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월호 오보

도깨비-1 2014. 5. 19. 10:24

 

세월호 오보 "묵혀 온 언론 문제 수면위로 드러난 것"

정수영 교수 "오보, 출입처 브리핑 '받아쓰기' 관행 탓"

이종혁 교수 "현장 잃은 기사들...'어뷰징 기사' 남발해"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19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의 탐색구조작업에 관해서 실종자 가족들과 언론에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4.4.1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은 한국 언론의 참사 현장이기도 했다. 잇따른 오보와 부적절한 인터뷰, 선정적인 보도에 화가 난 국민은 지상파 방송 등 주류 언론에 등을 돌렸다.


한 실종자 친인척은 취재진을 보고 "기레기"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외신이나 팩트TV, 국민 TV, 고발 뉴스 등 대안언론의 취재에 협조하며 주류 언론에 불만을 나타냈다.



◇ 사고 당일부터 오보


언론이 불신을 키운 계기는 참사 첫날부터 계속된 오보 영향이 크다. 4월16일 YTN와 KBS 등 대다수 언론은 경기도교육청이 단원고 학부모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전원이 구조됐다'는 오보를 냈다.


17일 YTN은 구조 당국이 침몰한 선박에 에어포켓을 만들기 위해 공기주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오보였다. 다음날 오전 대다수 언론들은 잠수부들이 구조작업을 위한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오보를 냈다.


MBN은 '가짜 잠수부' 홍모(26)씨를 인터뷰하며 "배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정부 관계자가 잠수하지 못하게 했다"라는 오보를 냈다.


이외에도 언론은 탑승자 수, 실종자 수는 물론 구조 인원수 집계까지 수도 없이 뒤집으며 불신을 키웠다.


구조 과정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상처를 받았다. 한 실종자 아버지는 "가족들이 벼르고 있다. 한 번만 더 오보를 내면 다른 아버지들과 함께 카메라를 다 부숴버릴 것이다"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언론학계 교수들은 사실 검증에 소홀했던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대량 오보 사태는 그동안 묵혀 온 언론의 문제가 대형 사고를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짜 민간잠수부 홍가혜씨의 MBN 인터뷰 장면(MBN '뉴스특보'). © News1


◇ "재난 보도의 제1원칙은 사실 보도"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재난 및 구조에 관한 보도는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고 이후 구조 작업 등과 직결된 것"이라면서 "재난 보도의 제1원칙은 사실 보도"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언론들은 이번 참사에서 이런 원칙 없이 취재 경쟁에 자신을 내던졌다"면서 "결과적으로 오보가 양산됐고,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언론이 통합적 기능을 하기는커녕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언론이 해주어야 할 역할과 의무가 있다"며 "평소 사실 검증이라는 언론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검증 없이 출입처 발표 받아쓰는 관행이 오보 키워"


정수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연구교수는 세월호 참사관련 오보에 대해 "정확한 사실 검증 없이 출입처의 발언을 전달해 오던 언론사의 관행이 재난 보도에도 그대로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난 보도에서의 사실 검증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없었던 것도 문제지만, 평소 언론계에 그런 관행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 더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대다수 언론들은 일반적인 보도에 관련해 자신들이 출입하는 기관의 보도자료나 브리핑 따위의 내용을 그대로 전해왔다. 따옴표(" ")는 사실을 검증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일선 기자들을 해방시켰다.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에도 언론들은 이 관행에 따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당국의 발표만을 믿고 보도했다.


문제는 잘못된 당국의 발표마저 언론이 받아썼다는 것이다. 또 당국의 구조현황에 대한 발표는 홍보성이 짙은 것이었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이 "사실과 다르다"라고 항의했고, 언론에 대한 신뢰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함께 추락했다.


정 교수는 "보도 하나하나가 중요한 재난 상황임에도 언론은 늘 하던 방식대로 정부의 발표를 전달했다"면서 "인용구의 말을 남발해 취재원의 의견을 그대로 정리할 뿐이라면 '기자'라는 것의 의미는 대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물론 뉴스는 신속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언론인 개인으로도, 언론사 전체로도 언론이 갖춰야 할 도의적·사회적 책임을 되묻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현장 없는 기사 남발…'어뷰징 기사'는 상업 언론의 현주소"


오보 못지 않게 선정적 보도도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종혁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를 통해 언론계의 '상업주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사실 검증 없는 보도, 감성팔이에 대한 치중한 선정적 보도, 과도한 피해자 가족 취재 등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언론의 문제점들은 언론계의 과잉 경쟁과 그로 인한 상업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를 주제로 한 '어뷰징 기사'가 등장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어뷰징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재를 하지 않고 사실 검증 없이 다른 언론사의 보도를 그대로 전달하는 기사를 의미한다.


그는 "국가적 재난 상황을 자신들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클릭 수 장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언론이 사회적 역할보다 돈벌이를 중시했다는 의미"라면서 "'어뷰징 기사'는 현재 언론계의 상업주의를 드러내 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인터넷상에는 하루에 8000여건에 가까운 기사들이 쏟아졌으며, 이들 대부분은 '어뷰징 기사'였다.


이 교수는 "현장에 근거하지도 않고 정확한 사실 검증도 없이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기사들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었겠느냐"면서 "이들 대부분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 담론을 혼탁하게 만들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의 이러한 무책임 보도 행태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면서 "자성을 통해 보다 책임있는 언론으로 거듭나는 것이 결국 '과잉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osool@news1.kr

 

 

 

[세월호 참사] 달라진 언론들 …KBS·중앙일보, 공식 '사과'

 

 

 

KBS 본관. (자료사진)
일부 언론사가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하지않아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KBS와 중앙일보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시곤 보도국장의 세월호 희생자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KBS는 15일 저녁 '뉴스9'을 통해 자사 세월호 참사 보도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의 목소리를 전했다.

KBS는 세월호 참사 한 달 특집방송으로 진행된 '뉴스9'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구조작업에 대한 문제제기나 유가족 항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점', '대통령 대국민 사과는 보도했으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가족 기자회견은 보도 안한 점', '사고 당일 투입된 구조인력에 대해 정부 발표를 받아쓴 점',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을 폭로한 것을 다루지 않은 점' 등을 거론하며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사과방송과 더불어 그동안 방송으로 내보내지 않았던 유가족들의 목소리와 오보를 쏟아내면서도 정정보도나 사과에 인색했던 것과 현장에서의 취재준칙 미비로 평소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도 모두 다뤄졌다.

KBS에 이어 중앙일보도 자사 보도의 문제점을 꼬집는 기사로 반성의 자세를 보였다.

16일 중앙일보는 '세월호 부정확한 보도 사과드립니다'는 제목의 기사를 자사 뉴스페이지 최상단에 올리며 계속된 자사의 오보에 머리를 숙였다.

중앙일보는 기사를 통해 "본지의 부정확한 보도로 희생자 가족들과 독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린 적이 적지 않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라며 "정확한 보도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언론으로서 수치스럽고 송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또 '조명탄 600발 쏘며 밤샘작업/UDT 178명 투입', '290명 제발…' 등의 오보 기사가 나가 여론에 혼란을 준 점을 사과했다.

이어 "앞으로 집요하게 추적하여 1년 뒤에 달라진 재난 안전체계를 치밀하게 검증하고 고발하겠다"며 "철저한 현장 취재와 악착같은 기자 근성으로 '국가 개조 프로젝트 검증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