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스크랩] “책은 내 짝꿍” 외톨이소녀 활짝 웃다

도깨비-1 2006. 5. 20. 11:25
뉴스: “책은 내 짝꿍” 외톨이소녀 활짝 웃다
출처: 한겨레 2006.05.14 19:16
출처 : 감동뉴스
글쓴이 : 한겨레 원글보기
메모 : [한겨레] 〈한겨레〉는 창간 18돌을 맞아 아이들과 여성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길을 찾아본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행복해질 때 우리 사회는 한결 살 만하게 되리란 믿음에서다. 그 첫번째로 아이들에게 책을 줄 것을 제안한다. 가난한 아이도 장애를 지닌 아이도 책과 만나면 꿈을 갖게 된다. 책을 통해 장애의 상처를 딛고 세상 밖으로 나온 방소근양의 이야기를 실은 이유다.




중학교 3학년생인 소근이는 우리집 예쁜 맏딸입니다. 피아노를 곧잘 치고 서예와 문인화 그리기도 좋아하는 꿈 많은 열다섯살 아가씨에요.

소근이는 날 때부터 두개골 뼈가 모자라 오른쪽 이마 위에 뇌가 동그랗게 튀어나와 있어요. 왼쪽 팔다리를 움직이기가 힘들고, 왼손은 손가락이 없었어요. 오른손도 가운데 손가락 세 개가 붙어 분리수술을 받았습니다.

소근이의 학교생활은 쉽지 않았어요. 장애를 이해하지 못했던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이 급식을 대신 받아주는 소근이를 ‘공주’라며 외면했지요. 소근이는 쉬는 시간이면 교무실 문앞에서 선생님만 기다리던 ‘왕따’ 소녀였답니다.

그런 소근이가 요즘 웃음이 많아졌어요. 지난해 태어나 처음 읽기 시작한 책이 아이를 바꿨어요. 국어 선생님이 좋아 책읽기 숙제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독서인데 소근이는 벌써 책을 스무권 넘게 읽었어요.

소근이가 제일 좋아하는 〈괜찮아〉는 소아마비 장애아인 동구를 엄마 없는 아이 영석이가 업고 집으로 가는 내용이지요. 국어공책을 몰래 들여다보니, “친구를 도와주는 마음이 좋다”고 썼더군요. 말도 어눌하고 몸에 늘 냄새가 나는 왕따 학생 최영대의 이야기인 〈내 짝꿍 최영대〉도 좋아해요. 동구와 영대를 보면서, 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자기 처지를 돌아보고 위로받는 것 같아요.

소근이는 책을 읽으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어요. 불편한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기도 힘들었을텐데, 스물다섯권이나 읽어냈으니 자신감이 붙은 거죠. 국어 공책을 보니 “12살까지 살 거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산 것은 가족들 덕분이다”라며 고마워하고, “나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앞으로 재미있게 학교생활하고 따돌림 당하지 않게 친구들과 같이 도와가며 살 것이다”라고 다짐했더군요.

수업 시간에 일어나서 교과서 읽는 것도 두려워하던 아이가 올해 초엔 교회의 유치반 보조교사로 나섰고, 얼마 전에는 성가대로까지 ‘데뷔’ 해서 가족들을 또다시 놀라게 했답니다.

지난 1년 동안 소근이는 부쩍 컸어요. 책을 통해 자기를 긍정하고 세상과 소통하게 된 모습이 놀랍기만 합니다. 첫 발짝을 내딛었으니, 좀 있으면 성큼성큼 걸어갈 수 있겠죠. 소근이의 올해가 더욱 기대돼요.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 이 기사는 방소근양의 어머니 백성주씨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알림] 시골 학교 도서관 지원합니다




삼성에서 100억 지원 … 이달 말 신청 접수
책 선물 주기 ‘북 스타트’ 운동도 곧 시작


까르르 웃는 아가야, 밝은 웃음의 아이들아, 행복하렴. 가난해도 괜찮아. 몸에 장애가 있으면 어떠니. 어떤 어려움도 너희로부터 행복을 앗아가진 못해.

책은 어때? 책을 갖고 놀아보렴. 장난감으로 던지고 집짓기 놀이를 해도 좋아. 언젠가는 책장을 펼치고 책속 세상으로 놀러가게 될 거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 그렇게 놀다보면 너희들은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게 된단다.

어디서 책을 만날 수 있냐고? 도서관으로 놀러가 봐. 책이 무지무지 많은 곳이야. 친구들도 많아. 재미있는 놀이도 할 수 있지.

같이 못 가는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일랑 접어 두렴. <한겨레>가 시민단체인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과 함께 친구들이 책과 놀 수 있도록 도와줄게. 삼성이라는 회사에서 100억원을 내놓았어. 너희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야.

먼저 시골 학교를 찾아가려고 해. 도서관을 예쁘게 꾸미고 좋은 책도 많이 갖춰서 친구들이 놀러와서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만들거야. 모든 곳을 다 도와주기에는 아직 힘에 부쳐서 5월 말께 도움이 필요한 학교를 찾는 공고를 신문에 내려고 해.

작은 도서관을 돕는 일도 벌일 생각이야. 지금 온나라의 300군데 작은 도서관의 사정을 알아보고 있어. 한달쯤 뒤면 도서관을 꾸며주는 게 나은지 새로 지어주는 게 좋은지 알 수 있을 거야. 6월 말에 공고를 통해 돕는 일을 시작하게 돼.

너희들에게 책을 선물로 주는 ‘북 스타트’도 하려고 해. 엄마들이 좋은 책을 고를 수 있고, 도서관을 찾아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은 사이트도 만들거야. 아가들아, 아이들아, 늘 행복하렴. 행복은 아는 사람만이 다른 이에게 베풀 수 있거든. 그렇게 자란 너희들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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