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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FOCUS] `특별`에 목매는 한국 -매일경제

도깨비-1 2014. 8. 30. 22:10

[토요 FOCUS] `특별`에 목매는 한국

사회문제 터지면 특별대책·특위·특별법 등 남발
불신·권위의식 작용…보편적 시스템문화 절실

 

기사입력 2014.08.29 15:38:02| 최종수정2014.08.30 12:59:32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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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특별한 것`에 목매는 사회다. 특별사면에서부터 특별위원회, 특별검사, 특수목적고에 이르기까지 `특` 자가 붙어야 힘이 실린다.

하지만 `특` 자가 남발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뒤따른다. 특별검사는 겉핥기 수사로 지난 11차례의 특검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수목적고는 영재 육성 목적이 퇴색된 채 입시학원화로 경쟁만 가중시켰다. 국회의 특별위원회는 기존 시스템에 불신을 초래하고 옥상옥의 폐해를 낳는다. 특별사면은 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공공 부문과 민간에서 정상적인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있다. 시스템 밖이 아니라 안에서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시스템 안에서 해법을 찾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한국 사회는 사회적 문제만 터지면 `특별대책`과 `특별위원회` `특별법`을 요구하기 일쑤다. 결국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갖가지 `특별`을 남발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논란의 핵심도 `검찰이 수사를 통해 어떤 결과를 내놔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7~8개의 특별법이 동시에 발의됐다. 전대미문의 비극이니 정말 `특별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낸 `특별법`에는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없다. 여야가 논의 중인 세월호특별법안 중 대부분은 기존에 있는 법안에서 그대로 차용해온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이 유족들과 상의 없이 급하게 끼워넣은 `특례입학` `의사자 지정` 등 내용이 사회적 분란만 키웠다.

이는 유족들의 요구 대부분은 기존의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별`이 남발되는 사회에 대해 "결국 예외를 두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보편주의 문화가 취약한 데서 비롯된다"고 해석했다. 김동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멀게는 IMF부터 최근 세월호까지 여러 재난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사회 운용 시스템이 문제가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재난에서 기적을 바라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는 특별법 남발보다는 시스템이 정교하게 마련된 사회"라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 경제부 = 김기철 기자 / 정치부 = 이상덕 기자 / 김명환 기자 / 원요환 기자 / 김세웅 기자 / 최희석 기자 / 사회부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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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FOCUS] "사회문제 해결 메커니즘 삐걱…예외·편법만 늘려 시스템 구멍"
근본적인 제도 개선보다 사람부터 바꾸는 것도 문제

기사입력 2014.08.29 15:44:02| 최종수정2014.08.29 19: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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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을 중시하는 풍조가 강한 사회는 반대로 이른바 `일반`으로 통용되는 보편주의가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별` 남발이 예외 선호 사상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미 마련돼 있는 규정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게 어렵다고 지레짐작하고 `특별`을 내세워 뭔가 다르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라며 "보편주의가 취약한 현실이 투영된 문화"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에서 특별법이 남발되는 현상은 일반법 공동화 현상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별법이 넘쳐날수록 기본법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한국 사회가 특별법 양산주의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특별법이 쏟아지다 보니 특별법은 전혀 특별하지 않고 일반법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 일반법 조문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거나 새 내용을 담아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별법 남발은 결국 입법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일반법이 탄탄한 법체계 선진국에선 특별법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 교수는 "특별법이 많으면 그 나라 국민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관련 특별법까지 전부 찾아봐야 하는 불편이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독일은 특별법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 질서 체계를 놓고 본다면 일본은 매뉴얼에 강하고 한국은 순발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의 사회 문제 해결 메커니즘이 빠를 수 있는 만큼 `예외`를 군데군데 심어 놓아 누수가 생기는 격"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내에서 정치사범이나 경제사범을 엄벌할 때 일반적인 법체계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짙은 점도 `특별`을 남발하는 데 일조한다. 강 교수는 "개혁 주체가 개혁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일반법에 기대하기보다 뭔가 `특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특별`이란 의미가 부각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선출직 공직자 임기가 너무 짧다는 것도 문제"라며 "사회 문제 해결이나 일관성 있는 정책 이행이 가능하려면 10년은 내다봐야 하는데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국회의원도 4년 정도라 일반적인 규정을 내실 있게 만들어 나가기 힘든 구조"라고 분석했다.

김동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어느 나라나 특별위원회, 특별검사제 등이 있지만 한국처럼 남발되지는 않는다"며 "이는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 사회가 대처하는 방법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근본적인 제도 개선보다는 책임자 교체 등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정의했다. 이러다 보니 제도 개혁은 당연 소홀해지고 문제가 심각해지면 특별법, 특검 같은 `임기응변` 방식이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즉 문제를 방치하다 쉬운 해결책으로 찾는 것이 바로 `특별`이라는 얘기다.

[기획취재팀 : 경제부 = 김기철 기자 / 정치부 = 이상덕 기자 / 김명환 기자 / 원요환 기자 / 최희석 기자 / 사회부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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