4안타를 기록했다. 7일에 다친 왼손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분투했다’며 이승엽의 투혼을 높이 샀다. 게다가 이승엽은 “실수한 오제키가 실망하지 않고 빨리 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홈런 1개를 잃을 뿐이지만 자칫 동료인 오제키가 충격에 빠져 선수생활에 치명타를 입을 것을 염려했다. 일본언론은 그의 의연한 태도에 감동해 이를 훈훈한 미담으로 전했다.

요미우리는 12일 이승엽의 홈런을 되살리고 싶은 마음에 구단차원에서 센트럴리그에 ‘오제키의 누의 공과는 명백한 오심’이라며 공식 항의문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이승엽으로서는 잊고 싶은 기억들이지만 주위 분위기는 반대다. 홈런은 잃었지만 이름값은 치솟고 이미지는 상승하고 있다. 드라마를 좋아하고, 투혼을 흠모하는 일본은 그릇이 큰 이승엽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재국기자 keys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