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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과학성

도깨비-1 2005. 12. 24. 16:23

한국인에 깃든 과학성의 근본은?

1900년대 초 이미지로 보는 코리아니티(koreanity, 한국성) - 2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23일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으로 결론나자 국민들은 절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해냈다며 한껏 들떴던 자부심도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 소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 나라의 모든 유산은 한 사람의, 일회적인 기적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 아닐까. 한국사에 아로새겨져 있는 과학유산들은 그 점을 웅변한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 직지심경, ‘한글’, 온돌문화, 한지 제작기술, 첨성대….

우리 민족의 과학적 성과는 도전적 기개와 장인정신이 이를 뒷받침해 왔다. 특히 장인정신은 정법(正法), 정도를 벗어나서는 안되는 것을 철칙으로 알았다.

미디어다음은 미술사학자 이돈수 씨가 소장해 온 과학 관련 사진자료 등을 통해 이 같은 한국인의 한국인다움, 한국성(Koreanity)에 대해 재조명해 본다.

기사에 소개하는 사진과 이미지는 주로 1900~1930년대의 것들로서 정확한 연도 파악은 불가능했다. 이들 이미지 가운데 채색이 된 것은 당시에 엽서로도 사용됐던 것들이다.

 

 

이돈수 씨가 말하는 한국인의 저력이란?

▲ 과학성과 창조성
서양과학 문명도 대단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과학성과 창조성이 뛰어난 과학유산들이 있다. 한글과 거북선, 온돌문화, 금속활자, 한지 제작기술, 도자기, 첨성대 등 그 예를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은 최근 1000년간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1위로 꼽혔다. 한글은 국내외 학계에서 그 과학성과 독창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한 외국 학자는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 칭송하기도 한다.

▲ 장인정신
우리의 전통 가운데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고 퇴색해버린 부분이 바로 장인정신이다. 장인정신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가지 기술에 정통하려고 하는 철저한 직업정신을 말한다.

한국인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것들로는 도자기와 한지, 불상, 나전칠기, 방짜유기, 활, 자수 등 이 역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가난했던 근현대사를 거치며 급속한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우리 민족의 장인정신은 '빨리 빨리 문화' 속에 퇴색됐다.

▲ 높은 교육열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에는 문인을 더 높이 여겼던 선조의 사회인식과 가문을 중요시했던 유교적 세계관, 부모들의 아쉬움을 자식에게 배가시키는 동양적 가치관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높은 교육열이 우리 사회의 고속 경제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는 점은 확연한 사실이다.

다만 지나치게 늘어가는 사교육비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치맛바람,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에서 불거지는 성과주의, 입시와 취업만을 위한 지식편식 등은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 높은 기개
단재 신채호 선생은 “고구려의 강인한 상무정신과 자주독립정신이 우리의 진정한 민족정신이다”고 찬미했다. 우리 민족이 과거 드넓은 대륙을 넘나들며 용맹을 떨쳤던 것에 대한 자신감이다. 신라의 화랑정신도 이와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

문(文)의 정신은 ‘선비정신’의 틀로 계승되고 있다. 선비정신은 ‘변하지 않고 굽히지 않는 의리정신’이다. 우리나라에 파견된 최초 선교사 가운데 한 명인 미국인 앨런은 “선비는 남을 속이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신의가 투철하며, 예의 바르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뇌물을 받지 않고, 도박을 하지 않으며, 의롭지 않은 것과 불의한 것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선비사상은 우리 민족이 외세의 침략을 당할 때마다 ‘항거’의 정신으로 드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