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스크랩] [김행 칼럼] 아시시 수도원의 가시 없는 장미

도깨비-1 2014. 8. 19. 10:07

조선일보 2014.08.19

[김행 칼럼]

가시 없는 장미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우리 가족은 종교가 제각각이다. 시어머니는 가톨릭이고 남편은 불교 관련 서적을 즐겨 읽는다. 필자는 기독교이고 딸은 무종교다. 이런 우릴 보고 한 친구는 "너넨 사후에 이산가족 되겠다"고 놀린다. 우리 가족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남을 개종시키려 드는 것은 실로 허황된 짓이다.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서로를 알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생각의 반경을 넓히는 것, 우리에게는 바로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라는 말씀을 좋아한다.

한 선배가 "교황의 이름은 '빈자(貧者)의 성인(聖人)'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聖) 프란치스코(1182~1226)'에서 따왔는데 생각할수록 좋은 이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성 프란치스코에게 행한 기적을 말해줬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는 결혼을 권했던 친구들에게 항상 "나는 가난이라는 여인과 결혼할 것이다"라고 했단다. 그런데 막상 수도사가 되자 성욕에 괴로워했다. 하나님께 자신의 음욕을 없애달라고 기도하며 맨몸으로 장미 가시덤불을 뒹굴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를 가엾이 여긴 하나님은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은총을 주고 가시를 모두 없앴다.

호기심 많은 그 선배는 기적을 확인키 위해 아주 작은 마을인 아시시까지 찾아갔단다. 성당 뒤쪽 장미정원에서 '가시 없는 장미'를 직접 확인했다. "가시가 있었던 흔적조차 없는 매끈한 줄기"였다고. 놀랍게도 이 장미는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도로 가시가 난다고 한다.

선배의 얘기를 들으며 잠시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이 기적을 우리 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도 시어머니는 성모 마리아의 은혜를, 남편은 가엾은 중생의 삶을, 딸은 품종 개량이라는 과학기술을 떠올리지 않을까. 그럼 필자는? '언제나 불꽃 같은 눈동자로 나를 지키시는 하나님'이 생각났다.

참, 못 말리는 가족이다. 그래도 공통점은? 우리 가족은 기적을 믿는다. 인간의 의지를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를. 그간 우리는 이런저런 가시에 찔려 너무 깊은 상처를 입었다. '치유'의 기적을 기다린다. 가시 없는 장미를!

 



○윗글 출처 /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19/2014081900004.html?csmain
○아시시의 '성(聖) 프란치스코(1182~1226) 자료
http://ko.wikipedia.org/wiki/%EC%95%84%EC%8B%9C%EC%8B%9C%EC%9D%98_%ED%94%84%EB%9E%80%EC%B9%98%EC%8A%A4%EC%BD%94  
출처 : 오늘, 아름다운 날
글쓴이 : 이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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