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

노정권은 타살되지않았다

도깨비-1 2005. 10. 27. 18:03
청와대, 데일리안 칼럼에 격분
입력 : 2005.10.27 16:55 24' / 수정 : 2005.10.27 17:45 02'

청와대가 인터넷신문 데일리안에 실린 한 칼럼에 격분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오후 기자 간담회에 앞서 “데일리안이라는 인터넷 매체에 나기환 논설위원이라는 사람의 글이 실렸다. 제목은 ‘노 정권은 타살되지 않았다’다”라고 소개한 뒤 “내용은 차마 전하기 어렵다. 제대로 된 언론인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추후 대응은 다음에 이야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나기환 데일리안 논설위원은 “해당 칼럼이 데일리안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데일리안에) 해가 안되는 범위에서 의견을 굽힐 이유가 없다”며 “칼럼에는 비유와 같은 다양한 장치들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쓴 글에 대해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칼럼 전문 (나기환 논설위원)

노 정권은 타살되지 않았다

자살이었다--민심이반 과다복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월 26일. 노무현 정권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4군데의 깊은 상처를 입고서 죽어 있었다.

정황수사로 볼 때 노무현 정권과의 원한관계에 의한 타살이나 동네 불량배의 우발적 범죄는 아닌 것 같다. 노무현 정권 가족내 불화는 있었지만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니었고 이웃인 한나라당과의 관계 역시 좋았다 나빴다 하는 정도였다.

10월 26일 사건 당일 노무현 정권의 알리바이를 조사하다 노무현 정권이 지난 세월 동안 심각할 정도로 약물 복용자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건경위는 다음과 같다. 10.26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패배를 예상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운 것이었다. 그 어느 선거보다도 이번 재선거는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바닥인 상태에서 치러 졌었다.

패배의 원인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완승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입어야 할 내부충격은 상당하다.

지난 4.30 재보선에 이어 10.26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탄핵의 거품이 빠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아울러 부천 원미갑에서 한나라당이 처음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한나라당을 지역주의 정당이라 하고 지역구도 타파를 외쳐왔던 열린우리당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각 당의 문을 열어 그 분위기를 살펴보면 이번 재선거의 의미는 확연히 달랐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문희상 의장체제의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고 조만간 당으로 복귀할 대선 후보 군에 속하는 현직 장관들의 입성(入城)에 시험대를 제공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체제의 급격한 변화는 필연적이고 정부여당은 필사적으로 차기 집권을 위한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이다. 그것이 연정, 개헌이건 대북관련 이벤트이건 정치적 깜짝 쇼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승리를 맛 본 한나라당은 박 대표 체제가 다시 한번 신임 받게 되었고 ‘차떼기 당’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내게 되었다. 한나라당의 국가 정체성 문제제기에 대한 국민들로부터 일정부분 공감을 얻었다는 의미도 더해진다.

앞으로 진행될 양당의 그림을 그려보았다. 이러한 그림이 나오기까지 열린우리당의 참패 원인이 잘못된 재선거 전략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국민의 생각과 다르게 통치해 온 정부여당의 굴절된 인식에 그 원인이 있다.

2005년 가을의 민심은 노무현 정권을 초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은 민심의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는 열린우리당은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열린우리당의 재선거 전략은 여당 프리미엄과 ‘지역 일꾼 혹은 인물론’으로 일관하였다. 열린우리당은 “지역발전과 경기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유권자에게 신신당부하였다.

열린우리당의 애끓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지역발전과 경기회복의 걸림돌은 다름아닌 정부여당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정권 심판 차원에서 한나라당에 유권자들은 아낌없이 표를 던진 것이다.

국민들은 두 번 다시 열린우리당을 향해 오라고 손짓하지 않을 것이다. 설상가상 열린우리당도 막상 갈 곳이 없어 보인다. 개혁이냐 실용이냐를 두고 갈팡질팡하다가 노무현 정권의 임기는 다할 것 같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경제파탄, 민생 파탄, 나라 흔들기를 낱낱이 기억하는 국민들이 혹독한 심판을 이 정권에 내릴 것을 확신한다”며 정권 심판에 전략의 초점을 맞추었다.

결과론이지만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은 주효했고 국민들은 민심과 이반된 정권에 어떤 미련도 두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이 딱 맞아 떨어진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정부여당의 ‘국민 팔아먹기’ 덕분이었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보디가드로서 위험에 처할 때 마다 육탄으로 방어를 했고 설사 여론의 역풍에도 대통령을 위하여 보디가드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 안에서 민심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민심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다’, ‘주관적 확률의 피해자’라면서 보수 언론 탓을 하였다. ‘권력을 위한 정치’, ‘정치를 위한 정치’들만 있었을 뿐 ‘국민을 위한 정치’는 노 정권에 처음부터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깨닫게 되었다.

그 어느 정권이나 정당보다 노무현 정권은 국민과 개혁을 많이 팔았지만, 국민에게 아무것도 안겨주지 못하였다.

이번 재선거를 통하여 노무현 정권은 한나라당에 의해서 죽지 않았다. 그렇다고 국민이 죽인 것도 아니다.

노무현 정권은 타살되지 않았다. 자살이었다. 노무현 정권이 빼든 과거사, 정체성, 민심이반의 과다복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정치가 정치를 그 목적으로 할 때 그 정권의 운명은 자살로 끝난다.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아서고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앞에서 권력의 투구와 갑옷을 벗어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